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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나무 Nov 03. 2019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는 노동

52시간 근무 강제와 생산성

한국 노동생산성


여전히 한국사회는 OECD 국가 중 노동생산성이 낮은 국가이다.

OECD 기준으로 2016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고 OECD 회원국 평균인 1764시간이다. 즉 한국인은 1년을 기준으로  305시간(매일 최소 1시간 이상) 더 일하고 있다는 뜻으로 시간 대비 효율이 낮다는 것이다.


낮은 노동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근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이유는 한국사회의 노동집약적 산업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한국사회는 좁은 봉제공장에서 많은 여직공들을 잠 안 자는 약을 먹이면서 밤새워 일을 하게 해서 봉제제품을 생산하고 낮은 가격으로 수출을 하였다. 즉 최소의 공간에 최소인원으로 다만 오랜 노동자 시간을 투입해서 품질 대신 낮은 가격으로 승부했던 시절이 있다.


전태일이 미싱시다 소녀들과 (전태일재단)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되어 수출 등을 통해서 수익을 냈고 한국에서 성공적인 기업이 되었다. 문제는 이런 한국의 기업문화는 모든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전통이었다.


특히, 본사에서 승진을 하기 위한 야망이 있는 사람들은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은 임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낮시간에는 담배 피우고 사내정치를 하면서 보내다가 퇴근 이후 남아서 보고서 등 작성을 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상사들에게 어필한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승진을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노동집약적인 2차 산업시대까지는 유효할 수 있지만 산업이 복잡해지면서 기술과 서비스가 융복합되어야 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다.  즉 시간 투입만이 아닌 노동 생산성이란 지표는 이미 정보산업시대부터 OECD에서 국가별 평가지표로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 노동 연구원 연구결과를 보면 투입된 근로시간이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아니고 주 44시간 이하 근무가 가장 높은 효율을 보인다고 한다.



"총 근로 시간대별 부가가치를 보면, 총 근로시간이 40시간 이하인 사업체(2009년 266억 원에서 2011 년 169억 원, 2013년 159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09년에는 총 근로 시간이 44시간 이하(40시간 초과)인 사업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2011년과 2013년에는 총 근로시간이 48시간 이하(44시간 초과)인 사업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총 근로 시간대별 1인당 부가가치나 유효 노동당 부가가치를 보면, 총 근로시간이 44시간 이하(40시 간 초과)인 사업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총 근로시간이 이보다 늘어날수록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

 [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 한국 노동연구원 성 지미 ]

 

4차 산업시대 혁신을 위한 노동


그러나 여전히 한국 기업에는 노동투입 시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리는 어떤 개발을 할 때 맨먼스(Man Month)라는 방식으로 개발비용을 산정한다. 물론 일반적인 IT 개발 비용 책정 방식이지만  소프트웨어의 가치보다는 사람들의 투입시간 중심으로 단가를 산정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한국사회 IT 분야 인식은 4차 산업 위원회 위원장 조차 과거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국가가 일할 권리 뺏고 있어” 라며 52시간 근무제가 일하려는 권리까지 막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실리콘밸리에는 야근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유 출퇴근을 보장하는 곳들이 많고 개발자 중심으로 기본적인 임금은 보장하고 점심시간을 빼면 일주일 평균 근무 시간은 30~35시간으로 그나마 회사 근무는 월~목요일까지고 금요일은 집에서 일을 한다. 사실 글로벌 기업에서는 회사에서의 근무를 크게 규정짓지 않는 곳들이 많다.


업무적으로 만났던 글로벌 기업 직원의 경우 싱가포르 사무실에는 주 1회 회의를 위해 방문하고 집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곳들도 많다. 대신 야간에도 세계 곳곳과 메일로 대응하여야 하는 경우들이 있어 생활과 업무를 병행하는 부분이 불편하지만 그런 방식의 노동이 자유롭고 좋다고 한다.


문제는 회사 출근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결과와 효율인 것이다. 한국사회의 경영자들은 안타깝게도 본질적인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일할 권리라는 이상한 변명으로 52시간을 스타트업에서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것은 혁신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자칫하면 스타트업이라는 구실로 열정 페이를 남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혁신을 빙자한 노동 생산성을 낮추고 인건비 낮추기 위한 시간 투입을 고집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 70년대 봉제 공장식 경영을 하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실제로 52시간으로 근무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하루가 무척 밀도 있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시간 내 업무를 마치기 위해 회의실 예약 시간도 제한을 하였고 사전에 준비해서 결론 있는 회의를 한다.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퇴근시간이라는 마감효과는 여러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업무효율이 높아지고 일과 생활 만족도가 올라간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커뮤니티를 통한 네트워킹은 스타트업 창업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생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커뮤니티 생태계가 형성되려면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메이커스 문화 및 커뮤니티 형성이 어려웠던 이유는 노동시간과 연관이 많다.

스타트업사우나 미팅 (헬씽키) -http://startupsauna.com

많은 이들이 취미를 갖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기 때문에 커뮤니티 형성도 안되고 번외 활동을 할 수가 없다.

구글의 자율 출퇴근제도나 20%의 개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시간 제도는 자유로운 커뮤니티 속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형성되고 그 혁신은 기업혁신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 및 미국 등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주도국 가는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40시간 미만으로 노동시간을 통한 혁신이 아닌 본질적인 혁신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사회 경영자들은 70년대식 방식으로 혁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본질적 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기술은 고도화되고 이를 뒤 바침 하는 제도는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기술과 환경 변화가 빠른 사회에서 제도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 시스템 변화를 주장하는 진보적인 목소리가 사회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OECD 국가들 수준으로 노동시간을 낮추는 시작을 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인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기업 경영인들은 존경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기업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직업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업 경영인들의 생각이 작은 자신의 기업만이 아닌 사회와 혁신을 함께 추구하는 혁신가로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IT News에 기고한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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