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새로운 생태계와 질서를 창조해 낼수 있나?
어릴 적, 우리 집을 포함한 많은 가내수공업 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고된 노동과 낮은 보상을 보며, 가업을 이어가기보다 다른 직업을 택하길 원했다. 당시에는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산업이 성장하는 시대였기에, 빈민가 출신이라도 직장을 구할 기회는 충분했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고, 나 역시 변화가 일상인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특히 1970년대 2차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 세대의 직업을 거의 이어받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결국 한국사회는 산업화시대와 동시적으로 완전히 성격이 다른 정보산업 시대를 맞이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느낀 것은 산업시대와 정보시대의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차이였다.
산업시대는 노동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한다면 정보산업시대는 그렇지 않다. 정보산업시대에는 성과가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고 네트워크처럼 연결되면서 다양성을 포괄하면서 가치를 만든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는 제조업 제품처럼 많은 생산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획과 콘텐츠에서 준비시간이 필요하고, 오히려 생산 보급에는 전자적으로 빠르게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정보시대 상품을 선택에는 가치가 핵심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이 성공하는 이유도 기술력 자체보다 사용자 생태계의 규모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산업시대를 이끌어온 기업인들은 대개 제조업 출신이다. 제조업 출신 경영자들은 플랫폼산업 같은 정보산업의 흐름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보산업 및 플랫폼 산업에서도 제조업식 ‘퇴근 시간 통제’에 집착하고, 서열구조로 하도급 생태계가 만드는 등 산업사회 방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고집한다.결국 산업사회 규칙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성장의 한계가 나타난다. 근본적으로 한국사회 플랫폼 사업이 경쟁력이 약한 이유는 본질은 수직적 구조속 폐쇄성도 큰 원인 중 하나다. 기업 간의 협력보다는 수직적 구조속에 편입되기를 원한다. 전체적인 한국사회 서열화된 기업 조직의 변화 및 문화적 각성이 필요한 이유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를 이룬 주역이지만, 정보화시대에도 주요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었다.
이들은 정보산업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사실 우리는 발전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분명 산업의 형태는 다르지만 한국사회에서 소프트웨어 산업마저 산업시대 방식으로 운영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공사 일위대가’처럼 인력비로 책정한다. 이러한 특징은 창의성과 협업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특징을 인식 못한 채 수직적 조직문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IT 산업의 성장이 시작되었다.
결국 이 구조 속에서 IT업계는 ‘3D 업종,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취급을 받았고, 우수 인재들이 기피하게 되었다. 여기에 기술자들이 절망하게 되는 이유는 정치적 인맥에 따른 낙하산 인사로 인해 전문성과 노력이 대접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사기는 무너졌다.
결국 이러한 경험은 사실 한국사회가 격지 못한 후기 근대화의 부재에 따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서구 사회는 1968년 이후 후기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산업시대 관념을 비판하고 교육·구조 개혁을 이뤘다.
이 과정이 IT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다. 반면, 한국은 근대화 직후 산업화·정보화를 동시에 겪었고, 그나마 민주화되는 사회분위기가 있어 조금씩 변화는 되었지만 수직적이고 군사문화적인 조직문화가 유진 된 채 정보산업을 발전시켜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
실제로 싸이월드처럼 매번 최초로 시작해 본 플랫폼 사업이 결국은 매번 좌초되고 뒤쳐졌다.
그래서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은 모양새만 내다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 혹은 SI 산업에서 발주구조에 의존하는 특징이 있다.
정부 발주–영업회사–하도급 구조 속에서 정작 기술을 가진 회사는 적은 용역비용에 시간 압박에 시달린다.
이는 "전통적 신분서열 구조(사농공상)"를 연상시킨다.
국내 기업들은 부분적인 기술력은 갖췄지만, 글로벌 플랫폼 확장 전략과 경험이 부족했다. 오히려 과거 식민지 경험과 후발주자 의식 탓에,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대신 종속되는 선택을 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주로 대표 임원들의 경우 고령의 임원들이 대표로 낙하산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낙하산 경영진들은 공기업 같은 곳만 내려올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온다.
한편으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이들은 관료 경험 또는 제조기업 대표등 대체로 산업시대 성공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 대학등에서도 여전히 과거에 관점이 머물러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산업시대의 성공 방정식은 정보산업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에게는 오랜 식민지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을 추격하는 후발주자 의식을 가졌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없다.
사실 플랫폼 사업이라는 것은 글로벌 생태계 산업이다. 일종의 제국을 운용하듯 확산되어서 여러 동맹을 끌어들이면서 확대되는 개념이다 보니 혁신과 함께 협력이라는 구조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과거 남의 것을 따라 하며 시간투입 노동력으로 성공 경험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과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미래산업을 진두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산업이라는 근본적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절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고 과거 성공 경험에 갇힌 고령·낙하산 인사들로 이뤄진 의사결정 구조가 우리 미래를 발목 잡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결국 기업은 수평적 거버넌스 구조로의 변화가 중요하다.
플랫폼 산업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과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도전이 필요하다. 도전정신과 함께 창의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모여서 협력하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 생태계 마련이 요구된다.
수평적 거버넌스는 과거의 낙하산 인사들이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를 견제할 수 있다. 그중 노동조합의 견제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독일과 같은 노동이사제도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역시 임금상승만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노동자들의 존업이 훼손되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도록 하며, 조직 내 왜곡된 경영을 막아내고 공적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 역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업 조직에서 서열구조를 무너트리고 의사 결정구조에서 수평적 소통을 하는 전문성 있는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역할별 조직을 가지게 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과 기업 밖의 산업 생태계의 확장 같은 연결성 강화가 필요하다. 결국, 한국 사회가 인공지능 시대에도 성장하려면 산업시대적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 구조 혁신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생태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혁신을 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과제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