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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단이 Feb 08. 2021

기적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걸까?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장학생으로 미국의 음악 대학에 입학했다는 글을 SNS에서 보았다. 노래하는 걸 참 좋아했고, 또 잘 했었기에 수업이 너무 지루하면 친구들의 요청으로 교단에 올라 노래를 하기도 했던 친구다. 대학 입학 후에 몇 번의 연락을 한 적은 있지만 이내 뜸해졌다. 그렇지만 SNS를 통해 항상 노래와 기타 연주 영상을 꾸준히 올리던 모습은 기억 난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오랜 노력으로 끝내 이뤄낸 걸 보면 참 뿌듯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나는 무얼 하고 있나 싶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통해 성과를 이룬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대학생 때 깨달았다. 4년 내내 열심히는 했지만 공모전 입선이라는 애매한 결과만 남은 나에게는 특히 그렇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뭐 대단한 일을 이루겠다고 그렇게 열심이었나 싶다. 이 정도 수능, 이 정도 대학, 이 정도 상장일 줄 알았으면 과연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열심히 했었을까?


주변에서 꿈이 참 크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말을 따갑게 던지는 이들도 종종 있었기에 늘 칭찬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망상에 가깝도록 지나치게 큰 꿈을 꾸는 거 아니냐며, 꿈이 너무 크면 오히려 불행해질 수도 있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쳐지나가도록 두기엔 깊은 인연들이라 나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흘려듣기도 참 어려웠다. 물론 반대로 나를 응원해주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해준 사람들도 많았으니, 결국 누가 옳은 말을 한 것인지는 나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아주 거대한 꿈을 꾸면서도 한 편으로는 터무니 없어 보이는 계획이라는 건 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나는 기적이 일어나, 내가 원하는 환경으로 훌훌 떠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던 걸 지도 모른다. 노력을 붓고 또 부으면 언젠가는 기적이 나에게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적 (奇跡/奇迹)

[명사 ]

①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 기적을 행하는 초능력자.

 - 기적을 바라다. 

 -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전력상으로는 우리가 이기기 힘들겠다.

 -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기적의 명약이란 없다.

 - 천 길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지고도 부러진 데 하나 없는 것은 참으로 기적이었다.


② 종교 일반 신(神)에 의하여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



기적이란 뭔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뜻이 나왔다. 기이할 기, 발자취 적을 쓰는 걸 보니 평상시답지 않은 족적을 인생에 남기는 게 기적인가 보다. 인생이 크게 뒤흔들릴 정도로 바뀌길 원했던 변곡점들이 몇 번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새로운 시작점을 찍자마자 반쯤 미친 사람처럼 목표를 향해 몰두했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지내던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무리한 일정이라며 말리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고 기적이 일어날 때까지 계속 두드렸다. 그렇지만 그 문이 열린 것들은 거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그 문을, 손가락 하나 까딱하여 쉽게 여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그 때마다 참 힘들어했다.


그래도 계속 두드리고 싶고, 계속해서 내 인생을 바꾸고 싶다. 이 넓은 우주에 짧게 살다 가는 인생인데 원하는 것들을 해보지 못 하고 간다는 건 억울하다. 멀리서나마 전해들은 친구의 소식에서 나도 나만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간다. 포기하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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