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acehost Dec 17. 2023

참,잘 생겼다.

백사마을_이정옥

빈집이 몰려 있는 곳들의 공통점은 재개발 지역이고, 이곳이 위치한 곳들은 산을 등지거나 감싸거나 바라보고 있다. 대부분 60년대 서울 중심지 개발로 인해 이주한 곳들이기도 하다. 쫓겨났다고 말하는 게 사실이겠다. 백사마을은 청계천 개발로 정부가 이주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시멘트 벽돌 구조에 시멘트 기와 혹은 슬레이트로 박공모양의 지붕에 30평 남짓, 이 평수 또한 4구역으로 나뉘어 당시 8평에 1가구씩 살았다고 한다. 기본적인 기반시설도 부족한 상황이었으며, 당시 정부는 필요한 자재들만 주고 공사는 주민들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다른 재개발 지역보다 정갈하게 길 따라 즐비한 나즈막한 집들이 오순도순 사이좋아 보인다. 


재개발 지역으로 묶이면 보통 10년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어차피 부서질 마을 제대로 고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가스조차도 이곳을 피해간다. 현재 빈집을 개조한 성북동 파란대문집도 한블럭 차이로 도시가스 지역에서 제외되어 있다. 겨울마다 연탄봉사의 행렬로 남은 주민들이 칼바람을 버텨낸다. 

여태껏 서울의 오래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예쁜 마을이면서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에서 백사마을 보존사업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을 모아놓고 마을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마을의 정취를 살릴 수 있을지에 괸해 조감도를 포함해 전시까지 열리기도 했었다. 당시 전시장에서 본 백사마을을 보면서 과연 저렇게 될까? 길을 살리고 저층주택으로 새로 짓는 것이 가능할까? 

2종 주거지역으로 백사마을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이익이 가득한데 여태껏 봐 온 재개발 행적에서 이례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 논란으로 재개발이 더 무뎌지면서 집들도 서서히 삭아진다. 



재개발은 노후된 지역을 새로운 주거지로 만드는 공공사업이다. 깨끗하고 편리한 집으로 바꾸어 준다는 말이지만, 오래된 마을의 세입자 대부분은 여유치 못한 사람들이 산다. 경제적 사정으로 원주민들의 입주는 고작 20%-30%로 밖에 안되며, 부동산 투기가 70%-80%가 된다는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결국 또 다시 저렴한 집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빈집이 늘어날수록 치안에 노출되고 악취까지 더해져 멀쩡했던 집에게도 전이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집의 노화를 더 촉진시킨다. 봄의 새싹과 식물이 여름의 습기로 콘크리트에 얽혀 붙고 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홀로 남은 집들은 주저앉아 버린다. 그나마 온기가 좀 남아있는 집에는 작은 생명체들이 숨을 넣고 있다.


골목 한 길에 고양이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각자 대문 밖으로 나온다. 관심이 없다는 듯이 무심히 쳐다보고 다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다들 집이 있다. 사람이 떠난 간 자리에 고양이와 식물이 대신해서 거주하고 있다. 문득 이들이 걱정되었다. 철거를 한다면 고양이들은 어디로 갈까. 무사히 다치지만 않게 쇳덩어리들은 피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기사에서 보도된 바로는 2024년 이주와 철거가 시작된다고 한다. 

재개발은 정작 누구를 위한 사업일까. 무언의 압박으로 내몰린 세입자들은 또 다시 집세가 저렴한 낙후된 지역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또 그곳은 재개발이 될테고, 공공사업이라는 재개발은 이익만을 위한, 가진 자들을 위한 놀이 같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안녕


참,잘 생긴 백사마을.

곧,못난이 아파트로 성형되겠구나.

원주민 세입자들이 새 아파트에 많이 입주하면 백사마을의 시절이 연장될텐데. 




ⓒ2023. 공간주.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백사마을 답사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