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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지 않은 하루] 맨 인 더 다크

나홀로 집에 스릴러 버전

by 우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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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스포일러는 치명적일 수 있으니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어둠 속의 공포 : 도둑의 시선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가난한 주인공 일행, 하지만 이들은 착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사연은 있다. 도둑질을 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 무대는 디트로이트. 실제 디트로이트는 범죄의 도시로 유명하다. 로보캅이나 8마일 등 다른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디트로이트는 절망의 도시로 묘사된다.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의 삶도 그리 윤택하지는 않다. 특히 록키의 집 묘사는 더욱 절망적으로 나온다. 이런 짓을 하면서까지 지금의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고 할까. 물론 도둑질 자체는 나쁜 것이기는 하지만..


맨_인_더_다크_826a.jpg 인생을 바꿔보려다 인생 하직할 뻔한 주인공


사연이 어찌 되었건 도둑들은 대담하게도 주인이 있는 집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주인은 맹인이다. 하지만 그는 군인 출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일행은 범행을 감행한다. 30만 달러(실제로는 100만 달러 이상이지만)로 지금의 생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그러한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록키가 그랬다. 그녀는 서퍼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동생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었다. 자신과 같은 삶을 동생이 살지 않기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집주인의 맹렬한 반격을 받게 된다.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집으로 들어오고 집주인이 이에 반격하는 단순한 플루트이다. 우리는 이 플루트를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바로 성탄절마다 볼 수 있는 '나홀로집에'다.


A2270-26.jpg 사실 주인공일행은 얘네랑 다를바가 없다

맨 인 더 다크는 쉽게 말해 나홀로집에의 스릴러 버전이다. 조명을 조금 더 밝게 하고 코믹한 음악을 넣고 주인공 일행이 죽는 것이 아니라 다치는 정도로 끝난다면 맨 인 더 다크는 스릴러가 아니라 유쾌한 코믹 드라마가 된다.

하지만 맨 인 더 다크는 그러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어둠이 주는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범인들은 다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게 된다.


무한도전_나홀로집에_10.jpg 사실 케빈도 맨 인 더 다크 집주인만큼 잔인하다

나홀로집에를 보면서 주인공 케빈에 공감하면서 호되게 당하는 범인들의 모습에 웃음을 짓게 되는 것과 반대로 맨 인 더 다크에서 관객들은 범인에 집중하게 된다. 그들이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숨을 참고 있으면 자연스레 관객들도 숨을 참게 되고 집주인에게 한 방 먹일 때는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사실 범인들도 나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범인들을 응원하게 되고 그들이 당하게 되면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이다.



어둠 속의 공포 : 집주인 맹인의 시선


다운로드.jpg 이 사람도 사실 공포를 느끼고 있다

사실 영화는 시종일관 범인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공포를 체험하게 한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보면 집주인인 맹인 역시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는 존재다. 물론 그가 너무 강한 게 문제지만


생각해보자.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집의 구조에 익숙하지만 범인들이 몇 명이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그들의 위치를 오로지 소리를 이용해서 알아내야 한다. 이 경우 그가 느끼는 공포심은 어느 정도 일까? 모르기는 몰라도 주인공 일행이 느끼는 공포에 비해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주인의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군인 출신이기에 힘도 강하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집주인은 계속해서 범인들을 위기에 몰고 가며 그들을 처단한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반격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는 경우도 있고 특히 소리에 민감하기에 경보벨이나 세탁기 소리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영화에는 사실 범인과 집주인의 시선이 존재한다. 둘 다 공포를 느끼는 존재이고 그들은 살기 위해 도망가거나 반격을 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집주인이 느끼는 공포심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저 사람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홀로집에가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어지면 케빈의 심정이 맹인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 시선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주인공 일행보다 맹인을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맹인은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을 감금하고 임신시키는 엽기적인 짓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록키를 감금하고 묶어놓고 임신을 시키려고 한다.


