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따라 걷다

성수月동

by spacehost

작성자_스타


이번 달 어반구스 필드 월동탐색 동네는 내가 골랐다. '와디즈', '아모레 성수' 등 새로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고 싶었던 문화공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연 성수동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려고 검색을 해보니 '블루보틀'이 왜 국내 1호점 장소로 성수동을 택했을까를 분석한 기사들이 많았다. 성수역, 뚝섬역, 서울숲 역으로 둘러싸여 입지가 좋으며 요즘 가장 떠오르는 상권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찾고 싶은 건 이런 새롭고 핫한 공간뿐 아니라 그 공간들을 불러온 동네의 역사 배경이다. 뚝섬역에서 만나 서울숲역 쪽으로 걸었다. 몇 번 방문했던 '카우앤독' 등 익숙한 세련된 고층 빌딩 사이로 낮은 아파트 몇 동이 보였다. 이름도 정겨운 '장미 아파트'. 벽돌로 아름답고 튼튼하게 지어져 앞으로 몇 년은 끄떡없을 것 같지만, 재개발의 열풍에 휩싸인 듯했다. "재건축 심의 통과 축하"라는 현수막이 벽에 붙었고, 주말이었지만 주거 단지 특유의 나른한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살았던 곳이 허물어지는 게 어째서 축하할 일이지..."


우리 중 한 사람이 말했고 "다시 올 때쯤엔 여기도 사라져 있겠네" 하고 쓸쓸히 자리를 떴다.


이 근처 아파트들의 값을 올리는 요소는 한강뷰와 서울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거대 녹지 서울숲일 것이다. 서울숲은 이전에 경마장, 골프장이었으며 그보다 더 예전에는 말 목축장이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사람들이 말똥 냄새 때문에 기피했었다고 한다. 거기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이라 자주 침수되었다. 덕분에 당시에는 땅값이 저렴해 근처에 큰 공장과 수제화 공방들이 들어올 수 있었을 테다.


성수동의 이름은 임금이 말과 군대의 훈련을 지켜보던 '성덕정'과 '수원지'에서 한 글자씩을 따와 지어졌다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보니 곳곳에 '성덕정길'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카페 거리라고 자주 불리는 '연무장길'의 '연무장'은 무예를 연습하는 장소라는 뜻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한강과 말이라는 자연 요소가 조선시대, 근대화 시기, 그리고 현재라는 시간을 거치며 동네의 풍경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풍경이 바뀌어도 과거의 흔적은 남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해나가는 것이 재밌었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바뀔까. 곳곳에서 재개발과 청년들의 새로운 실험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다. 부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특색 없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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