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마을.옥인동47번지_이관석
1.
마을버스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가파른 고개를 오르면 으레 그렇듯 익숙한 풍경을 만난다.
"다시 와도 변한게 없지? 여긴 그냥 그대로야"
동네 어르신의 짧은 말에 담긴 개미마을의 현재.
18년과 19년 사이 겨울에 연탄봉사팀과 들렀던 그 시절에서 그대로 멈춰 있던 개미마을.
재개발의 욕망이 멈춰버린 골목은 평화로움과 적막함의 어느 중간에서 초겨울의 햇볕을 머금고 있었다.
2.
번잡스런 경복궁역 역세권 음식거리를 지나
마을버스 종점을 너머 좀 더 골목 숲을 헤집고 나면
손길이 닿을 듯 닿지 않은 옥인동에 다다른다.
다다르기 어려운만큼 욕망의 이해관계가 얽혀 잠시 시간도 멈춰가는 골목길.
3. 그렇게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이유로 잠시 멈춰섰지만
그 안에도 살아 숨쉬는 이들이 있고 돌보고 아끼는 이들이 있다.
욕망도 해치지 못하는 온기가 남은 골목길 어귀.
4.
인왕산의 맹수가 이끄는대로,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풍경들을 따라가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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