이때 관객들의 마음은 완전히 주인공 일행에게로 넘어간다. 맹인이 더 나쁜 사람이기에 관객들은 저 사람에게 어떻게든 한 방 먹였으면 하는 감정이 드는 것이다. 영화는 정확히 그 타이밍에 맹인에게 한 방을 먹인다. 그러나 모든 공포 영화나 액션 영화와 마찬가지로 악역은 한 번에 쓰러지지 않고 주인공을 다시 위기로 몰고 간다. 하지만 결론은 주인공의 승리. 악역으로 규정된 맹인은 결국 패하고 만다.


맨_인_더_다크_826b.jpg 후반부엔 그냥 사이코패스로 전락

필자가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것이었다. 맹인을 굳이 악인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맹인을 완전히 악인으로 만들고 나서부터는 영화의 긴장감이 확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범인과 맹인의 균형을 영화 내내 유지했으면 보다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포와 욕망, 그 사이에서..


맨 인 더 다크는 스릴러물이지만 인간의 욕망을 잘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은 록키는 지금의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서도 그녀는 돈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 맹인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금고를 열고 돈을 챙기고 쫓기는 상황에서도 돈을 든 가방을 챙겨간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보통은 돈보다 목숨을 선택할 텐데 그녀는 돈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욕망은 끊임없이 그녀를 위기로 몰고 간다.


Dont-Breathe-Sony-Pictures.jpg 무..무섭지만 돈은 챙겨야 해!! 마이 프레이셔스!!

록키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다. 그녀의 캐릭터는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 무엇을 택할 것인가?


공포 영화의 공식


맨 인 더 다크는 스릴러물이지만 실제로는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 공포물에 가깝다. 공포 영화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갑톡튀, 잔인한 장면, 사이코패스, 먼저 죽을 것 같은 캐릭터의 사망, 해피엔딩인 듯 끝나지만 사실 찜찜한 엔딩 등 거의 모든 장면에서 공포 영화의 공식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Dont-Breathe-poster.jpg 포스터도 공포 영화 그 자체..무슨 악령 퇴치하러 가는 퇴마사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영화는 스릴러물이지만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정말 무서웠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귀신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마치 귀신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훌륭한 공포 스릴러 영화


올해 들어서 이른바 공포 영화라고 하는 영화들을 많이 봤다. 대부분 작년이나 올해 개봉한 것들이었는데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올해 본 영화 중에서는 곡성이 신선한 공포감을 준 영화였다. 맨 인 더 다크는 사실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훌륭한 공포 영화였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느끼게 되는 공포감의 긴장감은 상당했고 영화관의 관객들이 숨죽이고 영화를 보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와 매우 잘 어울렸다. 집에서 VOD로 보면 느끼기 힘든 묘한 감정이 스크린에서 느껴졌다.

20160905_pkh_m_1000003.jpg 진짜 다들 이러고 본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였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런 영화는 복잡한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분위기와 장치, 그리고 연출이 좋다면 얼마든지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 맨 인 더 다크는 이 공식을 철저하게 따랐고 뻔하면서도 참신한 공포를 주었다.


물론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맹인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너무 강조한 점은 영화의 긴장감을 무너뜨리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러니깐 더욱 헐리우드 영화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치 후속작을 내놓을 듯한 결말. 하지만 후속작은 내놓지 않기를 바란다. 후속작에서도 긴장감 있는 공포 스릴러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느낌을 해칠 뿐이다.


아무쪼록 오랜만에 괜찮은 스릴러물을 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제목은 원제인 'Don't Breathe'가 더 좋은 것 같다. 영화의 제목처럼 진짜로 관객들이 숨을 죽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주인공 범인 일행과 맹인의 시선이 존재한다고 했지만 사실 하나의 시선이 더 존재한다. 바로 우리 관객의 시선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마치 맹인의 집에 숨은 또 하나의 도둑이 된다. 당신은 영화를 보며 어떤 공포를 느꼈는가?



평점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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