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부터 교수님 진료까지
아침에 아이 얼굴을 보는 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눈 아래,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혈관종이 눈에 띄게 부어 있었고,
살짝 누르자 아이는 불편한 듯 몸을 움찔했다.
혈관종은 아이가 생후 5개월쯤 처음 나타났고,
2년간 베타블로커 계열의 약을 복용했다.
지난 1월, 더 이상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어 복용을 중단했고 이민을 왔다.
이후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내던 중, 갑작스레 붓고 통증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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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아이의 얼굴이 부어 있는 걸 보고
우선 가까운 일반 urgent care에 갔다.
하지만 눈 근처 혈관종처럼 예민한 부위의 부기는 자신들이 다룰 수 없다며,
소아 전용 urgent care로 가보라고 안내받았다.
그렇게 다시 병원을 찾아가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먼저 말해야 할지 정리했다.
보험 적용 여부, 증상 설명, 모두 낯설고 긴장됐지만
아이가 잘 진료받는 게 최우선이었다.
접수창구에서 먼저 보험이 적용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Do you take Blue Cross Blue Shield of Texas? And can she be seen here for this?” (블루크로스 블루쉴드 텍사스 보험 받으시나요? 그리고 이런 증상도 진료 가능할까요?)
짧고 간단했지만,
그 순간 나에겐 꼭 필요한 확인이었다.
결국 아이는 진료를 받았지만, 전문적인 조치나 처방은 없었고 다음날 더 정밀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새로 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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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출근길 아이의 얼굴은 더 딱딱해지고 부어올라 눈까지 붓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아이는 그제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남편에게 급히 연락해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Westlake Dermatology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쪽 의사는 베타블로커 계열 약을 다시 처방해 줬고 더 큰 병원에 갈 수 있는 레퍼럴도 주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약국에선 “보험 승인이 필요하다”며 처리를 보류했고, 결국 약 없이 또 하루를 보내야 했다.
저녁에는, 담당 의사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어
빠른 prior authorization 요청과 함께
(레퍼럴을 처음 받아봐서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몰라) 레퍼럴 발급 여부와 시점, 대상 병원에 대해서도 한번 더 문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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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후,
레퍼럴이 전달된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약 가능한 날짜는.... 당장 오늘! 한 시간 뒤! 혹은 2주 후 가능하다고 했다. 고민할 틈도 없이 오늘껄로 잡았고 후다닥 준비해서 병원으로 갔다.
아이가 진료받은 곳은 Dell Children’s Medical Group.
담당해 준 의사는 바로 Moise L. Levy, MD.
그는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Dell Medical School의 소아과 및 피부과 교수이자,
Pediatric and Adolescent Dermatology(소아 및 청소년 피부과) 분야의 전문의다.
진료실에서 그는 아이를 차분히 살펴본 뒤,
안심이 되는 말과 함께 다음 단계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줬다.
“If she were my granddaughter, I wouldn’t be too worried based on what I see right now.” (이 아이가 내 손녀였다면, 지금 눈에 보이는 걸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거예요.)
“But we do need to get an ultrasound.” (하지만 초음파 검사는 꼭 받아보셔야 합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 덩어리가
**혈류 특성(flow characteristics)**을 보이는지,
즉 혈관종인지 혈관기형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MRI는 필요 없을 가능성이 크고,
추후 생검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엔 성형외과 전문의가 시행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해 줬다.
“I wouldn’t do the biopsy myself because of the location.” (이 부위는 민감해서 제가 직접 생검을 하진 않을 거예요.)
“You’d want a plastic surgeon to do it so there’s no big wound.” (흉터 없이 안전하게 하려면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맡기는 게 좋아요.)
“If this were a typical hemangioma, it should be gone by now — or at least not getting bigger.” (이게 일반적인 혈관종이었다면 지금쯤은 없어졌거나, 적어도 더 커지진 않았어야 해요.)
그의 설명은 조리 있었고, 판단은 명확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Moise L. Levy, MD만큼 신뢰가 가는 의료진은 없었다.
이제야 비로소 “정말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다.
2주 뒤로 잡힌 초음파 예약.
그 사이 더 심해지질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