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성(姓)과 이름은 어떻게 불리우는가?

너의 이름은. 1 - 사람을 부르는 말에도 관계가 담겨 있다.

by 우주사슴

사람을 부르는 말 하나에도 관계의 깊이가 담긴다면, 일본에서는 그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 성과 이름, 호칭, 애칭의 사용은 단순한 언어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관계를 읽고 조율하는 사회적 장치이자, 친밀도와 합의, 공식성, 집단 내 균형을 동시에 보여주는 구조적 언어다.


성명 교환: 관계의 시작


성씨는 공적 신분을 표시하는 첫 번째 단계다. 이름 공개는 친밀한 관계가 전제된 합의 행위이며, 성만으로도 사회적 식별과 안전지대를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초면에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성만 공개하는 것이다.성에서 이름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관계의 합의와 친밀도를 동시에 확인하는 의식과도 같다.


유명배우 이시하라 사토미 (石原 さとみ) 와 처음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시하라 상(さん) 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성 + 이름 조합입니다. 아시다시피 서구권은 반대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영어로 일본이름이 표기될 때 이름 + 성 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石原 さとみ 밑에 SATOMI ISHIHARA 같이 표기됩니다.


호칭 변화: 친밀도의 단계


호칭은 관계 친밀도를 드러내는 신호다. 성씨+상에서 이름+상, 이름+짱,군, 이름 단독, 마지막으로 애칭에 이르는 단계는 관계의 깊이를 시각화한다. 타메구치, 즉 반말 전환은 이름 단계 이상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애칭 단계에서는 자연스럽게 통용된다. 호칭 하나에도 관계의 깊이와 신호가 담겨 있다.


이시하라 사토미와 관계가 가까워 지면 질수록 '이시하라 상' -> '사토미 상' -> '사토미짱' -> '사토미' -> '삿짱, 미짱' 으로 변해가게 된다. 호칭의 변화 과정 속에서 반말 전환이 이루어진다.



나이와 지위: 보조적 신호


한국에서처럼 나이가 위계와 친밀도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학년, 입사연도, 직위 등 맥락적 지위가 중심이다. 동급생이나 동기라면 나이 차이를 넘어 이름과 호칭으로 친밀도를 조정할 수 있다. 반대로 동급생이나 동기일지라도 존댓말이나 호칭으로 거리를 둘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사회가 관계 맥락과 공식성을 정교하게 관리함을 보여준다.


이름과 애칭: 사적 영역


이름 공개는 사적 영역으로의 입장권이며, 애칭 사용은 친밀도의 극치다. 공적 자리에서는 성씨로 돌아가지만, 친밀한 사적 관계에서는 애칭에서 성으로 되돌아가는 역행은 드물다. 발생한다면 그것은 거리두기나 공식성 회복의 신호일 뿐이다.


성 단독 호출: 예외적 신호


상이나 군/짱 없이 성만 부르는 것은 권위·위계 강조, 긴급 상황, 장난 섞인 친밀감 등 특수한 맥락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위대나 스포츠팀 등 즉각적인 소통이 필요하고, 긴장이 요구되는 곳에서 쓰인다. 일반 대인관계에서는 무례하거나 거리감 없는 표현으로 간주되어, 공식적 층위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외국인 상대: 실용적 조정


외국인은 일본식 호칭과 층위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일본인은 이름을 바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성→이름 단계 합의 과정은 생략되고, 커뮤니케이션 효율과 이해 가능성이 우선된다. 이는 일본식 층위 구조가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혼 후 성 변경: 공적 층위의 재배치


일본에서 여성은 결혼 후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적으로는 부부가 같은 성을 써야 한다. 하지만 95프로의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라간다.) 공적 층위에서의 재배치를 의미하지만, 사적·친밀한 이름 사용 층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친밀한 인간관계에서는 이전의 이름·애칭 층위를 유지할 수 있다.


집단과 다인 관계


3인 이상 집단에서도 성→이름→애칭 층위는 유지된다. 내부 친밀 서클에서는 이름과 애칭이 자유롭게 사용되지만, 집단 전체의 균형과 위계는 성씨 중심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일본 사회는 공적 질서와 사적 친밀성을 동시에 관리한다.


문화적 의미와 종합


성, 이름, 호칭, 타메구치(반말), 애칭 체계는 단순한 언어 규칙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 친밀도, 합의, 공식성, 집단 균형을 조율하는 사회적 장치다. 나이는 보조적 신호에 불과하며, 외국인 상대나 법적 변화에서도 일부 층위가 조정된다. 한국이나 서구권과 비교할 때, 일본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문화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결국, 일본에서 이름과 호칭 하나하나에는 관계의 깊이, 신뢰, 사회적 신호가 담겨 있다.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읽고 설계하는 장치인 셈이다. 이름을 부르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일본 사회의 구조와 인간관계의 세밀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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