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엄마의 고민과 선택
아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한국 가서 치료받는 게 낫지 않겠어?”
병원 접근이 빠르고, 보험 없이도 진료비 부담이 덜하다는 걸
나도 잘 안다.
한국에서 치료를 받아본 경험도 있으니까.
그곳에서는 당일 예약 없이도 병원에 가서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진단도 꽤 신속하게 내려졌다.
그런데 그렇게 한국에서 여러 병원을 다녔어도
결국 우리 아이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선
진료 하나를 예약하려 해도
며칠, 때론 몇 주를 기다려야 하고
의료비도 보험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처음엔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컸다.
‘과연 여기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족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 예약은 생각보다 빠르게 잡히고,
• 보험도 어느 정도 비용을 커버해 주며,
• 의료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듣고, 설명도 꼼꼼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굳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는 것이
과연 더 나은 선택일까?
사실 지금 받고 있는 진료가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아이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때도 그랬다.
그래서 결국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병원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이 질환 자체가 단기간에 쉽게 나아질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
누구도 단번에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는 경우라는 것.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디가 더 빠른가, 더 저렴한가를 따지기보다는
그동안의 진료 기록과 흐름을 잘 연결해 가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같은 미국 안에서도 다른 병원에서
또 다른 의견을 들어보는 것.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이 치료의 여정을
갑작스레 바꾸기보다는,
차분히, 흔들리지 않고 쌓아가는 것.
그게 어쩌면
이 답답하고 조심스러운 시간 속에서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이미 한 번 경험해 봤던 한국의 의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번엔, 더 크고 복잡하지만 그만큼 체계적인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믿어보기로 한 것.
조금 느리고, 돌아가는 길일지라도
지금은 이 길에서
아이의 해답을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