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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지 않은 하루] 서울역과 부산행 리뷰

좀비라는 소재를 다룬 같은 감독의 두 가지 다른 시선

by 우주 작가
1469403477967.jpg 연상호 감독의 좀비 프로젝트

* 본 리뷰에는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영화 부산행의 스포가 담겨있습니다. 스포를 피하고 싶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또한 이 리뷰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으며 12일에 있었던 시네마톡에서 들은 연상호 감독의 의도와 제작 비화가 담겨있습니다.




먼저 영화 부산행을 만나다

article.jpg 영화 부산행의 캐릭터

영화 부산행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 사실 별 기대는 안 들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좀비 영화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한국적인 코드가 들어가면 너무나도 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부산행을 기대하게 되었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본 적은 없지만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또한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까지 개봉한다고 하니 좀비 시리즈 물로서 하나의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식 개봉 첫날, 부산행을 관람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수준의 완성도에 놀랐고 KTX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나름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시시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좀비 영화를 많이 본 필자가 보기엔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걱정했던 대로 한국식 코드가 들어가 김이 샌 곳이 많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영화 후반부의 신파와 뜬금없는 공유의 CF 분위기의 회상 장면은 영화의 완성도를 낮추는데 큰 공을 세우기에 충분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영화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이 아닌 투자자의 입김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투자자의 입김보다는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그러면 어떨까?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서울역


79500471.1.jpg 서울역은 훨씬 더 무거운 분위기이다.

영화 부산행은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밝은 분위기 역시 공존하고 있으며 엔딩이 희망으로 끝난다.

그러나 서울역은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엔딩 역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등장하는 인물을 비교해봐도 두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다.

부산행의 경우 공유는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야구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앞둔 부부, 천리마 고속의 상무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등장한다. 물론 노숙자라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면 작중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이보다는 더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서울역은 매춘을 하고 있는 가출 소녀, 원조교제를 알선하는 남자, 노숙자,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의 반전을 담당하는 혜선의 아버지 석규의 직업 등,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서울역에서 보이는 감독의 시선은 부산행보다 더욱 처절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노숙자를 멸시하는 듯한 경찰들의 태도는 이들을 보는 사회적인 시선을 상징하는 듯하다.


좀비를 대하는 정부의 모습 역시 서울역이 더 적나라하다. 좀비 사태를 단순한 폭동으로 묘사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서울역에서는 살아있는 사람들까지 가둬두고 좀비와 함께 학살하는 모습까지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인가?


30000541663_700.jpg 부산행의 바로 앞 이야기를 아주 잘 설명해줄 것처럼 생긴 포스터지만...실상은...

사실 서울역은 부산행의 바로 앞 전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관람하게 되면 수없이 나오는 모순 때문에 관객들은 헷갈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서울역의 좀비 감염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하루 사이에 서울역 주변 지역 대부분이 좀비에 감염되고 계엄령까지 선포되는 장면이 나온다. 따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뉴스 보도에서 계속 나왔을 것이며 보도 통제가 일어나더라도 SNS를 통해 상황을 알리는 글들을 수없이 올라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32JW845G06GERPV77T7K.jpg 이 정도면 누가 진작에 좀비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에 #좀비스타그램 이러고 올릴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 살아있을 수 있으지는 모르겠지만..

둘째, 기사를 통해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서울역의 심은경과 부산행의 심은경은 매치되지 않는다. 둘이 입고 있는 옷도 다를뿐더러 서울역 후반부에 심은경이 좀비로 변하기 때문이다. 부산행에서는 심은경이 KTX 열차를 탄 다음에 좀비로 변화하게 된다.


2016080100182714655_2.jpg 부산행에 등장하는 심은경은 서울역과 다른 옷을 입고 있다.

이처럼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빈약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필자 역시 서울역을 보는 내내 이러한 것들 때문에 의문점만 더 깊어졌다. 프리퀄이라고 해서 부산행의 의문점이 해소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꼬임 ㅋ


그러나 시네마톡의 내용을 들어보니 이러한 설정이 감독의 의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산행이 먼저 개봉하기는 했지만 먼저 작업이 들어간 것은 서울역이었다. 또한 실사 영화 작업에 들어가면서 애니메이션인 서울역을 다시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작업보다는 다른 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부산행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또한 부산행의 경우 많은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감독에게는 부산행이 더욱 중요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서울역이 개봉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작품을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감독은 서울역이 부산행을 본 사람들이 보너스로 즐기는 프리퀄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고 언급했다.

