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지 않은 하루]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캐릭터 & 전체 리뷰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이하 에피소드 7)을 2회 차 관람을 마쳤습니다. 스타워즈 팬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영화 자체도 마음에 들어서 벌써 두 번 관람하였습니다. 아마 1~2번 더 볼 거 같아요.
이제 에피소드 7에 대한 감상을 적으려고 합니다. 특히 캐릭터를 중심으로 리뷰를 하려고 하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과 추측이 들어있으니 이점 참고해주세요. 영화 리뷰에 대한 부분은 후반에 있으니 캐릭터 부분은 넘기고 거기만 보셔도 무방합니다.
또한 스포가 들어있으니 실수로 이 글을 클릭하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이미 영화를 보신 분과 스타워즈 매니아 분들은 '이 친구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그냥 부담 없이 봐주세요.
1. 레이 : 스타워즈의 전형적인 주인공
먼저 레이입니다. 레이는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스토리 상 위치를 보았을 때 주인공입니다. 그것도 전형적인 스타워즈의 주인공 포지션이지요.
사막 행성에서 꿈도 희망도 없는 상태에서 자람 -> 비행 조정이 뛰어나는 등 재능이 있음 -> 우연히 자신의 운명을 바꿀 존재를 만남 -> 스승의 존재 -> 포스에 대해 알거나 배우게 됨 ->적군과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움 ->주인공으로서의 각성 시작
이런 패턴인데 프리퀄의 아나킨이 그랬고 클래식의 루크가 그랬으며 이제 시퀄의 레이 역시 비슷한 패턴의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아나킨이나 루크하고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여성으로 설정되어 그렇기도 하지만 캐릭터 자체도 더 순수해 보입니다. 용감하면서 강한 포스를 가진 캐릭터인데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캐릭터입니다. 시퀄 시리즈를 이끌 주인공으로서 첫 모습은 일단 합격점이었습니다.
다만 레이가 지나치게 강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다른 분들도 지적하듯이 초짜 레이가 그래도 중급 이상의 레벨은 되는 카일로 렌을 이기는 장면은 다소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레이의 강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퀄 최대의 떡밥인 '레이는 누구의 딸이냐?' 라는 부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루크의 딸 혹은 한 솔로 부부의 딸일 것입니다.
극에서는 루크의 딸이라는 암시를 계속 주기 때문에 루크의 딸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면 이 미칠듯한 강함도 어느정도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면 너무 뻔하기에 극적인 반전을 위해서라면 이를 한 번 더 꼬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2. 핀 : 도망자, 그는 왜 퍼스트 오더를 등졌을까?
다음은 핀입니다. 개인적으로 핀은 영화 예고편을 볼 때부터 기대되는 캐릭터였습니다. 스타워즈의 인기 캐릭터인 스톰트루퍼에게 스토리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영화에서 스톰트루퍼는 병사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지만 사실 이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요. 핀은 그런 설정 중 가장 극적인 효과인 탈영병이라는 역할을 주었습니다. 퍼스트 오더를 등진 스톰트루퍼가 결국 퍼스트 오더와 싸우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스토리, 멋있지 않나요?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니 캐릭터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에피소드 7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편집이 그리 친절하게 되어있지 않다 보니 핀이 퍼스트 오더를 등지게 되는 이유가 그리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핀이 평범하게 인생을 살다가 어른이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납치를 당해서 대충 교육을 받고 바로 전장에 투입된다는 설정이었다면 충분히 핀은 도망치고 싶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정 상 핀은 어린 시절에 납치를 당해 스톰트루퍼로 키워진 캐릭터입니다. 게다가 오랜 기간 세뇌도 당했구요. 오프닝 전장에서 잠깐 갈등을 느꼈다고 그게 바로 퍼스트 오더를 도망치고 싶다는 감정으로 이어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것 자체가 떡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핀이 쉽게 퍼스트 오더를 배신할 수 있었던 것에는 그의 캐릭터에 무언가 비밀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말이죠. 이러면 핀의 스토리를 보다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아니면 아직 세뇌가 남아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저항군을 배신하는 장치로 활용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여기서 다시 드는 생각은 핀이 과연 포스 센서티브이냐라는 것입니다. 예고편만 보면 핀은 제다이였지만 본편에서 핀은 그 정도까지의 인재는 아닙니다. 그러나 카일로와 대적할 수 있었다는 점, 카일로가 핀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분명 핀도 포스 센서티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핀은 여러 가지 캐릭터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3. 카일로 렌 : 중2병, 성장형 악역
에피소드 7의 악역이자 시퀄 시리즈에서 다스베이더를 대신해야 하는 포지션을 맡은 카일로 렌입니다. 카일로 렌의 원래 이름은 한 솔로와 레아 오르가나의 아들인 벤 솔로죠. 역시 스카이워커 가문입니다. (그냥 스카이워커 가문을 없애야 우주에 평화가 올 거 같습니다.)
