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月동
작성자_스타
목동은 내가 7년 전 상경해 첫 2개월을 살았던 곳이다. 대학원 기숙사 대기번호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친구딸 집에서 신세를 졌던 것이다. 그 친구는 말 그대로 엄친딸이라서 당시 이대목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었고, 한강에 합류하는 안양천이 내려다보이는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밤새 일하느라 집에 들어오는 일이 드물었다.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었던 나는 일주일에 세 번 뿐인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친구를 기다리며 근처를 산책했다. 도시계획 하에 지어진 직선의 넓고 쾌적한 도로를 따라 걸으면 파리공원이라는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공원이 나왔고, 거긴 가족이란 무릇 이래야 한다는 걸 전시하듯 젊은 부부와 어린 아이들로 이뤄진 가족들로 가득했다. 방송국과 영화관, 서점, 도서관, 백화점 등 문화시설과 편리시설이 모두 갖춰진 동네였지만 나는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쓸쓸한 2개월을 보내고 기숙사로 이사를 가고 난 뒤에 목동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부러 피했다기보다 이곳에 올일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답사를 하면서도 모두들 쾌적한 분위기는 칭찬을 하였으나, 그 누구도 학부모가 아니었기에 이곳에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평화의 또 다른 이름은 심심일까.
목동은 원래 침수가 잦고 철거민들이 이주해 살던 곳이었으나 1980년대 신시가지아파트로 대표되는 공영개발로 철저하게 계획하여 만들어진 동네다. 이 아파트에 중산층이 대거 입주해 살게 되면서 어느 동네보다 학구열도 높고, 주변 동네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목동이라는 이름을 은근슬쩍 끼워넣으려고 할 정도로 명성이 높아진 것이다. 같은 목동인데도 용왕산을 넘자 아파트 단지 대신 대지가 작은 빌라와 시장으로 이뤄져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게 신기했다.
답사의 끝에 안양천에 앉아 지난 반 년 간의 답사를 돌아보고 내년 새로운 어반구스 모임을 계획했다. 내가 늘 혼자 쓸쓸하게 걷던 바로 그 안양천에서 말이다! 첫 서울살이를 시작한 동네임에도 목동에 대한 이미지가 흐릿했던 것은 내가 거기서 제대로 된 생활을 꾸리거나 추억을 만들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이번 답사와 답사를 같이한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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