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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우리는(3편)

과거의 산업구조의 수직적 조직구조로 인공지능시대 생존가능한가?

by 금빛나무

우리는 의식을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 현실의 문제를 넘어선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KT의 해킹 관련 청문회를 보면서 KT에 검사 및 과기부 낙하산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사람들의 댓글에는 이러고도 회사가 돌아가는 게 신기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 오늘날 KT, SKT, 해킹 및 KISA관리부실 등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결국 그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낙하산 임원들의 무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길들여진 노동자들의 책임도 존재한다. 노동자들이 길들여지는 가장 큰 원인은 서열화된 조직 구조에 있다. 서열화된 조직이란 계급적 단계를 두는 방식으로, 하급은 하급에 머물고, 상급은 상급에서만 움직인다. 상층부는 상층부끼리만 이동하며, 낙하산 임원들은 주로 이 상층부를 통해 들어온다.

우리 사회는 인재를 알아보거나, 제 역할을 할 자리에 인재를 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기업입사에 학교 서열로 평가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구조는 과거 산업사회의 구조로서 변화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상대적으로 현재 많이 뒤 쳐 저 있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정보통신 강국도, IT 강국도 아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본가, 정부, 노동자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결국 기업의 구조와 조직문화의 변화는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현재 우리가 가야 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한국사회 조직문화가 얼마나 혁신을 방해하는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혁신을 막는 한국사회 기업 조직문화


오랫동안 실무를 통해 바라본 기업 경영방식에 대해 시사점을 제시하고 싶다.

기업 경영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인공지능등 혁신사업 기업들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해 줄 수도 있다.


나의 경우 기업에서 오랫동안 진급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온 지 오래되어 그동안 낙하산으로 몇 년 근무해 온 대표 및 임원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신규사업들을 경험하면서 우리 조직문화와 어떻게 부정합 되는지를 관찰했다.


기업의 경영과 비전이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기업에서 오랫동안 노동자로서 지켜봤기 때문 우리 기업들의 취약성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취약성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산업사회 권위적 조직구조에서 변화하지 못한 조직에서 변화된 산업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통신산업 역시 여타의 산업분야처럼 서열화되고 수직적 구조에서 인프라를 갖추어 내는 국가주도산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군출신이 임원이 되었고, KT사장에도 군출신이었다. 그 이후에는 관료 출신이 대표가 되거나, 이후에는 제조업 기업의 대표였던 경력으로 대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낙하산으로 이 분야에 온 대표들은 산업의 본질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보다는 회계적 수치로만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실무를 경험한 사람들은 진급하거나 상층부로 올라가기 어렵다. 상층부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이런 구조에서는 혁신보다 관리가 우선된다. 그 결과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뒤따른다. 법적으로 노조 탄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노동자들은 어용노조에 포섭되고 진급 등의 보상을 받는다. 반면 목소리를 내는 노조는 각종 압박과 불이익을 받으며 퇴사로 내몰린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상당수 노동자들은 점점 길들여져 간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쟁이 필연적인 시대로서 경영 측면에서 본질적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경영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산업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DX)의 의미는 과거처럼 생산노동 중심의 산업이 아니라는 데 있다.

문제는 많은 CEO조차 DX 전환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노동력을 통제하는 것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었기에 노사관리팀이 존재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생산성은 단순히 노동력이나 투입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디지털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다양한 분야 간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DX를 단순히 솔루션 도입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본질은 노동자 개개인이 창의성과 협력성을 발휘하고, 실질적 실행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조직은 이 실행력을 가진 기술 인력이 내부에 없고, 대부분의 핵심 업무를 외주에 맡긴다. 외주 개발자들 역시 자기 일만 하고 단절되어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서열화 조직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서열화된 조직에서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지시만 하는 구조가 고착된다. 중간조직 역시 위 조직을 답습할 뿐이다.


이런 구조에서 조직적으로 수평적 구조와 역할을 통해 견제가 가능하면 문제가 다소 해소되고 본질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지만, 여전히 산업사회 구조를 유지한 채 오히려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를 억압해 왔다.