멋진 등장과 달리 극 중 카일로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생각보다 강하지 않죠. 아직 수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힘만 믿고 날뛴 케이스입니다. 이제 라이벌도 생겼고 스승인 스노크도 수련을 시켜야 한다고 하니 에피소드 8,9편에서는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의문은 왜 벤 솔로가 타락하였느냐입니다. 아나킨의 경우는 사랑하는 아내 파드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다스 시디어스에 의해 완전히 타락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카일로 렌은 무엇 때문에 타락하게 된 것일까요?
여기서부터는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프리퀄의 아나킨은 굉장히 외로운 캐릭터입니다. 그 외로움이 두려움이 되고 결국 증오가 되어 타락의 길을 걷게 되죠. 이에 비해 카일로는 축복된 환경 속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 한 솔로와 어머니 레아 오르가나가 있고 옆에는 든든한 삼촌 루크도 있지요.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아마 제 생각으로는 카일로는 이 속에서 외로움을 느꼈을 거 같습니다.
적어도 카일로의 관점에서는 부모님과 카일로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한 솔로와 레아는 카일로를 자식으로서 사랑했겠지요. 하지만 그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이 카일로로 하여금 외로움과 두려움, 분노의 감정이 들게 했을 것입니다. 극 중에서도 카일로는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 해 라이트세이버를 막 휘두르거나 스승인 스노크한테도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즉 그는 굉장히 불안한 상태입니다. 타락 직전의 아나킨보다 더 불안한 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일로가 어렸을 때 스노크가 퍼스트 오더를 만들어 신공화국에 대항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 이전 일 수도 있고요. 이 시기에 카일로의 부모님은 아들에게 제대로 신경을 못 썼을 수도 있습니다.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제대로 케어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누군가와 비교당했을 수도 있고요.
그런 상태에서 카일로는 루크의 수련을 받게 되었고 다스베이더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이니 어린 시절부터 대충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루크의 가르침을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시스들의 모습을 동경했으며 다스베이더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이 시기에 스노크가 접근하여 카일로를 타락시켰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나킨과 달리 카일로의 타락 동기는 약했을 것입니다. 제다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파드메를 구하고 싶었던 아나킨의 상황은 타락하기에 어느 정도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극 중 카일로의 상태를 보면 그 동기가 너무나 약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라이트사이드로 갈까 봐 불안해합니다. 명분이 안 서는 것이죠. 굳이 나쁜 짓을 할 이유가 없는 그런 상황.
따라서 한 솔로를 죽이는 행동은 카일로로 하여금 마지막 명분을 만드는 행동이었습니다. 이제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입니다.
카일로 렌은 다스베이더보다 약합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말이죠. 다스베이더는 '그래도 내가 짱이야'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카일로 렌은 다스베이더보다 자신이 약할 것이라 두려워하고 있고 지금 깡으로 봐서는 스노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도 못 하는 거 같습니다.
에피소드 7을 계기로 카일로는 달라질 것입니다. 이제 자신은 완전히 다크사이드에 들어갔다고 생각할 것이고 더 잔인한 성격을 내비칠 것이고 수련의 완성으로 레이와 핀을 위협할 것입니다. 에피소드 8에서 레이와 핀은 카일로에게 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카일로에게는 마지막 위험 요소이자 희망이 남아있죠. 바로 어머니인 레아입니다. 아마 저는 어머니의 힘으로 카일로가 다시 전향하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카일로는 다스베이더에 비해 아직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질 것입니다. 한 솔로를 죽이는 짓을 하는 바람에 오리지널 팬들의 미움을 받게 되어서 과연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일로의 캐릭터도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더 매력적으로 나올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벤 솔로라고 하는 이름이 재미있더군요. EU 설정은 이제 스타워즈 공식 스토리랑 상관없는 설정이 되었지만 벤이라고 하는 이름은 EU에서 루크의 아들 이름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저는 뭔가 묘함을 느꼈는데.. 그러면 스토리를 너무 꼬아버리는 것이니 그냥 여기서는 재미있는 상상으로만 남겨두겠습니다.
