나이가 늘면서 걱정도 늘었다.
그것들은 내 아랫배에 옹기종기 붙은 살들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내 몸에 엉겨 붙었다. 좀처럼 떨어질 생각도 않고, 제 집인 양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나는 그것들에게 내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고야 말았다.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에 예민해졌다.
누가 뭐라고 하던지 내 갈길을 가겠노라고 외쳤던 적이 있었다.
적지 않게 재수 없어 보였을지 모르는 그 시절. 적어도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고, 평가에 대해 연연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오래오래 살 만큼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만큼 마음이 젊었던 것일까.
지금은 그때에 비해 드러내 놓고 살지도 않으면서 눈치 보는 날이 늘었다.
아이를 낳고 키운 지 꼬박 20개월.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두터운 방어막이 조금씩 조금씩 얇아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주변의 사소한 시선에도 상처 받고 찢겨나갈 것을 알기 때문에 자연히 몸을 움츠리고 마음을 한 번 더 여민다.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가끔씩 입 안이 쓰다. 가슴팍이 까슬거린다.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이 아니라 날이 서 있지 않은 무난한 문장을 쓰려다 보니 재미가 없다.
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의 것도 아닌 글만 남는다. 한밤을 휘달렸던 내 취향은 흐려지고 뭉개지고 페이지 너머로 밀려나 버렸다.
지나간 댓글들을 주욱 훑어본다.
곱씹어 살펴볼 용기가 없어 눈대중으로 휘갈겨 읽어본다. 그러고는 다시금 몸을 움츠린다.
몇 번이고 다시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딸깍거려 보았지만 오늘도 실패다.
내 취향을 담은 문장들은 오늘 밤도 어김없이 노트북 속에 고이 묻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