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련화 Mar 07. 2018

우리 아들들의 여자 친구를 구합니다.

조리원 커뮤니티

혹시 아기가 아들이에요?


 조리원에서 처음 만난 엄마들끼리 물을 것이라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우선 가장 쉽게 물을 수 있는 것이 아기의 성별, 출산일, 자연분만인지 제왕절개인지, 진통은 얼마나 했는지 등등. 
 
 사실 남편과 나는 아기를 가지기 전부터 딸을 원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인형처럼 귀여운 딸을 키우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만 같았다. 아들이 둘이라는 상상에 도리질이 쳐졌지만, 딸내미가 둘이라는 상상에는 나름 고개가 끄덕여졌다. 둘째는 아들이어도 딸이어도 좋으니 첫 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 부분의 바람이었다.

 성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임신 16주 차 이후. 우리 부부는 초음파 화면에서 선명한 녀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별다른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는 녀석이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굴은 두 손으로 꼬옥 가리고 있었지만, 본인이 남자라는 사실은 두 다리를 쩌억 벌려 보여주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우리는 씨익하고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던 딸이던 상관은 없으니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아들이면 좋겠다고 슬쩍 속내를 내비치시던 우리 시아버님은 뱃속의 녀석이 아들이라는 소리에 괜히 내 걱정을 하시는 척했다.
 "나야 뭐 상관없지만은, 아들을 낳으면 네가 편하잖나. 둘째는 딸을 낳든지, 아들을 낳든지 뭐 걱정이 없응께. 아들이라고?! 잘했다 잘했어!"
 의외로 아들이라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셨던 분은 우리 아빠였다.
 "아들이라고? 아이고~ 축하한데이. 저번에 상견례 자리서 보니까 그 집에는 아직 아들이 없는 거 같던데. 그 집 딸내미는 딸 하나 있잖아. 그치? 너가 첫 손주 낳는 거네. 잘했다. 잘했어! 그 집에 할 도리는 다 했응께. 잘했어."
 어른들의 속사정은 이렇게들 끝났지만, 왠지 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엄마한테는 딸내미가 있어야 한다는데
오빠도 아들이라 조금 아쉽지?


 그런데 웬일. 내내 딸 타령을 하던 남편마저 아들 예찬을 시작했다.
 "나도 딸이 좋았거든. 근데 막상 아들 녀석이라고 하니까 좀 든든한 거 있지. 나 없을 때 녀석이 엄마를 지켜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우리가 주말부부라 뱃속에도 딸내미가 있다고 했으면 걱정이 더했을 텐데, 아무것도 못하는 녀석이라 해도 아들 녀석이라 하니 맘이 좀 놓이네."
 하기야 성별이 무슨 소용이랴. 우리에게 온 귀중한 생명이니 귀하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아들이에요."
 "어머~ 올해 딸이 더 많고 아들이 귀하다던데. 저도 아들이에요."
 "저도 아들."
 "진짜? 우리 넷 다 아들이네요. 나도 아들인데."

 조리원 엄마들은 모두 다 아들 엄마들이었다.
 이것도 인연인가. 귀여운 아들 녀석 넷이서 모여 있을 생각에 입가에 스르륵 미소가 지어졌다.
 "어머. 신기해라. 어떻게 다들 아들이지?"
 "다들 집안에서 이쁨 받겠네. 어른들이 다들 좋아하시겠어요!"
 "그러게. 신기하네. 어떻게 다들 아들 엄마들이지?"

 녀석들은 커가면서 어떤 친구들이 될까.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우리 아들들 4명.
 그나저나 조리원 동기들 중에 여자 친구 하나 없는 건 녀석들에게 안 좋은 일인가.
 엄마들의 불찰인가. 아들들, 미안해!                                                  

매거진의 이전글 진분홍 체크 원피스를 입은 그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