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배드맨 v 슈퍼맨의 스포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예정이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먼저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리뷰(..비판)을 하기 전 영화에 대한 감상평부터 이야기하자면..영화 자체는 나름 재미있었다.
하도 까이는 것을 많이 보고 가서 기대치를 낮추고 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초반 진행 방식은 신선했고 이야기 자체도 흥미있었다. 중반부를 넘어가면 이제 영화가 좀 이상해지지만 이야기 구조가 굉장히 단순하기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없었고 끝까지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망작은 아니지만 '팝콘무비'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콘이 나오는 영화관에서 별 생각없이 팝콘과 탄산 음료를 마시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말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가치는 없는 영화다. 즉 2번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고 나중에 TV에서 틀어주면 보기는 볼 수 있을 정도의 딱 그런 영화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이 영화 이상한 점이 사실 한 두군데가 아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캐릭터 영화다. 이미 널리 알려진 조커를 비롯하여 최근 인기가 많아진 할리퀸 외에도 데드샷, 캡틴 부메랑, 킬러 크록, 디아블로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모인 영화다. 이 영화가 성공했다면 DC는 후일 캐릭터 상품 판매로도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물론 악당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그런데..어...너무 많이 등장했다. 사실 DC 코믹스의 팬이 아니라면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조커나 할리퀸을 제외하고서는 모르는 캐릭터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나마도 할리퀸의 스토리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배드맨 V 슈퍼맨에서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고작 3명 등장시키고도 해맸던 것이 기억나는가?(까메오로 출연한 히어로는 그냥 제외하자). 이 셋은 매우 유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워낙 엉망으로 나와 우왕자왕했다. 하물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어떨까? 필자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괜찮겠지..2시간 안에 나름의 매력은 다들 발산하겠지..'라고 일말의 기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캐릭터 실종..
DC와 워너도 나름의 노력은 했다. 영화 초반에 캐릭터들을 일일히 이름까지 말해주며 캐릭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지며 영화에서 처음 이들을 접하는 관객들을 위한 친절을 베풀었다. 물론 이딴 거 하지말고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DC와 워너는 내가 보기에 그럴 능력은 없다. 차라리 지금 방식이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
뭐..거기까지는 그렇다치자. 그런데 슬립낫은 나오자마자 얼마 안 되어서 사망하시고 캡틴 부메랑은 나름 개그 담당이지만 전혀 캐릭터를 어필하지 못 하며 카타나는 액션에서는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진짜 영화에서 없어도 되는 캐릭터이며 릭 플래그 역시 인상적이지 못 하다.
그나마 캐릭터 성을 보여준 것은 역시나 할리퀸이고 조커는 기존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씬스틸러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했다. 디아블로는 영화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며 사연이 담긴 캐릭터지만 글쎄? 매력적인 캐릭터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새로운 캐릭터들이 한뭉치만큼 등장했지만 이 중에서 제대로 어필한 캐릭터는 할리퀸 정도이다. 이럴거면 뭐하러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찍었다 싶을 정도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올라오는 평들처럼 할리퀸 단독 무비나 할리퀸 & 조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나왔다면 그나마 나았을 지도 모른다.
거기다 악당이라는 컨셉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전개조차 되지 않는다.
악당들이 깽판치는 시원한 블록버스터 무비!! 이걸 우리가 기대한 것이 아니었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사연팔이다.
하...
사연 그래 좋다. 그럴 수 있다. 사연 없는 악당이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사연은 코믹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남겨두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다 양보해서 사연 팔이를 넣고 싶다면 앞부분에 할애하는 캐릭터 소개 부분에서 간단하게 언급하는 정도에서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사연이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그것도 영화의 흐름을 다 끊어먹으면서 말이다.
계단을 올라가던 할리퀸은 갑자기 아래를 보더니 조커와의 추억을 떠올리고..(정말 쓸데없는 장면이다. 조커와의 러브 스토리 때문에 넣은 것이라면 더 말이 안된다. 이미 그 전 장면들로 충분히 할리퀸과 조커의 관계를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빌런을 잡으러 가면서 뜬금없이 악당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며 사연 팔고..울고..짜고...