이런 조직과 오랫동안 이러한 구조에 길들여진 노동자들은 공생관계가 된다. 그것이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인공지능 산업을 비롯한 궁극적인 플랫폼 사업이 발전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회사 경쟁력 핵심난제, 낙하산 대표와 임원!


나는 중견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조차 핵심 개발을 외주에 맡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핵심 기술자가 아닌 발주처 출신의 임원들이 대표이사나 간부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IT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이러한 서열화된 문화가 지속되는 한 한국 사회에서 기술 중심의 DX 전환은 불가능하다.


마크 주커버그 이야기처럼 기술기업의 대표는 반드시 기술자여야만 한다.

본질적 변화란,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직접 그 일을 맡는 것이다. 따라서 서열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검사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검사 출신들은 직업학교에서 용접이나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실력으로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조직 관리’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를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간의 연결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하급 직원이라도 실력이 있으면 임원이 되어야 한다. 또 아웃소싱 개인 개발자라 하더라도 역량이 있다면 그 사업을 들고 조직에 들어와 임원이 될 수 있어야 다양한 도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즉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관리직이라는 명칭은 사라져야 하고 임원들은 계급이 아닌 역할이라는 측면으로 구조가 전환되어야 한다. 한때 어떤 연구소 임원과 이야기한 적 있는데, 이분은 내 연봉이 얼마인데 이런 것을 파악해야 하는가 라며 화를 낸 것을 기억한다.


즉 한국사회 임원들은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의지가 없이 중간관리자가 만들어준 선택지에서 판단을 하려고 한다. 즉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서 높은 연봉을 가로채는 월급루팡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임원은 정치적 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맞는 것이 임원들은 경쟁사 임원들이 오기도 하고 서로 교류를 한다. 모두 정치적 인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구조가 한국사회 기업문화를 병들게 하고 망국으로 향하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 기술자의 해외유출


대학교에서도 기업에서도 핵심 기술자들이 해외로 유출된다. 대체로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지만, 이들에게 높은 연봉 때문만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은 해외 연구기관에서 부여하는 자율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모든 분야가 서열 중심 관료화 되어 여러 조건들이 붙는다. 관리중심의 제도 특성 때문이다.


즉 관리중심의 제도라는 것도 앞서 이야기한 조직관리의 개념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행정관리들의 자기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제도의 홍수 속에서 기술의 본질을 찾아가려는 노력은 일어설 힘도 없이 무너진다.

한국에서 기술자들이나, 연구원들이 온전히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자율성을 줄 필요가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개발자들이 프리개발자로 돌아서는 이유는 매우 관리중심의 연구환경 때문이다. 특히, 연구소라고 하지만, 필요한 인력을 채우지 않는다.


비용이라는 측면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부하에 견디지 못해서 독립 개발자로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기업문화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KT의 기술인력 분사의 경우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기술자들이 현장에서 설치하고 테스트하는 일들은 사무실에서 기획하는 업무보다 월급을 조금 줘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기에 본사월급의 70%만 받는 자회사를 만들어 이동하게 했다. 이미 많은 노하우를 가진 기술인력들이 그만두었다. 물론 신규 인력 채용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100% 월급 받도록 하고 기술 경력으로 임원이 되도록 구조가 유지되면 안 되는 것이었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수직적 서열문화가 온 사회를 지배하며, 계속해서 곪아 축적되고 있었던 데 있다. 이러한 서열문화를 대표하는 검사 권력은 정권의 최정점에서 결국 나락으로 떨어졌고, 작년 12월 3일 내란 사태로 폭발하게 되었다.

검사 권력이 국가를 장악했지만 그 한계를 넘지 못하자, 그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영구 권력이 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수많은 젊은 세대가 광장에 모여 응원봉을 들고 그들을 무너뜨렸다. 광장에서 우리는 수많은 다양성이 모여 이루어낸 거대한 수평적 연대를 경험했다. 그것은 인류 역사에서 문화적 충격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의 관념에서 벗어나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즉, 계절이 바뀌듯 산업시대의 낡은 틀을 넘어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업 역시 서열 구조가 아닌 수평적 기능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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