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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Jan 14. 2024

개미마을과 옥인동 답사기

개미마을.옥인동47번지_변유경

[사진1] 개미마을 ©이관석


오늘은 무슨 일인지 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차와 사람이 가득했다. 더군다나 마을버스는 왜 가장 나중에 오는 건지 한참을 기다렸다. 덕분에 다른 이들보다 늦게 도착한 개미마을. 이름만 들어서는 개미굴같이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모습일까 싶었는데 개미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라 개미마을이 됐다고 한다. 다른 빈집촌과 비슷하게 개미마을도 마을버스의 종착지에 있었다. 버스 종착지 바로 옆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었는데, 이 공중화장실은 외지인이 아니라 화장실 시설이 없는 거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방문했던 재개발 대상 지역들도 동네 초입에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나는 도시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공중화장실이 생긴 것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 목적을 알게 되어 놀랐다. 이 동네 주민 모두가 화장실, 남녀 각 한 칸씩에 의지하며 산다는 건 어쩐지 씁쓸하다. 개미마을은 부지가 넓지 않아 한번 둘러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다른 빈집촌과 비슷하게 계단이 많았다. 계단은 시멘트로 대충 쌓아 올렸는지 높이와 모양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겨울이 되었지만 미쳐 치우지 못한 낙엽이 발에 밟혔다. 그 옆에는 흙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라나는 강한 이름 모를 식물이 씨앗을 머금고 말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비닐봉지에 쌓여 버려진 허옇게 탄 연탄이 보였다.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라디오 소리로도 이곳에는 아직 사람이 드문드문 살고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떤 골목에는 세탁하고 몇 달은 되었을, 흙탕물에 오염되고 빗물에 씻기기를 수십 번 반복했을 빨래도 널려있었다. 왜 이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을까. 빨래를 걷지 못하게 급히 떠나가야 할 이유라도 있었을까. 이곳에도 구석구석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제는 그 의미도 퇴색되어 버린 듯 횡랑하게만 보였다. 그래도 개미마을은 인왕산으로 가는 사람들에 의해 자주 지나치게 되는 동네라고 했다.


[사진2] 옥인동 ©이관석


개미마을을 뒤로하고 방문한 옥인동은 사정이 훨씬 나아 보였다. 옥인아파트라고 하는 꽤 큰 빌라 단지 뒷길로 올라가니 이곳까지 서촌의 영향을 받았는지 젊은 공방과 카페들이 구석구석에서 보였다. 이곳은 특히나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일단 바닥이 네모 반듯하게 잘린 돌로 되어 있었다. 계단도 높이가 일정해 고풍스러운 부자동네를 지나는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재개발을 멈추니 오히려 사람들은 남아있는 것을 더 멋스럽게 가꾸는 것 같았다. 군데군데 공사 중인 건물들이 그런 인상을 주었다. 꽤 멋있게 지어진 새집들도 있었고, 지금은 비어있지만 주인이 생긴다면 이쁘게 변할 것 같은 집들도 있었다. 돌계단의 끝자락은 이미 새로운 콘크리트 바닥이 덮여 있었고, 콘크리트 바닥이 의미하는 것은 차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교통도 나쁘지 않은 서울 중심가이다. 지역이 좋다 보니 지나가다 알아본 빈집도 30억이나 했다. 오히려 이런 비현실적인 투기적인 집값이 도시 활성화를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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