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기분 좋은 느낌 자리, 하나

by Hildegart von Bingen

친구가 “혹시 고양이 키워보지 않을래?” 물었다. “내일 보러 갈게.” 대답했다.

길고양이를 볼 때 예쁘기는 했지만, 키울 자신은 없었다. 책임에 대한 무게 때문에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가끔 같은 장소에 나타나는 고양이를 보고 뭘 줘야 할지 몰라 고양이 잘알 친구에게 묻곤 했다. 그렇게 고양이 생각은 나타나고 잊히기를 반복하며 2년 정도 밀당 중이었다. 그때 친구가 물은 것이다.


다음날, 고양이를 보러 갔다. 3주 정도 된 베이비키튼이 숨숨집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왔다. 처음 본 고등어가 ‘데미안’이다. 그다음 나온 키튼이 올블랙. 두 마리 함께 키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에 형제를 데려오기로 느닷없이 결정했다. 그런데 세 번째 등장한 치즈냥을 보고 올블랙 대신 ‘테슬라’를 데려왔다.


테슬라는 예민하다. 어릴 때부터 쳐다보기만 해도 냐옹거리고, 억지로 약을 먹이면 무조건 뱉어낸다. 겁이 많아 서둘러 도망가다 발가락 뼈가 부러져 깁스하고, 발톱이 빠져 피맛도 봤다. 처음에 둘이 나뒹굴며 장난칠 때 테슬라가 냐옹 냐옹 거려서 데미안에게 괴롭힘 당하는 줄 알았다. 근데 데미안은 행동으로 바로 반응하지 소리를 먼저 내지 않는다. 테슬라는 조금만 거슬려도 냐옹거린다.

은근 상고양이인데, 냠냠 준다고 하면 뱃살을 깃털처럼 양옆으로 출렁거리며 달려온다.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서 드러눕는 반전 매력이 있다.


테슬라는 신중하다. 사냥놀이를 할 때 데미안은 10번 기회에 10번 시도해서 3번 성공하면, 테슬라는 4번 시도해서 3번 성공한다. 현관문이 열리면 데미안은 앞집과의 공용 공간을 탐색하는데, 테슬라는 경계를 넘어가지 않는다. 오래 지켜보고, 생각이 깊다. 다르게 해석하면, 데미안은 먼저 나가 온갖 시련 맛보고 돌아오면, 테슬라는 상황을 파악한 뒤 움직인다.


테슬라는 의리남이다. 테슬라가 다리 깁스를 한 적이 있는데, 밥 먹으러는 나오지도 않던 애가 데미안이 베란다 밖에서 냐옹거리면, ‘데미안 일병 구하기’처럼, 힘든 몸을 이끌고 데미안을 ‘구하러’ 나온다. 내가 샤워할 때면 자기가 물 젖는 게 싫다 보니 내 걱정을 해주느라 욕실 문 앞에서 어서 나오라는 듯 냐옹거리며 지키고 있다.


사료도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묵묵히 잘 먹는다. 데미안이 까다로운 식성이라 남기는 건 다 테슬라가 먹는다. 그래서 테슬라에게 건사료를 기본 양만 준 다음, 데미안에게 이것저것 시도한 뒤 남은 걸 테슬라에게 주게 된다. 그런 것도 다 잘 먹어서 미안하고 고맙다.


안자마자 도망치는 데미안에 비해 테슬라는 신사적이다.

“테슬라, 나 조금만 안고 있게 해줘~” 하면 냐옹거리지만 도망가지는 않는다. 기다려준다. 그런 다음 손등을 핥는다. 견딜 만큼 견뎌주었다는 걸 알기에 보내준다. 테슬라에게서 나는 헌신을 본다. 테슬라가 내 보호자가 되어준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나를 책임져준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 쓰는 건 행복하다. 기분 좋아지는 걸 계속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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