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구스1
작성자_스타
(1편에서 이어집니다.)
4. 이에 프로젝트 (1997~)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것이 재생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관 세 곳 외에도 오래된 거주 지역 혼무라의 빈집을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이에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이에는 우리말로 집이라는 뜻으로, 지금까지 총 7개의 빈집을 각 예술가들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단순히 빈집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빈집의 역사를 담거나 주민들과 소통, 협업하기도 하는 등 장소특정적, 주민참여적이라는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이 중 네 군데에 다녀왔다.
1) 고오 신사
에도 시대부터 있었던 유서 깊은 신사를 스기모토 히로시라는 아티스트가 복원했다. 방과 지하를 잇는 유리 계단이 인상 깊었다. 방과 한 걸음쯤 띄어져 있는 것이며, 고대인들이 신성하게 여겼던 유리로 만들어진 것이 신비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신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2) 미나미데라
“이에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다. 노출 콘크리트가 특징인 안도 타다오가 그의 다른 건축물들과는 다르게 그을린 검은 목재를 이용하여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위해 만들었다. 체험 공간으로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들어가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이 적응해갈 즈음 서서히 무언가가 나타난다. 직접 가서 경험해보길 바란다.
3) 카도야
“이에 프로젝트”의 1호 집. 들어가면 얕은 물 아래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숫자가 올라가는 전광판 수십 개를 볼 수 있다. 미야지마 타츠오라는 예술가가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간다고 느끼는지 묻고, 그 속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4) 하이샤
옛 치과 건물을 여행 작가인 오오타케 신로가 여러 수집품, 작품들로 채웠다.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게 솟아오른 뚱뚱한 자유의 여신상이 인상 깊었다.
시간상 방문하지 못한 나머지 세 군데는 다음과 같다.
1) 긴자
예약제이다. 트리엔날레 기간이라서인지 예약이 꽉 차 가지 못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들어갈 수 있는 명상적인 공간이라고 한다. 후에 방문한 테시마 미술관의 설치 예술가 나이토 레이의 작품이라고 해서 더욱 궁금해진다. 그녀는 바닥과 천장이 없는 이 공간을 보고 이 땅 위에 살다간 사람들의 영혼을 느꼈다고 한다.
2) 고카이쇼
기원이란 뜻의 고카이쇼는 한 은자가 이 건물에서 사람들과 바둑을 자주 두던 것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목조 작가 스다 요시히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 이시바시
메이지 시대 제염업으로 번성한 이시바시 가문의 저택에 히로시 센쥬라는 일본화의 대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5. 아이러브유 (2009)
일본어로 “유”로 발음되는 “탕(湯)”을 이용한 언어유희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목욕을 한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여전히 주민들이 이용 중인 공공목욕탕이다. 하이샤를 담당한 오오타케 신로 작품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는 나오시마 외에 이누지마(1909년부터 1982년까지 구리제련소가 있던 섬), 테시마(1975년부터 1991년까지 불법 산업폐기물이 버려졌던 섬) 등으로 확장해나간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섬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테시마는 산업폐기물이 불법으로 버려졌던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깨끗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테시마 미술관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예술가 나이토 레이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자연광, 바람, 흔들리는 실, 고이는 물방울 등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한없이 바라보며 명상에 빠지게 하는 곳이었다.
이밖에 할머니의 오래된 시골집에서 여름을 나면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톰 하우스 등이 인상 깊었다.
이 3개 섬을 포함 총 12개 섬과 2개 항에서 2019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2010년부터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일환으로 시작한 예술 축제이다.
후쿠타케 소이치로가 나오시마를 예술섬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안도 타다오 같은 대가도 의구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누가 이렇게 외따로 떨어진 섬에 예술 작품을 보러 오겠느냐며. 하지만 지금은 장소특정적, 주민참여적 예술 프로젝트로 쇠퇴하고 있던 섬을 살리고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도 미술관이 된 폐교를 중심으로 섬 하나를 예술로 채우고 있는 연홍도, 자본 문제로 오랫동안 건설이 중단되었던 리조트 건물을 예술가 레지던시로 재탄생시킨 가파도 등 여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주변 환경과 역사 맥락에 맞는 개발과 작품들, 그리고 주민과의 상생으로 오래 가는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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