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구스1
작성자_트루
prologue
2017년 8월 여름부터 다음 해 겨울까지,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첫 해외살이를 했다. 추위를 유독 많이 타 추운 지역보단 따뜻한 나라를 고려했지만, 비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혹독한 날씨로 유명한 리투아니아로 떨어지게 되나니..!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경험하며 타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게 된 곳은 ‘빌뉴스 대학교’이다. 400여 년의 역사가 있고, 대학 건물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 학교의 모델이기도 하다! 학교 내부 역사 투어가 있을 만큼 캠퍼스 구석구석 볼거리와 정취가 있어, 학교에서 길을 잃어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빌뉴스 대학교가 있는 올드 타운을 빠져나오면, 우주피스(Uzupis)에 도착할 수 있다. '우주피스'는 빌넬레강 너머에 있는, 리투아니아어로 '강 건넛마을'이라는 뜻의 작은 예술인 마을이다. 1997년 4월 1일 리투아니아 내 예술가들이 모여 독립 선언을 한 후 매년 4월 1일은 독립공화국이 된다.
빌뉴스에서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을 정도로 우주피스란 장소에 깊은 매력을 느꼈고, 해외재생공간 사례를 영어로 나누는 어반구스 스터디에서도 소개하게 되었다.
아래는 스터디 자료로 사용한 우주피스에 대한 영문 기사글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해당 기사는 우주피스 공화국의 창립자와 관계자들의 말하는 우주피스 이야기가 담겨있다.
Užupis : A tiny republic of free spirits (출처 : BBC travel )
http://www.bbc.com/travel/story/20181014-uupis-a-tiny-republic-of-free-spirits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주피스의 헌법 조항과 지역의 변화이다. 첫 번째로, 우주피스의 헌법 조항은 정말로 특별하다. 41가지 조항 중 눈이 갔던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4. 모든 사람은 실수할 권리를 가진다.
7. 모든 사람은 사랑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나, 이것이 필수는 아니다.
9. 모든 사람은 게으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가진다.
13. 고양이는 자기 주인을 절대적으로 사랑할 의무는 없지만, 주인이 어려운 순간에는 꼭 도와주어야 한다.
25. 모든 사람은 다양한 국적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33. 모든 사람은 울 권리를 가진다.
예술가들이 만든 공화국답게, 자유, 행복, 다양성에 대한 권리를 창의적으로 보여주는 점이 좋았다. 이곳에 가면 나로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불어 우주피스라는 지역의 변화를 말해보자면, 이곳은 사실 처음부터 예술가들이 살았던 지역은 아니었다. 16세기에는 유대인들의 거주지였다가 홀로코스트 이후에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거리의 부랑자들이 빈민촌을 이루고 살았던 지역이었다. 20세기 중반 소비에트 연방의 통치에 있을 때도, 이곳은 죽음의 거리로 불릴 만큼 버려진 지역이었다. 이렇게 가치가 없는 지역에서 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기점은 우주피스 공화국으로의 선포일 것이다.
강한 빛일수록 진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처럼, 이러한 우주피스의 긍정적인 변화 뒤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뒤따르게 되었다. 우주피스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방문으로, 이곳의 주택임대료는 수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곳이 되었다. 따라서 초기 싼 집값 때문에 들어온 예술가들이 거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했다면 지금은 중산층과 유명인들이 많다.
결국 궁극적 해결이 어려운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에 중심을 맞추기보단 처음 우주피스가 창립된 비전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변화된 공동체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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