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은 왜 에네르기파를 외치는가?

만화에서는 기합이지.

by 우주사슴



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기술 이름을 외칠까. 실제 전투라면 굳이 공격을 알리는 셈이니 비효율적이고, 전략적 위험까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의문은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의 장르적 장치와 매체적 필요,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풀린다.


"되돌려 주겠어, 초 에네르기파(카메하메하) 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사용하는 에네르기파(이후 카메하메하*)다. 이 기술 외침은 단순한 공격 동작을 넘어 캐릭터의 결의와 개성을 보여주며, 팬덤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상징적 장치가 되었다. 드래곤볼을 통해 카메하메하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에서 기술 외침을 가장 널리 알린 사례로 자리 잡았다.


*카메하메하: 무천도사가 창시한 기술로, 거북이라는 이름 들어간 기술명을 찾던 중 카메하메하가 된것이다. 이는 3개의 층위가 있는데, 첫째는 카메는 일본어로 거북이란 뜻이며, 둘째 마지막 글자 하는 波 (파동권의 파가 맞다. 하도우켄이라고 발음하며, 카메하메하가 더 먼저 등장) 라는 뜻이며 셋째 카메하메하 뜻 자체는 하와이의 전통왕조를 뜻한다.

즉 카메하메하라는 하와이의 전통왕조의 이름이 기술명이 된것이다. 일종의 언어유희
(더불어 드래곤볼의 등장인물도 이런식으로 채소의 이름을 본따 지어진 경우가 많다. 카카로트=당근)

그럼 왜 우리에게는 에네르기파로 알려져 있는가?

카메하메하를 그대로 쓰게되면 그걸 그대로 이해할 독자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어 였기에 당시의 정서상 일본만화라는 느낌을 주면 안되는 시대였다. 당시에는 여러가지 번역본이 존재했고, 그 당시는 해적판이 대다수였다.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서울문화사가 에네르기파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국내에는 에네르기파가 굳어지게 되었다. 카메하메하의 모습이 에너지를 모아 쏘는 느낌이므로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적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너지파라고 하게 되면 음절이 하나 모자라게 되므로, 에너지의 독일어를 차용한 일본식 발음인 에네루기를 차용했던것으로 보인다.
(일부 이후 작품에서는 에너지파라고 더빙된 사례도 종종 보인다.)



물론, 카메하메하가 기술 외침의 원조는 아니다. 이미 1952년 테즈카 오사무의 아톰에서는 로봇 기능명을 외치는 장면이 있었고, 1970년대 마징가Z, 겟타로보등 로봇물에서는 “로켓 펀치!”, “겟타 빔!” 같은 기술 외침이 등장했다. 즉, 드래곤볼 이전에도 일본 매체에서 기술 외침은 존재했지만, 카메하메하는 이를 대중화하고 상징화한 사례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일본에서 이러한 표현이 발달한 배경에는 일부 문화적 연관도 있다. 전통 연극인 가부키와 노, 일본 무도의 기합처럼 극적 순간이나 결의 표현을 외침으로 강조하는 관습은 현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기술 외침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일정한 연관성을 갖는다. 직접적 근거를 완전히 입증할 수는 없지만, 유사한 표현 방식이 자연스럽게 현대 매체에 스며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술 외침의 기능은 다층적이다.


첫째, 매체적 기능이다. 만화는 정적 이미지 중심이어서 동작과 힘을 직접 전달하기 어렵다. 기술명을 외치는 장면은 글자체, 말풍선 크기, 효과음과 결합해 공격의 위력과 속도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청각적 요소가 더해져 외침이 타격감과 몰입을 극대화한다.


나루토~ 라센강!


둘째, 캐릭터와 서사 표현이다. 루피의 ‘고무고무노 피스톨!’, 나루토의 ‘라센강!(나선환)’, 탄지로의 ‘히노카미카구라’ 외침은 단순한 기술 표시를 넘어 캐릭터의 결의와 개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장르별 요구에 따라 외침의 길이, 리듬, 사용 빈도 등 표현 방식도 달라진다.


루피의 고무고무노


셋째, 팬덤과 상업적 기능이다. 기술명과 외침은 피규어, 게임, 굿즈, 팬덤 내 공통 언어로 활용되며, 단순 연출을 넘어 문화적 코드 역할을 수행한다. 현실 격투기에서도 짧은 기합과 외침은 존재하지만, 장시간 기술명을 외치는 것은 위치 노출과 전략적 위험 때문에 현실적 의미는 제한적이다.


탄지로의 히노카미 카구라


헐리우드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흐름이 나타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캐릭터가 공격 기술명을 외치기보다는 시각 효과, 사운드, 카메라 워킹으로 임팩트를 전달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Avengers, assemble!” 같은 외침이나 변신 시퀀스에서의 외침 등 일부 장면은 일본식 기술 외침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글로벌 애니메이션과 게임 원작 영화에서 캐릭터가 공격 기술명을 외치는 장면을 재현하는 경우도 많아, 헐리우드도 영향을 받고 있다.


고죠 사토루의 영역전개 무량공처


결론적으로, 카메하메하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에서 기술 외침을 대중화하고 상징화한 대표 사례다. 이 장치는 캐릭터 표현, 서사 몰입, 장르적 필요, 팬덤 참여, 상업적 활용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장치로 기능하며, 문화적 연관과 매체적 필요, 글로벌 영향까지 아우른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가 기술을 외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전투 전략을 넘어서 매체와 문화 속 장치로서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번개의 호흡 1의 형 벽력일섬 (후 길다.)
부록. 용호의 권의 초필살기 패왕상후권 아오소포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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