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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Jan 05. 2025

거주의 시작

정릉508단지/교수단지_이정옥



네이버 지도_ 정릉508단지와 정릉교수단지


산동네의 본격적인 마을은 한국전쟁 이후부터 형성된다. 성북동 옆 정릉은 북악산과 북한산처럼 연결되어 있다. 현재 빈집을 개조해 북스테이로 운영중인 성북동 파란대문집은 북악스카이웨이에 인접해있다. 파란대문집에 오려면 산을 탄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마을버스 1162번을 타고 종점인 산 위에서 내려오는 길이 시간은 더 걸릴지언정 몸과 정신건강에 이롭다.

 정릉508단지의 주택풍경


북악스카이웨이 주변으로 군부대 시설들을 종종 볼 수 있다. 1968년 1월21일 김신조 간첩 사건으로 더 강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대사관저가 몰린 이유는 차로 10분 거리인 청와대가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적이 드문 동네여도 곳곳에 경비초소가 있어 안전한 동네이기도 하다. 1162번 버스는 정릉508단지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입구와 출구가 동일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온다. 정갈하게 줄지어진 다세대 주택들로 정릉을 바로 옆에 두고 위로는 북악스카이웨이를 둘러 메고 있다. 청량한 산내음과 바람 그리고 새들의 음율이 세련된 서울의 분위기를 빗겨간다. 북악산로1길 정릉508단지는 1960년대 정보부 직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조성된 주거단지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주변의 정릉과 군부대시설로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었는데, 근처 서울대학교 교직원을 위한 교수단지조성과 함께 허가된다.


정릉 508단지와 교수단지의 어느 주출입구


성북동의 산동네는 피난민들이 얼기설기 엮어낸 집들이지만, 정릉508단지와 교수단지는 대상에 맞춰 단지가 형성된다. 두 곳의 길의 언어는 확연히 다르다. 차량 이동이 자유롭게 폭이 넓고 길게 뻗은 508단지와는 반대로 교수단지의 길은 미로 같아 동네사람만 쉬운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다. 며칠 전 산동네를 오르다가 어르신 두 분의 대화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한 어르신이 이 동네를 세 가지의 오르막길이 있다며 자신의 체력에 따라 골라 올라간다며 자신의 친구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는 오르막길은 어떤 루트이건 다 힘들 것 같지만, 각도의 차이로 덜 힘들 수는 있겠다. 회색도시라 불리는 서울에서 산 속에 집이 있고 집 안에 정원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든 살고 싶어 할 것이다.


정릉의 동네카페와 나무 품은 집


나이를 폭삭 먹은 주택들의 정면을 보면서도 창 사이로 따뜻한 온기가 서서히 퍼지는 이유는 뭘까? 교수단지는 재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각자의 집에 드나들며 정을 나누면서 동네의 애정확산으로 재개발이 무산된다. 이러한 과정과 결과에서 생활의 효율성 이상으로 삶의 의미와 관계맺기의 주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인간을 ‘세계-내-존재’라고 했던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은 어딘가에 거주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한다. 거주의 본질을 다시금 고민하면서 올바른 거주란 무엇일지 질문을 남겨본다.


교수단지의 다정한 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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