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윙 6인치 목토 부츠, 875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멋져진다.

Aug 28. 2025

노동자의 신발에서 문화적 아이콘으로

지금은 측면에 레드윙 로고가 없지만, 옛날에는 레드윙로고가 음각으로 찍혔던 적도 있습니다.

1905년 미국 미네소타주 레드윙에서 탄생한 레드윙 부츠는 철도, 목재, 광산 등 산업 현장의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6인치 목토 부츠(6-inch Moc Toe Boot) 라는 이름으로, 875 숫자 자체는 단순한 제품 구분용 코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875라는 숫자가 상징성을 띠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875의 가장 큰 특징은 목토 (Moc Toe) 디자인입니다. 발등 위에 덧댄 가죽과 스티치는 북미 원주민 모카신에서 유래했고, 내구성을 강화하면서 발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대응합니다. 6인치 높이는 발목을 감싸 안정감을 주고, 거친 환경에서 부상을 예방하도록 설정된 균형점입니다. (8인치 부츠도 존재합니다. 875 를 좀더 길게한 버젼이 877 입니다.)

8인치 모델인 877 의 경년변화 입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875는 굿이어 웰트(Goodyear Welt) 공법으로 제작됩니다. 어퍼와 아웃솔을 가죽 웰트로 꿰매고, 이 웰트를 솔과 접합하는 방식으로 부츠를 구성합니다. 이 공법의 장점은 내구성, 방수력, 수선 가능성입니다. 밑창이 닳아도 웰트를 따라 솔만 교체하면 되므로 한 켤레의 부츠가 수십 년 이상 착용자의 발에 맞춰 진화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접착식 방식과 달리 구조적으로 견고하며, 착용자의 체형과 보행 습관을 반영해 자연스럽게 발에 맞는 점이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밑창과 신발을 실로 꼬매어 고정한 것입니다.

875는 20세기 중반 반전 운동과 청년문화 속에서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미국 영화에서는 《택시 드라이버》(1976) 속 로버트 드니로가 착용한 부츠가 실제 M65와 유사한 군용 부츠였지만, 당시 젊은층은 워크부츠를 노동자·군인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스타일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음악에서도 밥 딜런, 닐 영과 같은 포크·록 뮤지션들이 무심하게 6인치 부츠를 신고 무대에 서며, 실용성과 저항적 태도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875의 상위버젼 1907 입니다. 슈레이스가 가죽인 점이 특징입니다.

일본에서는 아메카지(미국 캐주얼) 문화가 부츠와 워크웨어를 재해석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리얼맥코이, 웨어하우스 등이 있으며, 워크웨어를 철저히 복각하고 정밀하게 매치하며 일본식 빈티지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레드윙 875는 단순한 노동용 신발을 넘어 헤리티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90년대 기무라 타쿠야

문화적 확산 과정에서 875는 워크웨어 리바이벌과 스트리트 패션 속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았습니다. 오버사이즈 청바지, 레이어드 셔츠, 가죽 재킷과 매치되며 “투박함 속의 정직한 스타일”이라는 미학을 구현했고, 브랜드와 모델 번호 자체가 아이덴티티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875는 기능과 상징, 노동과 문화,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부츠입니다. 목토 디자인과 6인치 높이, 미국 레드윙 공장에서 이어진 굿이어 웰트 공법, 반전 운동과 일본 아메카지 문화 속 재해석까지, 모든 요소가 모여 875를 단순한 신발 이상의 아이콘으로 만들었습니다.

875는 6인치 목토 부츠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며, 동일한 6인치 목토 형태를 유지한채 가죽의 색상, 타입, 아웃솔의 변형 다른 고유 넘버로 다양한 모델이 많습니다. 하지만 딱 하면 떠오르는 그 부츠는 아마도 875 일것입니다. 목토스타일이 아닌 플레인 토 스타일도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