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2 - 혼네, 다테마에, 메이와쿠
일본에서는 사람을 부르는 말 하나에도 사회적 신호가 담긴다. 기본적으로 성과 이름이 개인 식별의 출발점이며, 여기에 호칭(상, 군, 짱 등)과 애칭을 더하면 친밀도와 관계의 거리를 표현할 수 있다. 게다가 존댓말과 반말 같은 말투까지 결합되면, 동일한 사람이라도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자아’가 만들어진다.
일본의 성과 이름이 어떻게 불리는지 사전에 읽으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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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층적 구조가 혼네, 다테마에, 메이와쿠와 맞물리면서 일본 사회에서 개인의 내적 진심과 공적 태도를 동시에 관리하는 복합적 사회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름과 호칭 체계가 관계의 틀을 제공하고, 혼네·다테마에가 그 위에서 내적·외적 자아를 조율하는 것이다.
혼네(本音): 내적 진심
혼네는 개인의 내적 진심과 욕구, 본심을 의미한다. 공적 상황에서 혼네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 부담이나 갈등으로 이어지므로, 사적 영역이나 친밀한 관계에서만 발현된다.
예를 들어, 같은 직장 동료라도 상황에 따라 호칭과 말투가 달라진다.
회의실에서는 ‘이시하라 상’처럼 성+상과 존댓말을 사용하며 공식적 의견을 전달한다.
회식 자리에서는 ‘사토미’처럼 이름+애칭과 반말을 사용하며 긴장을 풀고 농담을 주고받는다.
커피 브레이크나 복도에서의 짧은 대화에서는 상황에 따라 혼네와 다테마에가 혼합된 호칭과 말투가 나타난다.
신규 입사자와 호칭 변화의 예시
신규 입사자인 이시하라 사토미가 조직에 들어오면 초기에는 ‘이시하라 상’ 과 존댓말로 불리며 공식적 거리를 유지한다. 이름만으로 부르는 것은 거의 없다.
입사 초기(1~3개월): 동료와 커피 브레이크, 점심 시간을 통해 서로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관찰.
관계 친밀도가 높아질 때: 동료가 장난스러운 농담을 먼저 던지거나 반말을 허용하는 듯한 말투를 보일 때, ‘사토미 군’ 같은 친근한 호칭이 시도된다.
몇 개월 후, 충분한 친밀도 형성 시: 서로 사토미 혹은 삿짱 등의 애칭으로 부르며 반말 사용. 사적 공간에서는 혼네가 발현하지만, 공식적 자리에서는 다테마에적 태도를 여전히 유지한다.
호칭 전환의 타이밍과 신호는 웃음, 농담 수용, 반말 허용, 점심·회식 참여 정도에서 감지된다.
다테마에(建前): 공적 태도와 사회적 조화
다테마에는 혼네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단순히 “형식적 태도와 역할”을 넘어 사회적 조화와 배려를 담고 있는 공적 태도다.
회의에서 상사의 의견에 반대할 때, 일본인은 직접적인 “그건 잘못됐습니다”를 피한다. 대신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다.
상사: “이번 프로젝트 일정은 이번 달 말까지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토미: “그 일정은 조금 촉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혹시 일정 조정을 고려해보는 건 어떨까요?”
혹은 “제가 검토한 결과 몇 가지 리스크가 예상됩니다만, 팀 의견도 함께 들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팀원에게 업무를 배분하며 균형을 유지하거나, 신규 입사자를 소개할 때 팀 분위기를 고려하는 것도 다테마에적 행동이다.
다테마에는 단순한 의무감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는 배려와 예의를 포함하며, 이름과 호칭, 존댓말은 이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다.
메이와쿠(迷惑): 섬세한 사회적 배려
메이와쿠는 흔히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로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지 않기, 부담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균형을 유지하는 섬세한 배려까지 포함한다.
동료에게 일을 부탁할 때, 상대의 일정과 상황을 고려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요청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 경우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분위기 조절
이러한 미묘한 배려까지 메이와쿠에 포함된다. 이름과 호칭, 말투 선택은 이러한 사회적 배려와 밀접하게 연결되며, 공식 자리에서는 다테마에와 결합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친밀한 사적 공간에서는 혼네와 맞물려 관계 친밀도를 조절한다.
이름 체계와 사회적 안전망
이름·호칭·언어의 선택은 혼네, 다테마에, 메이와쿠와 맞물려, 개인이 내적 진심과 공적 태도를 동시에 관리하도록 한다. 일본인에게 페르소나는 단일한 자아가 아니라, 관계 맥락에 따라 가변적인 사회적 자아의 집합으로 존재한다.
공식적 자리에서는 다테마에를 유지하며,
친밀한 사적 관계에서는 혼네를 발현하고,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메이와쿠가 전체 구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본식 다층적 페르소나는 이름과 호칭에서 시작된 개인적 식별자가, 혼네·다테마에·메이와쿠라는 문화적 장치와 만나 관계 설계와 사회적 조율의 복합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이다. 단순한 언어 규범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층위를 설계하고, 내적 진심과 외적 태도를 동시에 관리하며, 사회적 책임과 친밀도를 조율하는 사회적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