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D 교수의 진단, 정맥 기형

피검사부터 초음파, 그리고 MRI를 결정하기까지의 기록

by 우주소방관

며칠 후, Moise L. Levy 박사님의 오피스에서 전화가 왔다.

둘째에게 피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권유였다.


그날 바로 같은 병원으로 워크인 방문.

접수는 간단했고, 별도 결제도 없었다.

작은 주사기 한 통 정도로 피를 뽑고 돌아왔다.


이틀 뒤, 검사 결과에 대한 전화를 받았다.

박사님께서는 결과지를 소아 혈액 전문의에게도 다시 검토 요청하셨고,

전반적인 수치는 정상이지만 한 항목이 다소 낮게 나와

“지금 염려할 상황은 아니고, 나중에 한 번 더 피검사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은 일정은 초음파 검사.

원래 다음 주 월요일로 예약돼 있었는데,

혹시라도 더 빠른 자리가 있을까 싶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운 좋게도 바로 다음 날 아침 8시에 가능한 시간이 생겼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일정 변경.


하지만 그날 밤, 고민이 밀려왔다.

아기의 눈 밑은 확실히 더 부어 있었고 단단해 보였다.

6월 8일 처음 붓기 시작한 날보다

지금은 다섯 배는 커진 것 같았다.


‘지금 ER에 가야 할까?’

‘하룻밤만 기다려도 괜찮을까?’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찮은 척 장난치는 아이를 보며

속으로만 계속 괜찮기를 빌었다.

정말 미안하고, 정말 속상했다.

결국 나는, 다음 날 검사 결과를 믿어보기로 하고 그렇게 밤을 넘겼다.


초음파 검사실.

검사 선생님은 약 10분간 아이의 부위를 살펴보다

중간에 자리를 비우며 “담당 의사에게 더 확인해 볼 게 있는지 물어보겠다”라고 했다.

그 한마디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검사와 진료가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이게 참 고맙고 든든했다.


한국에서는 검사가 미흡하면 그저 대충 넘어갔고,

진료실에서는 “아이가 많이 움직여서 정확히 못 봤다”는 핑계만 돌아왔다.

그럴 땐 이유도 모른 채 내가 민망해져야 했다.


그에 비하면 오늘 이 경험은 분명 달랐다.

우리의 시간과 돈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

작지만 중요한 차이였다.


검사 후, 곧바로 결과가 이메일로 왔다.

보고서에는 혈관종이 아니라

venous malformation(정맥 기형) 가능성이 높다고 적혀 있었다.

조직 안에 오래된 혈액이나 부분적인 혈전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다음 단계는 두 가지.

진정 마취 후 MRI를 바로 진행하거나,

2~3개월 후 초음파를 재촬영하며 경과를 보는 것.

어떤 경우든 경화요법이나 생검이 필요하다면

MRI가 선행돼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그날 밤, 남편은 계속 말했다.

“이게 정말 혈관종이 맞는 걸까?”

마음 한편에선,

‘부디 혈관종이 아니길, 다른 이유이길’ 바라는 마음도 보였다.


결국 우리는 병원에 다시 전화해서

MRI가 진단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한 번 더 물었다.


병원 측에서는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Yes, this is not technically a hemangioma — it’s a venous malformation.” (맞아요, 이건 정확히 말하면 혈관종이 아니라 정맥 기형이에요.)
“If she had external bleeding or obvious trauma, it would be an ER visit. But this looks like an internal issue with the blood under the skin, not something that requires emergency care.”(어디 부딪혀서 피가 났거나 외상이 있었다면 응급실에 가야 했겠지만, 지금은 피부 아래 혈액 문제로 보여서 ER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An MRI would help us rule out other possibilities and give us a clearer answer about the cause of this rapid swelling.”(MRI는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렇게 급격하게 부은 원인을 더 명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우리는 MRI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병원은 우리 보험사에 확인 후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곧바로 병원에서 또 전화가 왔다.

“아기 눈 밑을 만졌을 때 뜨겁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에 따라 염증 가능성을 고려해 항생제 Cephalexin을 처방해 주셨다.

혹시라도 모를 세균 감염에 대비한 조치였다.


약이 준비되기까지 거의 5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약국에서 준비됐다는 연락이 왔다.

휴. 그 순간, 비로소 하루의 끝이 느껴졌다.


내일부터는 약을 먹이기 시작할 수 있다.

부디 이 약이 도움이 되기를.

급하게 부은 이 자리,

조금씩 가라앉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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