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구스1
작성자_제이드
Darwin
와인하면 프랑스 특히, 보르도를 생각할 것이다. 그랑크뤼(grand cru) 최고급 와인 생산지로 전세계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재생공간에 관심이 많았지만 보르도는 지극히 와인만 생각하고 온 곳이였다.
프랑스에서 유학중인 한 친구가 보르도에 가면 꼭 Darwin을 가보라고, 정말 재미있는 곳이라고 추천해주었다. 주변 풍경도 볼 겸 숙소에서 30~40분 걸으니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는 곳을 지나 그라피티 담벼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탁트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창고에서는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같이 간 친구들과 메인건물처럼 보이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젊은 외국인들이 일을 하고 있었으며 마치 서울의 혁신파크와 비슷하게 보였다. 안내판을 보니 스타트업 사람들이 입주한 곳이었다. 복도는 정적이였으나 복도 안쪽 공간에서는 무언가 열심히 작업 하는 스타트업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열정이 느껴지면서 나도 저 안에 들어가서 같이 일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Darwin은 세계대전 당시 군부대 막사로 사용했던 곳이다. 전쟁이 끝나고 버려진 공간을 다윈 에코시스템으로 불리면서 자연채광을 활용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시킨 재생건축물이다. 건물과 건물사이 폐자재 교량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의 움직임을 실시간 볼 수 있다. 관리비가 저렴해 스타트업 260여개가 입주해있다고 한다.
보르도 지역은 북대서양과 맞닿은 가론 강을 끼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해군기지를 비롯한 대규모 군시설이 위치해있다고 한다. 시대적 시간이 흐르면서 보르도의 군부대시설 기능이 사라지고 공동화 현상을 막기위해 보르도시는 ‘다윈프로젝트’ 도시재생사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업자 에볼루션이 군부대가 쓰던 토지 1만여㎡를 싼 가격에 매입하는 대신 지역 주민과 함께 다윈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제안했다. 10여년간 환경단체와 오염된 토지를 정화하고 스타트업 입주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전시장소와 카페 레스토랑 유기농 식품점 외 마을기업들로 활용하고 있다.
재생 전에는 부동산업자와 지역주민들이 이곳 다윈 벽면을 캔버스로 내놓아 그라피티로 채워졌으며, 2017 년에는 이곳에서 국제 그라피티 페스티벌 ‘셰이크 웰(Shake Well)’이 열렸다. 그라피티 배경으로 힙합공연도 열리고, 한 건물은 스케이트보드장으로 활용이 되고 있으며, 나이 지긋한 보르도 지역주민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활기로 가득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지역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 기획력에 감탄했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그들의 시간 증축으로 재탄생 된 곳이라서 그런지 이 장소가 자연스럽고 편했다. 잠시였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Base sous marine
다윈에서 멀지 않은 곳에 base sous marine라는 거대한 잠수함을 찾아가 보았다. 나치정권때 생긴 잠수함으로 프랑스에 총 3대 중 1대라고 한다. 그만큼 보르도는 군사적 요충지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대전 당시 이곳은 포로로 잡혀온 사람들로 인도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다.
현재 인터랙션(interaction)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아직 군데군데 내부에 물이 세는 곳들이 있어, 일부 공간만 전시한다고 한다. 외관부터 크기에 압도 당하고 내부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아쉽게도 이 날 전시기간이 아니라서 못들어가봤다.
보르도는 와인 최대강국이면서 재생복합문화공간들의 확장으로 관광객들의 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건물이 왜 이렇게 많이 지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동산업자, 보르도시, 주민, 작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긴 호흡으로 보르도의 수천년의 과거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Bordeaux
세계 최고급 와인 생산지 지역이면서 군사요충지였던 보르도.
기능이 사라진 군부대 시설을 서두르지 않고 그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에 '역시 프랑스답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언가를 짓는 것은 오래 걸려도 부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 두 공간을 통해 배운 것은 '시간'이였다.
재생은 시간을 잇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가진 기나긴 오랜 무형/유형의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우린 어떤 노력과 기다림을 가져야 할까. 보르도의 아침을 마주하며 멍하니 서울에서의 내존재의 역할을 고민해본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도..고국생각뿐인 것인가. 허허.
>다음 2편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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