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月동
작성자_선
목동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막연하지만) 잘사는 사람들 모여사는 동네", "차가 맨날 막히는 동네" 였다. 그 외에는 뭐, 남의 동네에 관심 가질 이유가 딱히 없는 삶을 살아왔기도 했고.
그래도 흐릿하나마 부자 동네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은 목동 부모들의 교육열에 대한 이야기와, 건너건너 아는 의사가 목동 산다느니 하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번 답사 전에 간단하게나마 사전조사를 해보니 그 이유가 좀 더 명확해졌다. 사람들이 재개발, 재개발 하는 이유가 목동 때문이렷다.
이름에 무언가(소라던가)를 키운다는 뜻(牧)이 담길 정도로, 사람이 사는 동네라기 보다는 비어있는 땅에 가까웠던 동네였던 곳을, 88올림픽을 보러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보여주기 싫어 계획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계획적 개발이라면서 내 기억 속에 늘 차가 막히는 건 도대체 왜냐고)
높으신 분들이 계획을 세워 어마어마하게 넓은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며 군데군데 녹지도 잘 구성해놓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위의 사진은 '파리공원'이다. 아마 랜드마크로 삼고 싶었던 모양인데, 덜렁 독립문과 에펠탑 모형을 가져다 놓고는 파리공원이라 이름 붙이다니 조금 한심했다. 나름대로 프랑스와 한국의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야 설립된 공원이라 하는데, 그 의의에 비해서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프랑스에도 서울 공원이 있다 하니 참고하시길. https://blog.naver.com/bloglh/220963327104) 어쨌든 도심 속의 녹지 겸 휴식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지, 추운 날씨와 코로나 시국 임에도 한가로이 거니는 주민들이 많이 보였다.
공원 내 온갖 시설이란 시설에는 접근 금지 테이프가 감겨있어서 코로나 사태에 대해 끊임 없이 경고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요즘 돌아다닐 때마다 저 테이프로 칭칭 감아놓은 모습들을 다 찍어놓곤 하는데, 언젠가 코로나가 지나가고 나서 '이런 때도 있었어, 상상이나 가니?'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조금 즐겁기 때문이다. 제발 얼른 끝났으면.
사전 공부를 하며 읽은 블로그 등에서는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아파트가 생기던 초창기만 해도 주택이 아파트의 세배는 비쌌는데, 이제는 그 주택이 세 채는 있어도 아파트 한 칸을 사지 못한다는 이야기, 다시 재개발을 하기 위해 안전성 검사를 하는데 너무 안전하게 나와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
집이라는 공간이 인간의 태어남, 삶과 죽음을 전부 함께 했던 때가 있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 걸까. 취미로 주식과 청약에 관한 책을 읽는 남동생이 너무 새 것이지도, 너무 낡지도 않은 10층 이상의 아파트의 살고 싶다는 내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꿈 깨. 너는 평생 그런 돈 못 모아. 그리고 그럴 돈이 있다? 아파트는 30년 이상된 걸 사야지. 그때부터가 본게임이야. 사람들이 뭘 기다리는 건 지 모르겠어? 글쎄, 목동을 다녀보니 무슨 말인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기분이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곳에서 잘 지내다가 떠날 때는 웃돈 까지 얹어주는 그런 집을 누가 마다하고 싶겠는가. 이런 시스템에서 득을 보는 사람들 중 누가 변화하길 바라겠는가.
얼핏 보고 지나쳐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는 이야기 중에는, 목동이라고 다 같은 목동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글도 있었다. 퉁쳐서 하나의 목동으로 말하지만, 근처의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낙후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목동에 산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매우 불쾌하다는 둥의 이야기. 물론 인터넷 속 익명으로 쓰여진 글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히 목동 아파트 단지 부분과 다른 지역들의 생김새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나는 어느 쪽이냐면, 후자가 좋다. 휑하게 비어있는 넓은 거리에 반짝거리는 유리로 덮인 키 큰 빌딩 사이로 돌아다니기 보다는 시장을 걸어다니는 쪽이 훨씬 재미있다. 낡은 벽돌 틈 사이로, 빗물 흐른 자국에 얼룩덜룩해진 시멘트 벽 너머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니까.
너무 세련된 빌딩은 우리 모두를 받아주지 않는다. 깔끔하고 깨끗한 동네에는 그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 남게 된다. 열심히 살더라도, 지금 행복하다고 아무리 소리쳐 말해봐도 무시 당하고, 더 많은 부와 더 많은 생산 능력을 갖추라고 명령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이 자리는 널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지로 선정되었다는 저 시장을 어떻게 재생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그로인해 내쫓겨나는 우리가 없기를 바란다.
Copyrightⓒ. 공간주.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