4. BB-8
대놓고 노리고 만든 캐릭터지만 디즈니의 의도대로 귀여워 죽음 ㅋ
5. 포 다메론
저항군 최고의 조종사이지만 그의 실력만 뽐낼 뿐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개인 스토리는 없네요. 이대로 썩힐 캐릭터는 아니니 에피소드 8을 봐야겠습니다.
6. 스노크
스노크는 의문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시스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다크사이드 추종자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스노크가 시스라면 시스는 다 죽었는데 어디에서 나온 애일까 궁금하고
스노크가 다크사이드 신봉자라면 어떻게 해서 퍼스터 오더를 만들 정도로 강력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스토리랑 설정이야 만들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스노크도 꽤나 기대되는 캐릭터입니다.
7. 클래식 3인방
클래식 3인방이라고 해봤자 극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은 한 솔로 옹입니다. 클래식 3인방은 정말로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여 오리지널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특히 한 솔로 옹은 어린 후배들을 도와주면서 노장의 위엄을 보여주죠.
여기에 한 솔로와 레아는 아들이 타락했다는 비극적인 상황까지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레아 장군님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아버지와 아들이 다 타락하는 비극을 경험하게 되었을까요 ㅠ
클래식 3인방은 클래식과 시퀄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그 역할을 대부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이라 하는 이유는 루크가 막 컷에만 등장해서 하는 게 없어서...)
물론 3인방 이외에 쓰리피오, 알투디투, 츄바카 등의 기존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캐릭터 설명은 일단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이제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리겠습니다.
1. 쌍제이 감독의 에피소드 7
쌍제이 감독은 해냈습니다. 기존 6편의 작품을 적절하게 오마주 하였으며 팬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또한 리부트에 가깝게 만들었기 때문에 신규 팬들의 유입을 비교적 쉽게 했습니다.
반면 오마주가 과하기 때문에 모든 장면이 예측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7이 에피소드 4의 재탕이 되어가다 보니 신선한 맛이 부족합니다. 에피소드 7까지야 오랜만의 후속작이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에피소드 8과 에피소드 9마저 전작의 재탕이 된다면 그때는 정말 실망할 거 같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조금은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좋겠어요. 프리퀄 시리즈가 욕을 먹지만 이야기 구도 자체는 클래식하고는 다른 게 있어서 오히려 재밌는 부분이 존재했듯이요.
2. 조지 루카스가 에피소드 7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에피소드 7을 보고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조지 루카스가 에피소드 7을 구상했으면 어땠을까?'였습니다. 물론 조지 루카스가 감독하는 거 말고요. 그딴 거 필요 없음..그냥 스토리랑 설정 작업에 말이죠.
모르긴 몰라도 지금 하고는 또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게 더 구릴 수도 있고 더 좋을 수도 있죠. 하지만 원작자이기에 시퀄 시리즈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싶습니다. 조지 루카스도 디즈니 측에 아이디어를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디즈니랑은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디어가 별로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디즈니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가 구상했던 이야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언젠가 공개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설마 여기서 자자 빙크스가 나오지는 않겠죠?
3.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깨어난 포스는 훌륭한 스타워즈 영화입니다. 그리고 잘 만든 SF 영화이며 괜찮은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편집이 너무 불친절하고 개연성 없게 전개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평균 이상은 한다고 봅니다. 모험적인 요소도 들어가 있고 박진감 넘치는 비행 전투 장면이 있으며, 유머적인 요소도 가득합니다. 적어도 새로운 스타워즈를 알리는 영화로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기에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하겠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괜찮게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프리퀄 에피소드 1, 2보다는 괜찮아요.
그러면서도 불안하기도 합니다. 지나친 오마주, 스토리 확장으로 인한 무리한 설정, 에피소드 8과 9의 감독이 다른 점 등 영화를 말아먹으려면 언제든지 말아먹을 요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타워즈가 오리지널 6편으로 끝났을 때가 가장 좋았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분들은 클래식 3부작 만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이제 디즈니는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확장했습니다. 스핀오프 시리즈도 나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팬의 한 사람으로서 부디 디즈니가 무리하지 않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잘 마무리(?)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