부산행의 프리퀄 서울역이 아닌 서로 다른 지점에 있는 부산행과 서울역이 맞붙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기 때문에 두 작품의 연결 고리는 매우 헐겁고 약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문제의 심은경 역시 부산행과 서울역의 캐릭터는 서로 다르다. 둘의 옷이 다른 것도 이런 의도가 있었기 때문..

maxresdefault.jpg 사실 배우만 같을 뿐 ㅋ

서울역과 부산역, 서울행과 부산행 등의 제목이 아닌 서울역과 부산행이라는 알고 보면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는 두 작품의 타이틀 역시 이런 감독의 의도가 드러난다. 즉, 서울역과 부산행은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이라 보는 것이 보다 옳을 것이다. 물론 홍보가 부산행의 프리퀄로 되어있는 것이 문제지만..

아마 대부분 이를 모르고 볼 테니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짜증 날 수 있는 포인트일 것 같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에 대해


이제 애니메이션 서울역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한정된 공간을 다루고 있는 부산행에 비해 서울역은 서울역 주변이라고 하는 보다 넓은 장소를 무대로 하고 있다. 장소가 넓어지다 보니 액션 역시 좁은 장소를 도망치다가 넓은 도로로 이동하기도 하고 차를 이용해 좀비를 공격하기도 하고 건물을 이용해 탈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좀비들의 행동반경도 넓어졌다. 갑자기 돌진하며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숨어있다가 등장해서 놀라게 하기도 하고 한 곳에 모인 좀비들을 피해 도망가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최신영화-★-예매권-증정-이벤트★-의-시작은-이었다-전-세계가-주목한-부산행-프리퀄-애니메이션-서울역-메인-예고편-대공개-지금-메인-예.jpg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더 넓어졌다

즉 서울역은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느끼는 새로운 공포감을 선사한다. 물론 부산행과 서울역, 두 작품의 액션신은 다른 좀비 영화에 비해 특별한 것은 없기는 하다.

다만 이들 작품은 단순한 좀비 영화라기보다는 인간과 사회적 약자, 편견,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정부의 대처를 다룬 사회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더빙의 싱크로율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것이 없었고 특히 이준의 열연은 놀랍기까지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는 때와 작품 속 인물의 입 움직임이 서로 맞지 않아 이야기를 집중하는 데 불편하였다. 또한 전문 성우가 아니기 때문에 오는 어색함 역시 옥에 티가 되고 말았다. 물론 이는 단순히 서울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꾸준히 지적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한국의 좀비 영화를 다룬 두 작품 : 서울역과 부산행


20160803165647612177.jpg 같은 감독의 두 가지 접근법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서울역에서는 좀비의 기원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영화 부산행이었다. 물론 이 역시 감독의 의도다. 연상호 감독은 좀비의 기원을 다루지 않는 것이 좀비 영화의 매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필자도 동의한다. 알려줘 봤자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이라 생각해서..

아무튼 한국의 본격적인 좀비 영화로서 서울역과 부산행 프로젝트는 매우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산행의 경우 흥행도 하였고 앞으로 한국에서도 좀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표 좀비 영화는 좀비 영화 자체로는 다소 식상했지만 같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그의 능력에 감탄하였다. 또한 두 작품이 진짜 다루고 있는 주제 역시 좀비라는 소재와 어울렸다고 본다.

시네마톡에서 연상호 감독은 아직은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정말 '엄청난 작품'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일지 또 언제쯤 만날 수는 없지만 언젠가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이제 실사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연상호 감독의 다음 실사 영화도 기대 중이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역과 부산행, 이 두 개의 영화 그리고 하나의 프로젝트는 한국 영화사에 있어 재미있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서울역 평점 : 7/10

부산행 평점 : 6/10



**혹시 서울역과 부산행의 제작 비화와 감독의 의도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을 위해 시네마톡 내용을 정리한 글을 링크로 첨부하였습니다. 제가 쓴 글은 아니고 익스트림무비의 빵돌E님이 정리하신 자료입니다.


http://extmovie.maxmovie.com/xe/index.php?_filter=search&mid=movietalk&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8B%9C%EB%84%A4%EB%A7%88%ED%86%A1&document_srl=1372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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