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및 IT산업 발전의 성공과 좌절로 본 한국사회 문제
회사에서는 매번 회사정책에 쓴소리 하는 내가 활동하는 소수 노동조합에 대해 매우 불편해한다.
그래서 대부분 우리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진급은 쉽지 않지만 감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회사에서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통신노동자로서의 삶에 만족하는 이유는 회사를 다니면서 정보통신의 발전 단계마다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회사가 만들어준 기회에 감사하고 있다.
사실 회사 경영비판을 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변화와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의 모든 주장이 노동조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글의 방향성이나 의견 역시 노동조합의 입장이 아닌 나의 생각과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처럼, 다양한 의견들이 모이고 회사 발전에 대해 논의하는 측면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회사라는 공동체를 위한 공론장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회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회사 발전을 위하고자 하는 애사심이 없이는 소수노조 활동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회사의 여러가지 현상을 보다 보면 구조의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사회가 그동안 지켜온 구조는 과거 산업시대의 상명하복 조직이다 보니, 노동자의 목소리에 대해 묵살하기 쉽다. 그러나 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소통방식이 바뀌었고, 기술문명도 변화되었지만, 한국사회 조직관념은 여전히 과거 산업시대에 머물고 있다. 사실 노동조합의 이야기는 최소한의 기업내 자율적 공론장의 역할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었다.
산업사회 의식에 사로잡힌 우리는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산업전환에 잘 적응해 낼 것인가? 실제로 혁신을 이루는 미국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및 중국 항저우의 젊은 개발자 커뮤니티는 수평적 소통을 기반으로 바닥 기술이 쌓여가는 생태계가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자 커뮤니티가 일종의 기술인들의 공론장이고 산업 생태계라고 할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 지식사회와 같은 정보산업사회는 산업사회의 상명하복이 아닌 수평적이고 융합적 성격을 가진 기술 문화 생태계가 필요하다. 문화적 변화 역시 기술발전으로 인한 영향은 사회, 경제, 정치적 변화 동시적 변화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 인공지능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기술철학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인간존중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바꿔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신입사원시절 01410 HiTEL을 운영해 보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초고속국가망 투자시절 초고속국가만 ATM을 운영했다. 이후 비즈메카 사업 초기에 관련으로 솔루션지원센터에서 일하면서 플랫폼사업 초창기를 경험했다. 이후 통합관제센터 사업모델을 만들고, 전국사업화도 하고, 통합관제센터 표준모델로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그리고, 글로벌사업에 뛰어들면서 르완다 등 해외사업 경험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내가 경험한 글로벌 관점과 플랫폼사업 경험으로 인공지능 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그동안의 통신사업이 기존산업을 바꾸는 과정에 있어왔기에 대부분 통신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 사업방향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변화를 만들었고 변화를 경험해 온 사람들이지만 항상 비용으로 취급받고 퇴물 취급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기술인으로서 자부심이 사라지곤 한다. 문제는 기술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게 만드는 외부에서 온 경영자들의 독단적 사업구조 재편 등에 원인이 있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을 모르는 경영자들이 만들어 내는 숫자를 왜곡하는 회계관점의 경영에 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역량을 높여서 혁신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통한 부가가치로 성과를 올려야 하지만, 한국사회 경영인들은 대체로 어떤 조직에서 성과를 이룬 사람이 경영자가 되는 구조가 아닌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외부의 낙하산으로 결정된 임원들의 경우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조직에서 이뤄지는 본질적 핵심역량을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그들이 성과 내는 가장 쉬운 방식은 숫자로서 성과를 내는 방법뿐이다. 그래서 구조속에서 본질적 일을 하는 기술 노동자들의 가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인건비를 줄이면 이익이 높아지고 주가를 높이며, 주주총회에서 연임할 구실이 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구조에서는 조직 내에서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고 일하는 기술 노동자는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사회 기업 전반에 퍼져있고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정보통신 환경을 만들고 발전시킨 경험이 증명한다.
IT 거품이라고 할 정도로 창업붐이 있던 시절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가 이뤄지던 시절이고 활기찬 시대이기도 했다. 오늘날 중국에서 IT기술이 발전이 되는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도 그러했다.
청계천과 용산전자상가에서 우주선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상가에서 컴퓨터 부품을 사서 직접 컴퓨터를 만들었고, 토요일에는 전자상가에 모여 중고 전자부품을 거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기술적 변화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보는 환경에서 이뤄졌다. 그런 환경에서 사람들은 기술기반 회사를 만드는 것이 용이하던 시기였다.
