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앤모어는 모든 여성들의 건강한 월경 라이프를 지향하는 소셜벤처입니다. 월경 용품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월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월경 생활의 크고 작은 변화에 함께하는 기업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고, 공유하는 월경 생활, 하지만 생각보다 펼쳐놓고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는 이야기들. 생리대 발암물질 파동부터 깔창 생리대까지 충격적인 뉴스들이 등장하고 쉽게 사라지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월경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기업이자, 소셜 임팩트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 이지앤모어 안지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물불 안 가리고, 앞뒤 안 가리고 도전하고 경험하는 사람
도전하고 재밌어 보이는 일이라면 하는 사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사람 안지혜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어떤 학창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예기했었어요. 저는 학창 시절에 물불 안 가리고 앞뒤 안 가리고 도전하고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고등학교 때엔 특전사 캠프, 대학교 때엔 국토대장정과 워킹홀리데이. 그러니까 한번 궁금하고 해보고 싶은 일들은 꼭 경험을 해봐야 하는 사람이었네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라는 응원
너무 하고 싶고,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결혼 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하는 거라, 주변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도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무공간과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지원사업 합격 통지서를 들고 갔어요. 오히려 ‘너하고 싶은 대로 해' 하는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7년간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했어요. 홍대 맛집으로 알려진 ‘오요리아시아'를 드나들며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오요리아시아는?
서비스업을 통해 아시아의 빈곤여성 및 지역주민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북촌과 한남동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고용을 통해 사람을 키우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한다.
그러다 우연히 오요리아시아 기획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게 되었죠. 입사하면서 오요리아시아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책과 논문을 공부하며, 여성 전반 이슈와 다문화 여성 관련 이슈들을 배우게 되었어요. 눈을 뜨게 한 경험이었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생리대'도 문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생리대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
창업의 계기를 묻는 다른 인터뷰에서, 남편과 마트에서 장보다 ‘생리대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라는 질문이 일종의 트리거로 작용하기까지 경험이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안지혜 대표 특유의 한번 파고들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 더해져 '이지앤모어' 사업의 실체가 만들어졌다.
아직까지도 여성들은 월경과 건강을 바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월경은 사실 건강의 지표거든요. 사회적 약자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더 어려운 위치에 있어요. 처음 시각장애여성들과 대화를 직접 해보기 전에는 막연히 월경 용품을 교체하는데 어려움이 있겠다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 보니, 월경 용품 종류를 선택하는 것부터 실제 월경 용품을 사용할 때 마주치는 불편함, 월경의 양이나 색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 등 생각해보지 않은 다양한 문제들이 있더군요. 분명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지 못하니, 계속 이 이야기를 퍼뜨리는,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우리가 ‘떠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2018년부터 시작해서, 2019년엔 조금 욕심을 내서 크게 했어요. 400평 규모를 빌려 전시, 체험, 마켓이 결합된 형태로 진행했어요. 남편이나 남자 친구와 같이 온 여성분들, 아빠와 딸이 참가한 케이스들도 많았어요.
이틀간 진행하며 티켓을 구매한 3천여 명의 참가자가 다녀갔습니다. 참가한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았고요. 하지만 후원을 받지 못해, 기업으로선 손해가 많이 컸던 행사이긴 했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너무 잘 되고 소문이 나서 작년 말부터는 ‘박람회 언제 하느냐'는 업체들의 연락이 많았어요.
저도 대표는 처음이잖아요
5년 차가 되니까 지원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3년 차까지 지원이 많다 보니 지금은 일단 잘 버텨내야 하죠.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투자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저도 대표는 처음이잖아요. 대표로서 조직 내에서 팀원들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커요. 팀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지 쉽진 않죠.
2020년의 새로운 도전 과제는 ‘월경상점'
이지앤모어는 2020년 준비과정을 거쳐
2021년 1월, 스페이스 살림 1층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처음 팀원들과 만들었던 10년 계획의 중간, 5년 내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겠다는 계획이 있었어요. 올해가 딱 5년이거든요. 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프랜차이즈 경험을 살려 전국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뿌리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어요.
월경 용품을 다루는 스타트업은 많이 나오지만, 기존의 드러그스토어들은 입점 수수료가 너무 비싸요. 매출 기준도 엄격하고요. 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오프라인 매장이 월경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이 시작을 스페이스 살림에서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어가며 ‘살림', 때로는 생명을 살리는 것, 사그라 들어가는 것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 혹은 어떤 주체가 그 역할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스페이스 살림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살림'의 주체로서 어떤 것을 살리고 싶은지 질문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살리는 사람
이 질문이 제일 어려웠어요. 난 무얼 살리고 있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난 이 일을 하면서 뭘 살리고 있지? 주위에 뭘 하고 있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저희 팀원들이 ‘위커넥트'를 통해 이지앤모어에 합류했어요. 그때 위커넥트 대표님이 “왜 경력단절 여성들을 채용하려고 하세요?”라는 질문을 했어요. 그때 제 답변이 “내 주변의 친구들이 다 육아로 쉬고 있다. 친구들 모두 경력도 좋고, 일도 잘하는 친구들인데 왜 집에서 쉬고 있는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일할 곳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내가 (그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을 회사로 만들고 싶다. 나는 그런 친구들과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살리는 사람입니다.
위커넥트는 경력 보유 여성의 새로운 커리어 시작을 지원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일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커리어 빌딩 플랫폼으로 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여성의 버킷리스트를 살리는 사람
해보지 못한 것들, 특히 여성 혼자서 달성하기 어려운 버킷리스트를 모두 품고 있습니다. 마법처럼 나의 소원을 들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스페이스 살림에서 만나길 바라는 바람을 읽었습니다.
또 얼마나 눈이 반짝반짝할까 지금
친한 지인과의 통화하며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랬더니 그분이 하셨던 말이에요. 저에게는 새로운 일을 생각하는 게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새로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고, 도전의식이 강하죠.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 굉장히 무기력해지고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해서 결과물을 얻는 것, 이거죠.
안지혜 대표에게 일은,
삶 그 자체이자 원동력, 그리고 내일을 더 기분 좋게 기다리게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우리들.
인터뷰 말이에 "스페이스 살림은 어떤 질문이 있는 공간이면 좋을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여성들이 온전히 나를 바라보고 나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나의 미래는?”이라는 질문을 계속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