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청량리동_임효묵
이번 답사 지역은 제기동과 청량리동이 만나는 홍릉근린공원 옆 동네입니다.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제기제6구역, 청량리6구역)되어 곧 사라지게 될 곳이죠. 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사라진다는 표현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재개발이 진행되면 무엇이 바뀌게 될까요? 무엇이 사라질까요?
사라질 것을 기록하기 위해 골목을 걸었습니다. 사람들이 이 동네에서 생활하는 모습, 그들이 살아가며 만들어낸 이야기 등은 차치하고, 우선 눈에 보이는 것들을......
건물안의 모든 것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경계인 담장, 담장과 담장(혹은 건물과 건물)사이의 골목길,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용 시설/공간(작은 공원, 전봇대 등), 작은 상점의 간판 등이 사라지겠죠.
건물 안은 들어가 볼 수 없어 건물의 외벽, 담장, 골목길 등을 중심으로 발과 눈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동네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저는 이 동네를 찾은 것이고,
기록을 하려 눈으로 보니, 그 어떤 존재들이 보였습니다.
저에게는 이번 답사를 통해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이 동네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존재는 사라질 때에 비로서 우리가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김아타 작가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모든 사라짐은 존재에 근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