정부에서도 정보화진흥원 등에서 수많은 예산을 통해 만들어 보던 사업이 있어 사실상 국가주도 IT 산업 부흥기였다. 이시절 수많은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한 기업들은 오늘날에도 중견기업이 되었다. 상상하던 모든 것을 만들어 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 성장동력이 끊긴 것을 경험했다. 나는 그 원인을 우리는 산업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에서 완전히 다른 산업구조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지만, 과거 산업사회의 구조대로 정보산업시대를 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산업을 부흥하기 위한 정부의 자금 투입이 있었지만, 산업시대적 가치관으로 IT 산업을 오랜 노동시간, 생각과 토론이 필요한 IT산업 기술노동자에 대한 산업시대 관점을 강요했다. 문제는 이러한 특징에서 생각의 자유도가 떨어지고 천편일률적인 생산방식으로 IT산업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90년대 전자공학 붐으로 최고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전자공학을 채택했지만, 이들이 산업체에 들어가면서 겪은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97년 IMF를 경험하고 2000년 벤처붐과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개발하는 사람들의 대우와 처우가 좋아지지 않았다.
여기서 기업의 사업방식에서도 하청방식이 만연하면서 기술자의 기술보다는 영업으로 수주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심지어 입찰 수주만 잘하는 회사는 정부사업에서 모자만 쓰고 높은 이익을 취한 뒤 모든 일을 하도급 회사에 내린다. 그러면 하도급형 IT 산업구조에서 정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어 내며 아이디어를 구현해 내는 사람의 존재는 하나의 기능공에 불과한 존재처럼 여겨졌다. 여기에는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관료 중심 문화와 사농공상과 같은 기술천시 문화도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크게 반성해야 하는 것은 형식적 성장이 아닌 본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형식적 성장의 사례는 현재 한국사회 IT환경에 대한 자화자찬 성격이다. 예를 들면 전자정부 1위를 했다는 등 정부 고속도로를 만들어 초고속 인터넷 보급율이 얼마였다는 등 이야기를 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만큼의 성장은 네이버 및 카카오 등 독자적 플랫폼 산업발전을 이끌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본질적 성장의 측면에서 우리가 고려할 부분은 기술인들이 존중받으며 성장하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실 한국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이러한 접근이 안되고 있다.
기술인들이 기업에서 그 분야의 최고 경영자가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어렵다. 그것이 되는 기업이 일부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낙하산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낙하산은 관행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문화는 영업중심의 기업문화와도 연관이 높다. 하청의 하청 구조에서 수주를 잘 따오기 위해 정부의 조달에 일하던 사람들을 모시고 온다던지, 아니면, 검찰요직에 있던 사람들을 모시고 오는 등이 기업 현장에서 벌어진다.
특히, 정권이 바뀌는 시점마다 낙하산과 함께 정작 산업의 특징에 필요한 사람이 아닌, 과거 산업의 오랜 경험을 가진 유명인사들이 오면 결국은 새로운 관점보다는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리스크를 만들어 내며, 실적이 문제가 되면 또다시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성과로 포장해 낸다.
과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정보통신 환경을 만들고 발전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발전과정에는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비전을 추구하고 실행하던 직원들의 노력과 적극적 투자가 중요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하던 사람들의 경험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우리 회사 선로 기술인력들이 르완다에서 국가망을 공사해 주었던 모습을 기억한다.
비록 우리에게는 단순 막일로 보이지만 많은 노하우가 있었고 여러 나라의 기간망을 공사했다.
그러나 그런 모두가 외부에서 보면 단지 비용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한국사회 엔지니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영자들에 의해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만다.
얼마 전 KBS 다큐인사이트에서 한국의 과학자를 좋은 대우를 하면서 중국에서 스카우트 한다고 한다.
그중 실제 스카우트된 과학자는 만일 한국에 있었으면 퇴출되어 낚시나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의 이야기에서 중국정부가 우리의 과거처럼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로서 기술자들에 대한 대우가 좋았고 인정해 준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사실 기술인에 대한 대우는 인정에서 시작한다. 한국사회가 실질적으로 일하는 노동자와 과학자에 대한 대접에 인색해지는 이유는 계급구조에 원인이 있다.
얼마 전 KT에서 선로공사하는 기술 회사를 분사하면서 70% 낮아진 임금으로 분사를 하다 보니 기술인력들이 분사를 거부하고 남았다. 그러자 남은 인력들을 영업조직으로 보내거나 자회사로 보내고 나니 그중 몇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는 분명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도전을 위해서는 회계장부가 아닌 본질적 가치상승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사회 많은 기업에서는 혁신을 내부 가치를 올리는 것이 아닌 홍보실을 통해 포장해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임원들은 회계장부밖에 믿을 것이 없다. 따라서 혁신을 위해서는 현장 기술자가 대표가 되거나 아니면 현장기술자와 함께 경영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의 개념이 발전되고 대두된 독일 및 유럽 국가는 이사회 임원의 50% 가 노동자인 노동이사회에서 모든 결정이 이뤄진다고 한다. 반면 우리는 오랫동안 그 기업에서 일해온 노동자가 아닌 급조된 정부 낙하산,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의사 결정을 한다. 한편으로 매우 상식적이지 않지만 기업의 상황도 모른 채 의사 결정을 하는 구조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러한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 노동자들도 길들여지다 보니 높은 사람들이 경영한다는 전 근대적 관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경영참여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기술인에 대한 무시와 노동자를 비용으로 대하는 경영에 대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 또한,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기업이 본질적 혁신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