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노시스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핑크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의 앨범의 재킷 사진을 제작한 예술가 집단이다. 이 앨범이 나온 것이 벌써 50주년이 되었으니, 반세기가 지나버렸다. 이는 70년대의 대중음악이 신세대들만이 향유하던 그런 젊은 음악에서, 2024년 현재로서는 그 향유 범위가 70대의 사람들에게까지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세대가 바뀌는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활동하지 않는 세대에 태어난 그들은 책이나 인터넷에서나 부모님들이 이야기하는 핑크 플로이드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핑크 플로이드의 위대함은 세대를 걸쳐 꾸준히 명맥을 잇고, 사람들은 듣고 있지만)
70년대의 영국 록 음악씬의 특징은 60년대에 기틀을 다진 록음악이 세분화되고, 깊어진다 는데 특징이 있다. 그중에서도 프로그레시브 록, 싸이키델릭 록이라는 어떻게 보면, 길고도 지루하지만, 굉장히 예술적인 록의 장르도 여기서 정점을 찍는다. 그 정점에 핑크 플로이드라는 뮤지션이 있다. 그들의 음악을 기회 되면 들어보라 (the wall, wish you were here album을 추천한다.)
그 당시에 음악이 발매되었던 플랫폼은 LP라는 30센티 미터 지름의 레코드 판이었다. 그것을 종이로 된 보관함에 넣었고, 그 면적이 0.9m2인 정사각형의 표지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 뒷면에도 같은 면적이 있으니, 실제로는 0.9m2 의 사진 혹은 그램을 2장 앞뒤로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라디오 등이 거의 유일한 대중 매체였고, 실제로 공연을 보거나, 잡지 등의 사진을 보기까진,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그런 세상이었다. 그래서 앨범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부터 주로 아티스트나 뮤지션의 얼굴을 넣는 그런 앨범 커버가 주된 구성이었다.
비틀스의 후반기의 역작들도 rubber soul, revolver, sgt, abbey road, let it be의 앨범 커버를 보면, 비틀스 멤버들이 어떻게든 표현이 되고 있다. (white album을 제외하곤, 애당초 그 앨범의 커버는 흰 색종이뿐이지만)
그런 도중 힙노시스라는 예술가 집단과 핑크플로이드가 만나면서 앨범 재킷에도 시각적으로 새로운 관점의 앨범 커버 디자인이 시작되었다. (물론 핑크플로이드 앨범만 제작해 준 것은 아니다. 폴매카트니나 AC/DC 등의 아티스트와도 작업을 하였다.) 즉 앨범이라는 것이 하나의 예술적인 결과로, 시각적으로 청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주는, 처음의 시도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앨범의 콘셉트와 아티스트의 요구에 맞게 그 앨범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보다 더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이미지와 음악과의 결합이다.
힙노시스의 작품들을 보면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에 입각한 그것처럼, 왜곡되거나, 신비로운 이미지가 충만한다. 힙노시스의 인터뷰를 보면, 실제로 달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로 음반사를 거치지 않고 뮤지션과 직접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음반사를 통해서 작업하게 되면, 아무래도 뮤지션의 의견이 아닌 음반사의 의견도 들어감과 동시에 자본주의적인 요구가 반영되게 된다. 그리고, 70년대에 그런 이미지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현재 우리는 간단히 컴퓨터작업으로 할 수 있는 것들, 이미지의 시각화, 그리고 참고할 수 있는 수많은 도안들로 인해, 이런 과정이 다소 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70년에는 그런 것이 최초였고, 컴퓨터 또한 없었다. 수많은 육체노동과 시행착오가 수반되었음이 분명하다. 반대로 그런 70년대의 업적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디자인들은 이렇게 발전되어 왔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80년대가 되면, 미국의 MTV 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전환되게 된다. 물론 70년대에도 뮤직비디오 같은 것은 제작되어 왔지만, 연주 장면 위주로 제작되어 있었고, 내러티브를 본격적으로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에 접어들어서 이다.
마이클 잭슨이 갑자기 좀비가 되어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Thriller)를 보라.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LP 위주에서 CD 위주로 플랫폼이 바뀌어 실제로 앨범커버가 작아지게 된다. 지름이 30센티에서 12센티로 줄어들게 되어, 그에 따른 면적은 84%가 감소하게 된다. LP를 턴테이블에 올리기 위해 바라보던 이미지가 확 줄어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앨범커버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 음악을 가장 먼저 접하고 판단하고 인식하게 되는 이미지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기술과 다양한 예술들이 발달하고, 상업적으로 발달해 가는 상황에서 다양하게 앨범커버라는 것은 발전해 왔다.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초현실주의의 이미지를 창작해 오던 힙노시스는 그렇게 당연한 세월의 흐름에 밀려나게 되었다. 그들의 역할과 업적을 평가절하할 마음은 없지만, 그들과 작업했던 뮤지션들의 음악이 훌륭했기 때문에 앨범의 커버가 주목을 받고 인정을 받은 것이지, 앨범 커버가 위대하다고 그 음악이 위대하다는 그 명제의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오늘날은 어떤가. 그 앨범커버는 스마트폰의 정사각형 이미지로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이미지일지라도 그 앨범커버가 가지는 가치는 여전히 소중하고 유효하다. 그리고 누구나 손쉽게 이제는 AI를 통해서 수많은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현세대 이전의 훌륭한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 과정 없이 만들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현시대의 플랫폼인 스트리밍 서비스이전에 Ipod을 위시한 mp3 player 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말 개발되어 스마트폰 등장이전까지) 그 시절에는 CD에서 추출해서 음원을 mp3로 만들 수도 있고, 그 과정을 거친 음원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전파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앨범커버가 누락되거나 없는 채 단순히 아티스트 곡명만의 정보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다만 Ipod 만큼은 앨범커버를 넣을 수 있도록 하여, 디스플레이된 화면에서 그것이 없다면 허전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고로 1만 곡이나 되던 mp3 파일을 일일이 앨범커버를 넣느라 하루 이틀을 꼬박 보낸 적이 있다. 현시점에서 애플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앨범커버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앨범에 담긴 좋은 음악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틀림이 없다.
갑자기 생각나는 멋진 앨범커버 5선을 정해 본다. 순위는 없다.
Queen, Made in Heaven '95
Nirvana, Nevermind '91
Rage against the machine '92
서태지와 아이들 III '94
Beatles,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67
그리고 하나더 최근알게된,
히쯔지분가쿠, 와카모노타치에 '18
사실 힙노시스의 이야기를 한건 힙노시스 전시회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경복궁 근처 그라운드시소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24년 8월까지) 사진 몇장을 업로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