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커뮤니티
지금 일자리 제의 들어와서
너무 고민되는 밤이네요.
늦은 밤, 조리원 커뮤니티 카톡방에 짤막한 글이 떴다. 더 물어보지 않아도, 더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우리들의 고민이었다. 우리는 모두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일자리? 아직 유안이가 너무 어리잖아. ㅠㅠ"
"그렇죠?"
"하긴 나도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뭘 해볼까 하고 지금 찾아보고 있는 중이었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먼."
"팀장 자리 제의라서... 요새 일이 너무 하고 싶거든요."
"팀장이면 풀타임 밖에 안될 거 같은데, 괜찮겠어?"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좋긴 한데, 유안이 동생도 생각하고 있었잖아."
"둘째는 둘째 치고라도 일도 너무 하고 싶어서요. 근데 유안이 봐줄 사람이 없어서..."
"나도 지난주에 예전부터 일하고 싶었던 곳에 공고 떠서 엄청 고민했었거든. 근데 솔직히 론이 때문에 많이 고민되더라고. 최소 10개월, 돌 전후만 되었어도 고민 덜했을 텐데... 아직 5개월이니까."
"사람들이 3년까지는 엄마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고 자꾸 그래서 더 신경 쓰여."
"그래도 나는 막판에 이력서 넣긴 했어. 그냥 이력서 넣고 후련해지자고 생각해서 넣어봤어."
"일이야 하다 보면 언젠가 또 질리기 마련인데, 나중에 애들 잘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요.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하나 더 사주고 더 먹이고 하는 거니까."
"ㅠㅠㅠㅠ 그러게. 진짜 어렵고만."
육아에 발이 묶인 엄마들의 고민이었다. 누구의 것이라고 할 것 없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었다. 아기와 함께 한지 어느덧 5개월, 아직 아기는 엄마의 보살핌을 한창 필요로 하고 있었지만 엄마들은 슬슬 출산 이전의 삶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 아기를 낳기 전, 열심히 일을 하던 여성들이었다. 누구보다 바삐 살았던 그때, 불과 몇 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지금 우리는 그때와 너무도 다르게 살고 있었다.
여자들이, 아니 엄마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육아와 일의 병행일 것이다. 엄마이기 이전에 일을 하는 여자로서의 삶과 일을 하고 있는 엄마로서의 삶은 끊임없이 부딪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엄마들이 그 두 가지 역할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한다. 우리에게도 바로 그때가 찾아온 것이다.
그 고민은 돈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롯이 돈 때문만이 아니기도 했다. 사랑하는 내 아이, 내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 있는 환경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컸지만 오롯이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엄마도 엄마의 일이 필요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 나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내 자리를 찾고 싶은 바람. 그 순간 우리들은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였고,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국 고민의 끝에는 해맑게 웃는 내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고 말았다. 내가 일을 하게 된다면 저 아이는 어떡하지? 누가 저 어린것을 맡아줄 수 있을까. 졸릴 때마다 엄마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볼을 비비는 저 아이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맡길 수 있을까. 5개월이 지나 10개월, 돌쟁이가 되고 나면 그 결정이 쉬울까. 아이가 더 커서 3살이 되고, 4살이 되면 그 결정이 쉬울까. 아니었다. 내가 어느 한순간도 엄마가 아닌 순간이 없듯이, 아마 앞으로 나는 그 고민에서 한 순간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어느 순간 고민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덮어두는 것일 뿐. 엄마들의 끝나지 않을 고민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자라면서 단 한 번도 내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겠다는 다짐을 굽힌 적이 없다. 우리 남매를 키워주신 엄마처럼 당연히 나 또한 내 손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는 것은 전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아니 무척이나 어려워 보였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장인과 아이들과 함께하는 엄마,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해 보였다. 내가 다녔던 회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회사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그 일이 가능할 것 같았고, 실제로 그런 여자 선배들이 많았다. 그녀들은 더 뛰어났고, 더 능력 있었지만 발톱을 애써 감추었다. 더 잘하고 더 인정받으려면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 아직 우리나라 대기업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일은 시간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란 어려웠다. 물론 주위를 둘러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엄마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여자들이 내 곁에 흔하지도 않다.
유안이 엄마는 결국 팀장제의에 화답하지 못했다. 론이 엄마도 여전히 다시 일할 날을 꿈 꾸고 있다. 나 또한 늦은 밤까지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컴퓨터를 만지작거린다. 그 무렵, 사회로 나아가는 조그만 통로라도 만들어 놓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말도 못하는 갓난쟁이를 안고 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조차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에 난 열병때문에 온몸이 타버릴 것만 같았다. 바깥 세상에서 잊혀져 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이대로 집 안에 갇혀 버릴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다른 공간에서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한다.
멋진 여자이고 싶은 마음과 멋진 엄마이고 싶은 마음이 오늘도 쉴 새 없이 줄타기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어려운 문제에 과연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명쾌한 해답지가 있을리 없지만, 매일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이 문제의 답은 과연 무엇일지...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답을 찾으며 밤을 지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