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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지 않은 하루]
'검은 사제들'을 보고

영화 검은 사제들 후기

by 우주 작가

*영화 스포가 있으니 안 본 사람은 조용히 인터넷 창을 닫아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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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영화 '검은 사제들'을 봤다.

맨 처음 김윤석과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고 있는 영화 스틸컷만 보고

"아 무슨 종교적인 영화인데 그 안에 비판적인 색깔을 넣은 영화"구나 라고 멋대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별로 흥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니 공포 영화란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란다.

호오 갑자기 관심이 생긴다? 한국에서 흔치 않은 소재인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라니?

마침 영화 평을 보니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한국 영화에 엑소시즘이라..뭔가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는 했지만 보기로 했다.

누구랑? 나 혼자 봤다. 내 주위에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또르르...


한국식 엑소시즘 영화가 보여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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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공포 영화를 잘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놀라는 편이라 잔뜩 긴장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무서운 장면은 없었다. 무서운 장면이라 봤자 구마의식을 진행하는 부분인데 짧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어떤 타이밍에서 놀래킬지 대충 보여서 김이 좀 빠졌다. 이런건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고..


중요한 것은 영화가 구마의식이라는 소재를 상세히 다룬다는 것이다. 준비 과정 부터 악마를 퇴치하는 장면까지...그리고 라틴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는 관객으로 하여금 '검은 사제들'이라는 영화를 굉장히 이국적이면서도 신비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 구마의식에서 사용되는 물건들과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의 결합은 '검은 사제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한국식 토속 신앙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국식 구마의식이라 할 수 있는 굿판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 봐도 재미있어할만한 씬이다. 또한 보조 사제를 선발하는 과정 속에서도 한국식 토속 신앙이 등장한다. '호랑이 띠라서 영적으로 민감하다'라는 식의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검은 사제들'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상당히 재미있는 전개 방식이었다. 그러하기에 '검은 사제들'이 보여주는 한국식 엑소시즘 영화는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장르의 영화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도 한국 영화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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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에는 한국적인 감성이 많이 흐른다. 사연 있는 주인공, 가족에 대한 아픔, 이를 극복하는 주인공..뭐 이러한 장면들 말이다.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한국적으로 전개가 되고 해결이 되는데 영화의 소재가 보여주는 신선함에 비해 다소 진부한 전개 방식이라 아쉬웠다. 한국 영화이고 이러한 코드가 흥행에 도움이 되기에 어쩔수는 없다지만...그리고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러웠다. 차라리 앞의 구마의식 준비 과정을 조금 짧게 하고 구마의식 장면을 길게 배치하여 여유롭게 전개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중간에 캐릭터들이 실종되는 장면도 있었고..쓸데 없는 장면도 있었다.


2편이 나오면 좋을 영화..과연 나올까?


재미있게도 영화는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끝이 난다. 마치 후속작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실제로 '검은 사제들'은 후속작이 나올 수 있는 수많은 떡밥을 던지고 있다.


먼저,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의 경우 어린 시절의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장면 등 드라마적인 요소와 사연이 많이 들어간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김윤석이 연기한 김신부는 구마의식에 따른 다른 사제들과의 갈등만을 그렸을 뿐 김신부 자체의 인생 스토리는 없었다. 오히려 최부제보다 더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 캐릭터이기에 영화 속 그의 사연이 궁금해지지만 영화 속 그는 그저 구마의식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물론 영신을 구하려는 마음이 있지만..그래서 후속작이 나온다면 김신부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아저씨의 눈물겨운 에피소드 말이다


두번째로 '검은 사제들'에서 퇴치된 악마는 12사령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클리셰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 만화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클리셰인데 이런 것이지


4천왕 중 하나를 쓰러 뜨렸는데 나머지 3명 중 하나가 나와서


"크킄크..그 녀석을 쓰러뜨렸다고 자만하지 말아라. 그는 우리 4천왕 중 제일 약한 놈이다" 하면서 3번째로 약한 놈이 덤비는 장면말이다.

c0091072_4b3c81475f557.jpg 후후후 니놈은 우리 중 제일 약한 놈을 이긴거야 (출처는 본문에)


'검은 사제들2'도 그럴 수 있다. 12사령 중 11번째로 강한 애가 나와서 "1편의 그놈은 우리 중 최약체였어!!" 라는 정신승리 드립을 치고 주인공한테 썰리는 것이다. 아..이러면 12편까지 나와야하나 ㅋㅋ

이건 좀 농담이고 이런 식으로 사악한 마귀 잡는 시리즈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래 음모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미십자회'라는 애들이 여기서 나오는 것도 수상하고.. 스토리는 어떻게든 더 나올 수 있다.


가능성을 보여준 아직은 다듬어야할 영화

movie_image (4).jpg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말한다. 무서운데 강동원이 잘 생겼고 무서운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데 강동원 얼굴도 자꾸 떠오른다고..


전체적으로 '검은 사제들'은 만족스러웠다. 소품이나 음향,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들은 일품이었다. 올해 나온 영화 중 최고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다소 진부한 스토리 방식이 아쉽지만 이 또한 감독의 첫 장편영화였다고 하니 그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릴 영화이지만 꽤나 괜찮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감독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다듬으면 괜찮은 영화


내 맘대로 평점은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