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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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화

첫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들의 하루는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아침에 눈을 떠 아기를 보고, 또 아기를 보고, 또 아기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머리카락 한 올, 발그레한 두 볼, 조그만 꽃씨 같은 손톱 발톱을 보다 보면 하루 해가 금방 저문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속눈썹이 오늘 아침에 보면 부쩍 자라 있고,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없던 솜털이 오늘은 제법 송송 올라와 있는 것을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행복이 밀려온다.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정말 이 예쁜 아이를 내가 낳은 것이 맞는지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가 그랬다.


시윤이가 4개월을 접어들 무렵. 어김없이 나는 잠든 아기 옆에서 얼굴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엄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기가 잠든 사이에 밀린 집안 일도 해놓고, 오늘 밤을 위해 쪽잠도 자두면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막상 아기가 잠들면 그 천사 같은 얼굴을 보느라 시간을 놓치기 일쑤이다. 혹여 잠에서 깨어 엄마를 찾을까 봐 옆에 붙어 있다 보면 짧은 아기의 낮잠시간이 금세 끝나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윤이 옆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녀석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조금 더 보기 위함이다. 이 모습을 내 눈 속에, 내 마음속에 저장해 두기 위함이다. 이 순간의 행복을 마음속에 새기고 싶기 때문이다.


시윤이를 가만히 쳐다보니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조그만 모공들이 콧잔등에 생기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도 이제 피부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건가. 그저 종이짝처럼 매끈하던 피부에 뽀얀 솜털이 송송 올라오고 조그마한 땀구멍들이 생겨나는 걸 보니 녀석도 이제 제법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되어가는 중인가 보다.


그렇게 내 눈이 시윤이의 인중에 머물렀다.

나는 눈을 의심하며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시윤이를 살폈다. 분명 저 것은 뽀얀 솜털이 아니라 거뭇거뭇한 잔털인데! 인중에 새카맣게 잔털이 올라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잔털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그랬다. 남자애이긴 하지만 벌써 수염이 날리 없지만, 4개월 신생아에게 벌써 털이라니! 그러고 보니 태어났을 때보다 콧구멍도 꽤 많이 커진 것 같고, 제법 이목구비도 뚜렷해진 것이 신생아보다는 어린이 포스가 폴폴 나는 듯했다.


"시윤이만 그런 건가? 콧구멍이 자꾸 커지고, 콧수염이 난 거 같아."

"잉? 콧수염?"

"인중에 송송송 털이 났어. 얘는 머지..."

"만 4개월에 2차 성징?!"

"그러고 보니 떼 부리는 것도 1 춘기 온 거 같은데."

"솜털은 원래 있는가?! 내일 날 밝으면 우리 애 인중도 한 번 볼게요."

"아니, 언니. 요즘 애들이 발달이 빠르면 성조숙증이 온데요."

"근데 4개월은 너무 빠른데?! 빨라도 너무 빨라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꺼낸 고민상담은 그렇게 밝은 웃음 뒤로 묻히게 되었지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들이 커가면서 엄마들은 오늘처럼 숱한 고민을 하게 되겠지. 가끔은 너무 빨라 보인다는 이유로, 가끔은 혹시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내가 굳이 서두르고 늦추지 않아도 아이는 저만의 속도에 맞추어 너무나 잘 자라주고 있었다. 열 달 동안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기다려 주기만 했을 뿐인데, 작은 팔이 생기고 다리가 생겼다. 예쁜 눈 코 입이 생기고, 너무나 건강하게 태어나 주었지 않았는가. 내가 몇 월 며칠에 어떤 것을 만들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엄마의 일은 열심히 자라고 있는 아이 곁을 지켜주는 것. 그저 옆에서 쑥쑥 자라나는 녀석을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엄마의 속도가 아닌, 아이의 속도로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혹시 엄마가 필요해 아이가 손을 내밀었을 때 늦지 않게 그 손을 잡아주는 일이 엄마의 역할 아닐까.

시윤이 인중에 송송 난 털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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