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y life.
Scene 1. 1998
고등학교 교실 밖 급식당 앞 . 점심시간의 소음과 청춘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줄을 선 채 손에는 프린트해온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있었다. 흐릿한 잉크로 인쇄된 가사, Don’t Look Back in Anger. 그 가사를 그 시간에 외웠다. 남들은 모르는 노래를 나는 알고 있다는 그 사실이 묘한 우월감을 주었다. 그것은 단지 음악을 안다는 차원이 아니라, 남들은 모르는 우월한 음악의 세계에 한 발 들여놓은 느낌이었다.
그 시절엔 세상이 작았다. 그저 유명한 밴드의 유명한 앨범을 듣는게 전부였다. 오아시스의 앨범 Morning Glory는 그 중의 하나였다. 그 앨범이 발매된지 3년 남짓이었다. Hello, Roll with it,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 까지의 4곡은 플레이하면, 시간이 너무나 빨리갔다. 카세트테이프는 너무 자주 들어 늘어났고, 테이프를 냉동실에 넣으면 복원된다는 소문을 믿고 실험까지 했다. 얼린 테이프를 꺼내며 마치 무언가를 되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 순진함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기지만, 그건 진심이었다. 결국 늘어난 테이프는 계속해서 씹혀갔다.
Scene 2. 2002
대학 밴드 연습실. 그 곡을 카피하며 손끝의 감각에 집중했다. 피크를 쥔 손이 떨릴 때마다, 내가 동경하던 오아시스의 그 곡을 연주한다는 느낌이 끝내줬다. 좋아하던 밴드의 음악을 직접 연주한다는 건 그 시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한 쾌감이었다.
하지만 연주해보니 그들의 톤, 그들의 그루브, 그들의 기류를 재현하는 건 어려웠다. 그 특유의 영국식 기타톤은 아무리 이펙터와 앰프를 만져도 재현이 불가능했다. 그때는 ‘감성과 실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단순했다. 장비가 달랐다. 좋은 기타와 좋은 앰프, 그게 필요했 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연주는 순수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었고, 미숙했지만 진심은 왜곡되지 않았다. 내게 연주는 ‘동경의 대상’을 깊이 이해 할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과정의 연속이 청춘이었다.
Scene 3. 2006
제대 한 다음해 2월 21일. 오아시스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록의 불모지라 불리던 이 땅에 그들이 온다니 믿기지 않았다. 1박 2일이라도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까지의 거리보다 음악이 더 가까웠다.
공연이 시작되고, 그 노래가 울려 퍼질 때, 나는 충동처럼 갑자기 좋아하던 여자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 말 없이 그 소리를 들려줬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지만, 그때는 그게 가장 순수한 표현이라고 믿었다. 음악으로 전하고 싶었다. 내 목소리는 함성 속에 묻혔고, 상대방의 반응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았다. 나만의 독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음악과 젊음이 한 점에서 겹치는 찰나였다. 그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던, 그러나 그 어떤 순간보다도 찰나였던 기록이다.
Scene4. 2009
4월 1일, 오아시스가 내한했다. 그러나 나는 신입사원으로 감히 휴가를 낼수가 없어 간다는 생각은 감히 못했다. 그 시절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당연히 퇴근하지 못하던 시절이다. 리엄이 곧 다시 보자고 했다는 소식은 접했다.
그리고 펜타포트에서 떨어져 나온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첫해에 등장했다.
위저와 오아시스가 헤드라이너로 밝혀졌다. 이는 내 취향 200% 의 라인업이다.
3박 4일 동안 캠프를 했다. 맥주를 마시며, 잔디 위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치 79년도의 우드스탁 같았다.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자연을 즐기고,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오아시스의 최종무대가 끝나고 새벽까지 잔디밭에 남은 사람들 사이로 나는 기타를 들었다. 마치 노엘이 된 것처럼 첫 코드 C 를 울렸다. Slip inside~
그 순간, 주변에서 누군가 따라 불렀다. 이내 수십 명이 합창이 되어버렸다. 새벽의 냉기가 살짝 내려앉았고, 별빛과 조명 불빛이 어우러졌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묶는다는 말의 의미를,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건 공연장보다도, 앨범보다도, 더 진짜의 음악이었다.
Scene5. 2025
10월 21일, 지금으로부터 이틀전 그들의 공연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지 못했다. 복잡한 감정이다.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Morning Glory 앨범을 틀었다.
이 글은 공연을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시작되었지만,
‘Don’t Look Back in Anger’라는 한 곡이 내 삶의 시간축을 따라 흘러가며, 각 시기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를 비춘다. 하지만 그 노래는 95년도 발표 당시 당연히 그대로이며, 내가 변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그 노래는 늘 내 곁에 있었지만, 그 의미는 계속 변했다.
이제 “분노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문장을 알겠다. 분노나 후회를 가진채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게 아닐까? 이 노래가 이제서야 나에게 가르쳐 주는게 아닌건지 문득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