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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화 Apr 29. 2018

국민육아템의 노예가 된 초보 엄마

조리원 커뮤니티

 출산준비, 육아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개념이 있다. 
 바로 '국민'이라는 단어가 붙은 육아템들이 세상에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국민 젖병, 국민 속 싸개, 국민 치발기, 국민 젖꼭지... 품질이 좋고 꼭 필요한 육아 준비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가끔은 사악한 가격에 놀라고 반드시 필요한 물품인지 몰라 헤매기가 부지기수였다.

 하기야 너무 많은 브랜드에, 너무 많은 육아용품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엄마들이 좀 더 믿고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KS 마크 인증을 찍어주듯 '국민'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상품들이 든든하고 믿을만 하긴 하겠다. 엄마들의 블로그 리뷰 홍수 속에 허우적대는 나에게도 '국민'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상품들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한참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국민육아템을 사고 있는 나를 여러 번 발견하곤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정작 우리 아들은 국민육아템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다.
 국민육아템이라는 것은 엄마가 물건을 살 때에만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정작 그 국민육아템이 도착해 우리 아들에게 갔을 때는 매몰차게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첫 번째는 젖병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대부분 산부인과나 조리원에서 사용하는 젖병으로 모유나 분유를 먹다가 집으로 오면서부터 엄마가 준비해 둔 젖병으로 갈아타게 된다고 한다. 나도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고 엄마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다는 '두 개의 심장' 젖병을 사두고 우리 아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조리원에서 사용하던 '초록 엄마' 젖병은 신생아들이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 한꺼번에 나와서 아이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런데 웬일! 우리 아들은 '초록 엄마' 젖병만 찾았다. 다른 젖병으로는 도통 먹으려 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조리원에서 사용하는 저렴이 젖병이라는 인식이 가득한 그 젖병이 우리 아들에게는 인생템이었던 것이다.
 나는 결국 국민 젖병을 버리고, 아무도 안 쓴다던 '초록 엄마' 젖병을 추가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속싸개와 공갈젖꼭지도 마찬가지였다.
 블로그 후기를 보면 국민육아템이라고 극찬을 하는 물건들인데, 우리 아들에게는 도통 소용이 없었다. 그 유명하다는 속싸개는 한번 쓰고 옷장으로 들어갔다. 결국 우리 아들은 속싸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놀고, 자고, 먹었다.
 집안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고 극찬을 받는 공갈젖꼭지도 우리 아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2초 만에 내뱉어 버렸다. 주워서 다시 물리기를 여러 번. 나는 공갈젖꼭지를 고이 싱크대 서랍 속으로 넣어버렸다. 

 이 밖에도 국민육아템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물론 그중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지만, 여러 엄마들의 검증을 받은 귀한 육아템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분유 포트 같은 것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육아템은 우리 모자에게 그리 흥행하지 못했다. 
 그저 내 스타일에 맞추어, 우리 아들의 기질에 맞추어 하루하루 키워나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그것이 비로소 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다 크고 나면 우리는 남들보다 좀 더 다르고 좀 더 특별해지기를 바란다.
 사실 우리 사는 매일이 남들과 달라지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왜 나는 우리 아들에게 남들과 같은 것을 쓰고, 남들처럼 그것에 길들여지길 바랐던 걸까.
 괜히 어린아이에게 많은 것을 바랬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젖병을 쓰면 어때.
 남들처럼 속싸개 안 하고 허우적거리면서 자면 어때.
 그냥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을까.
 국민육아템에 목매는 것은 초보 엄마의 유리멘탈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아들은 저 편한 대로 먹고, 저 편한 대로 쓰기를 바라본다. 초보 엄마의 고민하고 눈치 보는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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