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거리와 온갖 잡생각들

성수月동

by spacehost

작성자_선


성수동. 조선시대 임금이 말과 군대 훈련을 지켜보던 성덕정과 뚝섬 수원지에서 한글자씩 따와서 지었다고 한다.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지명, 2008.12) 뚝섬 수원지에서 이름을 따온다면 뚝이나, 뚝이 기원이 되었다고 하는 纛(독 혹은 둑)을 따와서 성둑동 정도가 맞지 않나?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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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역에서 모여 비상용 모래함 위에서 간단히 사전 공부를 마친 뒤 답사를 시작했다. 답사를 시작하면서도 농처럼 이야기하긴 했지만, 성수동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진 않았다.


조선시대 말을 키우고 군대를 훈련시키는 곳이었다가, 일제강점기에는 유원지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뚝섬경마장이 생겼다가 이전했고, 지금은 서울숲 등이 자리잡고 주변의 땅값을 올리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60년대부터 자연발생한 공업지역이 있었으나 80년대 이후 빠져나가고 예술가 등이 들어왔다가 다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 중이다. 수제화 거리로 유명하지만 제조업이 무너지며 역시 타격을 입고 있고, 거리를 재생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가 붉은 벽돌 마을 조성 프로젝트. 그 결과 이 거리의 특색에 반한 블루보틀 1호점이 붉은 벽돌로 쌓인 건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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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제거 예정 안내문과 바닥의 무늬

확실히 문래동과 달리 전체적으로 도시 재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뚝섬 역에서 내려 가장 처음 내 눈을 끌었던 것들이다. 가로수 제거 예정 안내문.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이럴때 써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로수의 상태'까지' 꼼꼼히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다른 구에서도 하고 있는 일인데 도시재생에 힘쓰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온 뒤라 유난히 눈에 뜨인 걸 지도 모른다.)


제일 처음 들린 곳은 와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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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공간.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템들이 펀딩을 기다리거나, 펀딩을 통해 제작이 완료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문물(?)에 게으른 편이다 보니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신기한 물건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약간 곁가지로 새는 느낌의 이야기지만, 휴대폰이 방전 상태여서 입장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왜 수기 작성 후 입장은 안되나. 한국이 아무리 IT강국이라고는 해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퍼센트인 것은 아니다. 접근성에 있어 이런 건 차별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워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하고 다같이 생각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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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아파트와 그 주변 (장미아파트도 낙후된 건물의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주변과 비교하면 안어울린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오른쪽 하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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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역 근처의 거리는 딱히 특색이 있지는 않았다. 이미 재개발로 예쁘게 씻기고 입혀 단장한 뒤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공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장미아파트 부근이 재개발 예정이라 하여 둘러보게 되었다. 철거를 해야할 정도로 낙후된 건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과 비교하면 어울리지 않는 인상에 주변 땅값이 올랐기 때문에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었겠구나 하는 짐작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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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잡게 된 성수동의 테마는 재생이었다. 굳이 촘촘히 따져보자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재생. 세련된 수제화 공방, 눈길을 잡아끄는 까페와 바, 아모레 성수나 와디즈 같은 전시 공간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반짝거리기 시작하는 공간 말이다. 문래동에서는 모든 것에는 결국 끝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느꼈다면, 성수동에서는 일종의 순환하는 고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빈 땅에 자리를 잡은 공업단지의 몰락 - 가난한 예술가와 청년들의 찾아듦 - 관광 (혹은 외식 산업)등의 성장 - 부촌의 형성 이런 과정들.


도시 재생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묘하다. 생명체가 재생하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개체가 입었던 상처를 재생하고 다시 온전해지는 과정일 뿐이니까. 하지만 도시의 경우에 재생은 기존의 것들을 배제한다. 재개발, 재건축을 둘러싸고 늘 잡음이 많은 이유다. 그렇게 예쁘게 단장시켜놓은 곳에서 기존의 사람들/산업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 단물을 빨아먹고 있는 느낌이 든다면 너무 과격한 표현일까?


하지만 '재생'을 하지 않고 내버려둘 수도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폴리 거리를 걸으며 느껴지는 악취에는 분명 도시의 죽음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거주공간을 꾸며야 한다. 기존의 건물과 사람들을 싹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승하고 연결하기 위한 고민도 생략할 수 없다. 딱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성동 '상생도시센터'라는 간판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시재생지원과 사회적경제지원이 동시에 걸려 있다는 점에서 성동 답사에서 고민하던 지점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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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이모저모. 머릿속 복잡한 거야 어찌되었든 파워 집순이었던 내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핸드폰만 방전되지 않았어도 여기저기 더 찍느라 바빴을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는 월동탐색 때는 만전을 기할 수 있기를....


2020.8.25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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