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낳으실 거예요?

조리원 커뮤니티

by 수련화
둘째 낳으실 거예요?

아이가 하나 있다고 하면 으레 따라오는 질문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물음이기도 하다. 활짝 웃으며 둘째 생각이 있다고 대답하고 돌아서는 길, 내 마음속에는 요란한 폭풍이 몰아친다.

'내가 둘째를 낳아 잘 키울 수 있을까?'


세상 물정 모르던 어린 시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겠다며 호언장담 했던 날들이 있었다. 아이들로 북적대는 우리 집을 만들고 싶다며 이야기하곤 했다. 당장에 결혼계획이 없었기에 교육비가 부담이 되어서 둘 이상 낳기가 겁이 난다느니, 아이 셋 낳는 동안 엄마의 커리어는 어떻게 되냐는 등의 다른 사람들의 고민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고민의 무게가 가볍다고 여긴 것이 아니라 아직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명 나중에 나도 그 고민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있었으나, 당장 머리를 싸맨다고 해서 해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당분간은 잠시 덮어두어도 될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첫째를 낳으면서 그 고민이 비로소 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소위 가족계획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나이는 30대 중반. 주변 사람들은 요즘 다들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낳는 시대라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고 토닥여 주었지만 많이 늦지 않았을 뿐 빠른 나이 또한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몸을 회복하고 다시 임신을 준비하는 기간까지 생각하니 마흔이 넘어서 셋째를 낳아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는 마흔이었을 때, 내가 몇 살이었더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결혼을 빨리 한 편이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꼬박 10년을 채우고 결혼을 했으니 결코 빠른 것은 아니었다. 결혼이 늦으니 출산이 늦고, 결국 이런 고민도 조금 늦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에 비해 엄청 늦게 결혼을 한 것 또한 아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저 요새 사람들이 보통 결혼한다는 그때쯤에 나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시기적인 면에서는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 낳고 키우기가 참 빠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남편은 셋째는커녕 둘째만 낳아도 마흔이었다. 어렸을 적, 마흔의 아저씨는 나와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런데 남편이 마흔에 핏덩이 갓난쟁이를 품에 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우리의 시계만 더디 가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첫째 아이와 보내는 하루하루는 너무나 즐겁고, 새롭다.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 그 아이가 처음 경험하는 모든 것에 내가 함께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벅차올랐다. 물론 나에게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아이를 낳은 것부터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이를 안아 재우는 것까지 모든 것이 내게 처음이었다. 처음이라 귀했고, 감동이었다. 평생을 두고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게 엄마 미소를 하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여기에 아이가 하나 더 있으면 어떻게 되지? 둘째를 챙기다 보면 예쁜 첫째는 누가 봐주지?'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육아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챙겨주어야 할 것도,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너무 많았다. 게다가 아이가 뒤집기 시작하면서는 한시도 아이 곁에서 떨어질 수 없어서 엄마 혼자만의 생활은 거의 챙기지 못했다. 혼자만의 것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내 몸 하나 씻는 것, 좋아하는 책 한장 보는 것, 가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홀짝이는 정도의 일들이었다. 그런 것들 조차 아이가 잠이 들었을 때나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서야 겨우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이런 꼬맹이가 하나 더 생긴다면...


아이를 더 낳고 싶은 마음은 아직 굴뚝같다. 다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여러모로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 내 눈앞에 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첫째를 잘 챙기지 못할까 봐 겁이 난다. 지금은 손만 내밀어도, 눈만 찡긋해도 엄마랑 아빠가 쪼르르 달려가 챙겨주는데, 둘째에게 관심을 빼앗기고 구석에 혼자 앉아 놀고 있는 건 아닐는지. 괜한 걱정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엄마 품을 유독 좋아하는 이 녀석은 곧잘 내게 안겨서 자는 편인데, 둘째에게 엄마 품을 빼앗기고 시무룩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 마음이 벌써부터 시큰해져 왔다. 물론 둘째가 태어날 때쯤에는 이 녀석도 좀 크고, 제법 어린이 티를 내며 도리어 엄마 아빠를 멀리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첫째 아이의 개월 수가 차고, 하루가 다르게 녀석이 자랄수록 둘째에 대한 고민 또한 점점 커져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집에 아이가 하나 더 있을 경우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고개를 가로젓게 되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우리 부부의 일상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애시절의 풋풋함이 살아있는 신혼에서 진짜 가정을 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아이가 하나 더 생긴다면, 또 어떤 일들이 생겨날까.


아직 둘째를 낳는 것에 대한 확신은 없다. 막연히 아이가 둘은 있어야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편과 나눈 것이 전부다. 남편도 나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처음이라 우리가 부모가 되고 난 이후의 생활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듯이, 둘째를 낳은 부모가 된 날들에 대한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다. 그저 어렴풋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거라는 정도만 예감할 뿐이다.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넘쳐난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두배, 아니 세네 배는 더 힘들다는 소리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루하루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

하지만 신기하지. 마치 머리 속에 가득 찬 그 고민들 보란 듯이 내 몸은 이미 둘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둘째 임신을 위한 체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며 가벼운 운동을 하고, 얼마 입지 않아 새 것 같은 첫째 아이의 내복을 고이 접어 챙겨놓는다. 출산선물 들어온 것들 중에 미처 사용하지 못한 것들은 둘째 낳고 쓰겠다며 예쁜 박스에 별도로 담았다. 신생아들이 쓰는 모빌이며, 첫 장난감들은 베란다 창고에 챙겨 넣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벌써 둘째의 늪에 빠지고 있는 걸까. 빨리 왔으면 하고 바랐다가, 조금은 천천히 왔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이 널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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