카타나는 정말 뜬급없이 사연을 팔지를 않나...
아..이런거 좀 넣지말자. 빌런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사연을 팔아서 마지막 감동을 폭발시킨다는 전략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건 가족 영화에서 하는 것이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면 가족 영화도 신파라고 까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다크 히어로 무비에서 이런 짓을?
어벤져스나 저스티스 리그의 경우 히어로들이 뭉치는 계기는 굉장히 단순하다. 굉장히 강한 적이 나타나거나 히어로끼리 힘을 합쳐야한다는 논리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크 히어로끼리는 왜 뭉칠까? 나쁜 짓하려고? 그거는 납득이 간다. 그런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왜 뭉친 것일까?
코믹스 상에서는 미국 정부에서 알려지면 안 되는 일들을 악당들에게 맡기기 위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결성한다. 이거는 충분히 가능한 논리다. 영화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메타휴먼이 나쁘게 나올 경우를 대비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팀을 꾸린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아..일단 여기서 이해가 안 간다. 메타휴먼이 어떤 애들인데 지금 있는 멤버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단순히 힘만으로 따지면 메타휴먼에 대응할 수 있는 멤버는 디아블로 정도? 인챈트리스도 가능은 한데 얘는 바로 영화의 메인 빌런이 되어버려서 의미가 없어진다.
게다가 DC 유니버스에서는 이미 조드 장군, 둠스데이와 같은 미친 놈들이 날뛰고 슈퍼맨, 원더우먼과 같은 메타휴먼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자들이 싸우는 장이 되어버렸는데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코믹스대로의 설정으로 갔으면 첩보 영화의 느낌도 나고 나름의 재미는 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뭐 다 좋다. 그렇다치자.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메타휴먼이랑 붙을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영화의 메인 빌런은 인첸트리스다. 기껏 악당들 모아놓고 하는 전개가 일반 히어로 무비에서 할 수 있는 빌런 제거라는 것이 황당할 뿐이다. 이럴거면 굳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결성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그나마 메인 빌런이 약해서 다행이다. 폭탄 한 번에 죽고 요란하게 날뛰더니 할리퀸 칼 한 방에 무너지지를 않나..빌런이 약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요새 히어로 무비들이 죄다 이렇거든.
영화의 편집은 굉장히 이상하다. 중간 중간 쓸데없는 장면이 너무 많고 그나마도 내용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연출은 중구난방이다. 진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연출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출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장면이 몇개 있다.
영화 초반 캐릭터를 소개할 때의 연출과 극 중후반부의 연출이 조금 다르다. 초반에는 요란한 CG를 활용하여 영화 나름의 특징이 살아있는데 비해 중후반부에는 그러한 연출이 사라진다. 영화를 만들려면 방향을 하나로 좀 맞추던가..
또한 인첸트리스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굉장히 쓸데없고 지루하고 올드한 슬로우 모션 효과가 들어간다. 아무론 감동과 재미도 없는 연출이다. 영화를 나름 재미있게 봤다는 나도 '왜 저러는거야' 싶은 장면 중 하나였다.
연출과 편집이 이상한 이유에 대한 기사도 있기는 하다. 헐리우드 리포터의 보도에 따르면 영화는 감독의 버전과 워너의 입맛에 맞춘 버전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 승자는 당연히 워너의 입맛에 맞는 버전..당연히 후편집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났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편집이 중구난방이 되었다는 것이다.
(링크 : http://www.hollywoodreporter.com/heat-vision/suicide-squads-secret-drama-rushed-916693)
아..워너야..정신 언제 차릴래?
물론 감독 버전이 이 보다 더 엉망이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게 사실이면 더 절망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지금, 다시 한 번 DC 유니버스는 위기에 빠졌다.
