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프 오브 치킨 in Korea, 2025

wonderlive 2025 headliner

by 우주사슴
이번 내한에 언론에 제공된 사진이다.


12년 만에 다시 마주한 범프 오브 치킨은 단순한 나의 과거의 청춘밴드가 아니었다.


락 인 재팬 2013 에서 그들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가능성과 불안이 뒤섞인 청춘의 시간 속에 있었다. 그들은 이미 일본 음악계에서 확고한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들의 무대를 그저 보고 싶을 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삶의 궤적도, 책임의 무게도, 속도의 감각도 크게 달라졌지만, 다시 만난 그들의 공연은 오랜 과거를 소환하는 대신 지금의 나를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그 사이를 이은 시간의 결 그리고, 청년과 중년의 이어짐을 느끼는 경험이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가장 먼저 체감된 변화는 관객 구성의 세대 이동이었다. 대부분은 20대와 30대 초반의 팬들로 채워져 있었고, 그 안에서 나와 비슷한 또래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범프 오브 치킨이 세대를 넘어 다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많은 밴드가 장기적인 커리어에서 겪는 정체나 이탈이 이들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다. 최신곡 중심의 셋리스트는 단지 신곡 홍보가 아니라, 현재의 자신들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반세기 이상의 대중 음악 역사에서 이런 지속적 재생산과 세대 확장은 결코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 활동이 30주년이 된다.


12년 전에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감성적 신호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한 밴드였지만, 지금의 범프 오브 치킨은 그 체계를 더욱 단단한 형태로 확장해 있었다. 놀라운 점은 그 확장 과정에서도 중심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음악적 성실함은 단순한 숙련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과 표현에 대한 일관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무대를 대하는 자세, 곡의 구조를 다루는 방식, 멜로디와 메시지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지키는 감각은 여전히 견고했다. 변화한 것은 조금의 외적 스타일뿐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음악을 자신들의 언어로 삼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후리와라 상의 그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여전했으며, 그 여전함이 나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보여준 변함없는 태도는 관객의 세대 변화와 뚜렷한 대비를 이루었다. 나를 포함한 과거의 청춘들은 시간이 흐르며 여러 역할과 책임을 떠안았고, 일부는 음악적 취향 자체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반면 범프 오브 치킨은 나이와 경력을 초과해 자신들의 속도를 유지했다. 이는 단순한 성실함이 아니라 삶의 구조 전체를 음악 중심으로 유지해 온 결과였다. 이런 태도는 수행의 언어에 가깝고, 창작자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자기 갱신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답안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공연을 보며 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동시에 바라보게 되었다. 12년 전의 나는 변화 가능성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지금의 나는 그들에 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점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관성, 어느 정도의 성취 이후 생기는 타협,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식되는 감각의 예민함 등이 떠올랐다. 범프 오브 치킨은 여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었고, 관객은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내 자리에서 어디쯤 멈추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 생겼다.


그 질문은 불편하지만 유효했다.


어떤 자극을 받아야 사람이 다시 움직일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내가 받은 자극은 단순한 감정적 떨림이 아니라, 자기 갱신을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인지적 자극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꾸준함이 나를 비추는 거울처럼 작동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의 태도에서 정체성의 문제까지 연결되는 긴 흐름이 생겼다. 결국 내가 다시 검토해야 할 것 언제나 그렇든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것이다.


12년 만의 재회는 추억을 소비하는 경험이 아니라, 시간을 직면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그들의 음악은 과거를 다시 꺼내어 감상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지지 않는 태도와 세계를 보여주는 증거였고, 나는 그 증거를 통해 내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일관된 태도는 단순히 음악이 좋다는 감상을 넘어, 꾸준함과 진실성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가 된것이다.


이 공연은 끝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행위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범프 오브 치킨은 자신들의 속도로 계속 전진하고 있었고, 그런 움직임이 새로운 세대에게도 계속 닿고 있었다. 그 사실은 단순히 음악적 성취가 아니라 시간과 싸우는 태도의 승리처럼 보였다.


결론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수렴한다.

나도 멈출 수는 없다.



원더리벳 인스타그램의 공식 영상 캡쳐


Set list 2025.11.14 Wonderlivet 2025


Acacia

Hello,world!

Sharin no Uta

SOUVENIR

Chronostasis

I (Live debut)

Hana no Na

Tentai Kansoku

ray

Encore: Karma


여담,


헤드라이너였지만 무대 시간은 확실히 짧았다. 언젠가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기대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 순간이 온다 해도 티켓팅은 일본의 거대한 팬덤을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험난할 것이다.


관객의 약 3분의 1은 일본인으로 보였고, 그들은 범프를 보기 위해 직접 일본에서 한국까지 온 듯했다. 오늘의 공연은 2025년에 펼쳐지는 범프의 첫 라이브였기에, 그들에게는 이동의 수고를 감수할 만큼 충분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바로 전 무대는 Kana-boon이었다. 그들의 대표곡 실루엣을 연주하기 전에 보컬 마구로상은 “이 곡을 끝까지 듣고도 범프 무대는 맞출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관객이 곡 중간에 빠져나가는 것을 은근히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루엣은 그들의 최고 히트곡이지만, 범프 대기열 앞에서 관객 이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우리는 범프보다 멋져”라는 농담 섞인 멘트를 하기도 했는데, 이것을 카나붕 특유의 유쾌함으로 볼지, 마구로상의 들뜬 분위기로 볼지는 선택의 문제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페스티벌에 등장한 다수의 일본 아티스트들은 범프 오브 치킨을 들으며 자랐고, 음악적으로도 그들에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범프는 동료 아티스트들이 존경하는, 일종의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원더리벳 인스타그램 공식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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