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月동
작성자_제이드
주관의 영역인 ‘감’
개인적으로 공간. 건축을 기술이 아닌 인문학 시선으로 보고 느끼는 것을 즐겨한다. 말과 글로 공간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는 것이 나에겐 늘 어려운 숙제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습성을 아는 친구들은 내가 다닌 곳을 함께 거닐어 보고 싶다고 한다. 이제 그들과 구도심 중심으로 무언가 끌어당기는 골목이 있으면 주저 없이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공간주 사모임인 ‘어반구스 필드편’은 현장/지역에서 본인이 직접 공간을 느끼고 인식하는 동시에 개개인 주관의 영역 공간‘감’을 가져간다. 또한 복잡한 감정을 글로 정리하면서 표현을 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2020년 7월 우리는 단톡방에서 사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공유하고 숙지한 다음에 지도와 함께 문래동 필드로 나가본다.
추상의 영역인 ‘공간’
도림동에서 살고 있는 나는.
영등포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문래중학교 입학을 하면서 문래철강단지를 꼭 거쳐야만 했다..
옆 고등학교를 다닌 짝사랑 건우오빠가 버스 대기선에 없으면 굳이 찌부대면서까지 올라타기 싫은 버스를 보내고 금속 찌부대는 배경음악 흐르는 문래동을 매우 재빠른 속도로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 다니곤 했다.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문래동을 26년 후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역자원이 풍부해 방직공장이 생겨나고 직원들의 숙소가 필요해 오백채 마을이 탄생했으며 현재 다수의 사람들이 산책하는 도림천은 당시 갯벌이었고 문래동 3가 지역은 뽕나무 식재 농장이었다는 것. 개발이 손쉬운 갯벌과 농장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탈바꿈되었고, 철강단지 지역은 IMF 경제 위기 이후 활력을 잃으면서 젊은 예술가와 F&B 업계들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나 또한 2가 지역에 도시와 시간을 잇다 란 뜻인 ‘도시간’을 아지트처럼 사용 중이다.
관심의 영역인 ‘시간’
인테리어 일을 하고 시간의 흔적이 머문 지역들을 답사하는 것을 즐겨하다 보니 공간감이 남들보다 발달되어 있다. 빈 공간을 보면 자연스럽게 상상 속에서 검은 선들로 슥슥 그림이 그려진다. 자주 가는 지역이더라도 늘 새로움을 느낀다. 전체를 보았다면 하루는 떨어져 나간 타일 흔적,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적인 붉은 벽돌, 또 하루는 녹이 흐른 대문과 일부 부서진 콘크리트. 또 다음날은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하는 기대와 설렘으로 요동친다.
이날 문래동을 2시간가량 거닐면서 학창 시절 피하고 싶었던 동네가 이제는 마주하고 싶은 호기심 가득 찬 곳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문래동 3가에 제2세종문화회관이 공사 중이고 밀가루 공장이었던 대선제분 역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중이다. ‘감’으로 잡은 아주 작은 공간 ‘도시간’이 문래동에 어떠한 빛을 내뿜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실핏줄 같은 빛만 내는 다양한 색깔들로 시도 중이다.
어제와 오늘을 조금 달리 보내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고 주저하기보단 부딪히다 보면 금속처럼 단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번 어반구스 월동탐색을 통해 '숨 멎는 공간' 도시의 순간을 잘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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