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산 할아버지 다시 듣기

동요라는 가면을 쓴 산울림표 사이키델릭 록 넘버다.

by 우주사슴

산울림의 산할아버지는 누구나 아는 동요다. 이 문장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 곡을 가장 빠르게 소비하게 만드는 설명이기도 하다. 보통 익숙한 멜로디에 젖어 이곡을 듣게 되고, 빠지다 보면 어느새 3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만다.


이 곡의 구성은 일반적인 노래의 문법과 거리가 멀다. Verse 도 없고 Bridge 도 없다. 하나의 Refrain 만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된다. 전개를 통해 변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 반복은 장치가 아니라 곡의 정체성이다. 이 구조는 동요이기 때문에 허용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요라는 외피가 있었기에 가능한 급진적인 선택이지 싶다.


Verse: 서사를 전개하며 곡의 정서와 풍경을 처음 설정하는 구간, 보통 1절, 2절이라고 표현
Bridge: 반복을 잠시 끊어 구조적 전환을 제공하며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구간
Refrain: 곡의 핵심 정서를 응축해 반복적으로 인지시키는 중심 구간, 후렴


형식은 전형적인 쓰리코드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최소한의 편성. 소리를 줄이고, 연주를 절제하며, 여백을 남기는 선택이 곡 전체를 관통한다. 왜 이렇게 대충 연주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각각의 소리는 응집되지 않고 흩어져 있다. 그렇기에 여백이 주는 공간감이 확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이 산울림 사운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쓰리코드 구성: 으뜸화음(I), 버금딸림화음(IV), 딸림화음(V) 세 개의 기본 화음만으로 곡의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단순성과 반복의 감각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동요로 발표되었지만, 찬찬히 들으면 산울림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감각이 분명히 살아 있다. 그리고 멜로디와 기타 리프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서구 록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한국 특유의 토속적인 감각 (민요스러운)을 자기 언어로 흡수한다.


김창완의 기타 연주와 솔로 역시 숙련미를 과시하지 않는다. 거칠고 단순하며 멋지게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곡에서 그것은 결점이 아니다. 연주의 단순함과 여백이 함께 작동하면서 산울림 특유의 사운드가 돋보인다.


산울림을 김창완 중심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곡은 김창훈이 작사/작곡을 했다.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김완선의 오늘 밤, 산울림의 회상 등 명곡을 남겼다.


이 곡의 또 하나의 재미는 아주 사소한 지점에 있다. 소절이 끝날 때마다 드럼이 탐을 한 바퀴 돈다. 그리고 아주 짧은 공백이 생긴다. 그 공백 위에 라이드 심벌의 벨 소리 하나가 "챙" 하고 얹힌다. 이 소리는 리듬을 밀지도, 장식을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멈춤을 강조하는 표식에 가깝다.


저 Bell 부분을 스틱의 팁(끝) 부분이 아닌 스틱의 바디부분으로 치면 "챙" 하는 사운드가 난다.



Refrain 만 반복되는 구조에서 이 작은 공백과 소리는 반복의 결을 만든다. 멜로디가 아니라, 그 순간의 정적을 기다리게 만드는 곡이다. 이 포인트 하나로 곡은 꽤나 재밌어진다.


좀 더 들어가 배경을 살펴보자.


산울림은 1970년대에 등장했다. 록 음악이 아직 장르별로 세분화되기 이전, 문법이 굳기 전의 시기다. 그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형제 밴드가 한국의 고유의 정서 위에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산울림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점이 경이롭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동요 앨범이 산울림의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시기와 겹쳐 있다는 사실이다. 동요를 발표한 이유가 어린이를 위해서건, 그 당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자유로운 창작을 위한 우회로였든 간에, 동시에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동요앨범을 발표하는 두 가지 길을 선보였다는 것은 실로 창작력과 에너지가 대단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산울림이 가진 단순한 기질을 가장 자유롭게 밀어붙일 수 있는 형식이 동요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산할아버지는 동요를 표방한 곡이지만, 본질은 쓰리코드로 밀어붙인 한국 토속 산울림표 사이키델릭 록 넘버다.


이제 이 곡을 다시 집중해서 들어보길 바란다.


동요라는 사실을 잠시 내려놓고, 사운드의 흩뿌려진 질감, 그리고 중간에 언급했던 라이드심벌의 벨소리, 김창완의 힘 뺀 기타 솔로, 전체적인 여백이 주는 공간감을 만끽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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