사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배드맨 대 슈퍼맨의 경우 올해 개봉하였고 이에 대한 비판이 올라온 것도 바로 그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이미 수어사이드 스쿼드 촬영이 끝난 상황이었다. 추가 촬영이 있었고 다시 후편집이 있었겠지만 이미 어느정도 완성된 영화가 방향을 완전히 틀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나마도 워너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을테니 상황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즉 배대슈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기획 단계부터 워너의 판단 미스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배대슈 못지 않은 비판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을 수도 있다.
현재 DC 유니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바심이다. 마블 시네마가 성공하면서 DC와 워너가 조바심이 났고 그러한 결과물이 배대슈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많이 봤을 것이다.
마블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큰 그림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영화 한 편 당 독립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즉 아이언맨, 앤트맨, 후에 개봉할 닥터 스트레인지 등은 그 영화 한 편만 봐도 충분하다. 떡밥이 있지만 그건 그 이후의 일이며 메인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DC의 영화는 저스티스 리그라는 큰 그림의 예고편으로 영화들을 활용하고 있다. 맨오브스틸은 초반부터 스케일을 우주급으로 확대해버렸으며 배대슈는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으로 전락해버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결론은 저스티스 리그라는 큰 그림에 희생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화를 영화 하나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조바심을 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영화만 잘 만들고 재미있다면 관객들은 수십년 후에 나온다고 해도 잘 볼 것이고 흥행할 것이다.
워너 브라더스는 흥행할만한 영화를 DC에서 찾지 말고 그냥 다른 시리즈나 신규 영화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좋은 판단일 것이라 생각한다.
당분간 DC의 영화는 '00닦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개봉하는 모든 영화에서 말이다.
사실 나는 DC의 영화가 과도하게 까이는 면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번 리뷰에서도 많은 부분을 까기는 했지만 마블 영화도 깔려면 깔 수 있다. 여하튼 DC 영화가 과도하게 까이는 이유는 연속으로 완성도 면에서 만족스러운 영화를 만들고 있지 못 하기 때문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마저 무너진 지금, DC의 희망으로 원더우먼이 이야기 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원더우먼도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원더우먼은 이미 촬영이 완료된 상태다. 배대슈가 개봉하고 얼마 안 있어 촬영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지난 2편의 영화가 가진 문제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없잖아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혹평 때문에 워너가 또다시 지금 상황에서 크게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원더닦이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근데 제작비가 1억 달라라서 손익분기점이 그나마 낮기 때문에 나름 흥행은 할 거 같다.
그렇다면 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 감독? 기대할 걸 기대해라. 아직 촬영 중이지만 음..솔직히 기대가 안 간다. 유머 코드를 많이 넣을 거라고 하는데 그딴 게 문제가 아니라고 이것드라..ㅠ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제임스 완 감독의 아쿠아맨과 밴 에플랙 감독의 배트맨이다. 제임스 완의 경우 공포 영화의 거장으로 알려져있지만 분노의 질주 7으로 블록버스터에서도 검증을 받았기에 기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양반은 왠지 워너의 갑질을 쌩까고 영화를 찍을 거 같다. 제발 그래라 제임스 완 ㅠ
밴 에플렉은 아르고를 통해서 감독으로도 인정을 받았고 무엇보다 본인이 배대슈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찍으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기에 기대를 하고 있다. 저스티스 리그 제작자로도 참여하기 때문에 워너의 갑질에서도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사람이라...생각한다.. 사과형 믿어요 ㅠ 이제 행복해질 때도 됐잖아?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아쿠아맨은 2018년에 개봉 예정이고 배트맨 솔로 무비는 아직 개봉하려면 한참 남았다는 것이다. 그 때까지 과연 DCEU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나는 재미있게 봤지만 추천하기는 그렇다. 팝콘 무비로서는 적당하지만 잘 만든 영화는 아니며 DCEU의 일부분인 것을 생각하면 화도 나는 영화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워너가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는 것이다.
워너야 언제든지 DC 영화를 리부트 시킬 수 있다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돈과 시간은 리부트되지 않는다.
부디 관객들을 위해서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DC 영화를 만들기를 바란다.
평점 :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