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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기술만큼 흥미로운 사람, 이수지

세상의 모든 소리를 해석하는 AI를 만드는 기업, 디플리

by SpaceSallim
디플리(Deeply)는 오디오 AI 기술로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딥러닝 및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한 음성 분석을 제공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세상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자극들이 사라지면, 나를 둘러싼 소리가 들어옵니다. 배달 오토바이 소리, 난방기 작동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무심코 넘기는 일상의 소리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 디플리.


흥미로운 기술이다보니, 디플리와 관련된 기사에는 기술과 기업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도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닌 것. 누가 이런 기술을 만들었을까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이 기술을 만들어낸 사람, 디플리 대표 이수지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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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수지는 어떤 사람인가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디플리를 4년째 이끌고 있어요.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팀을 꾸려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나 '이걸 왜 해야 하지' 라는 질문을 제일 먼저 해요.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비로소 그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거든요. 디플리 창업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와 우리 팀이 만든 좋은 기술이 세상에 널리 쓰이고, 결국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전해주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된 거죠.


사람들이 빨리 이 기술을 썼으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하다 보니, 좀 더 실용적으로 이 기술들이 적용되어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물론 연구를 통해 논문을 작성하고, 그 논문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 과정을 좀 더 빠르게 당기고 싶었어요. 빨리 많은 사람이 썼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죠. (성격이 급한가 봅니다 하하) 그래서 석사까지 졸업하고, 다른 스타트업에 합류했다가 2017년엔 디플리를 창업했습니다.



팀으로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얘기하셨는데, 지금 함께 하는 디플리는 어떤 팀인가요?


서로를 지지하는, 그래서 말랑말랑한 조직문화


저희는 말랑말랑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어요. 구성원들이 어떤 방향을 제시해도, 빠르게 수용해나가며 바뀌어 나갈 수 있는 문화가 가장 큰 장점이죠. 업무 중간에 공동 업무 툴에 '이런 것들을 더 해보면 좋겠다'는 일종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올려요. 그럼 자연스럽게 토론하게 되고, 실무자가 '이런 걸 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얹기도 하는 거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의견을 내어 이끌어 갈 수 있는 분위기를 계속 가져가려 노력합니다. 계속 더 잘 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려고요.



그래도 공통의 목표와 성과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여러 실험을 하고 있어요. 재택근무, 유연 근무, 완전 자율화까지. 우리에게 맞는 것이 어떤 건지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그리고 서로의 업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 그런 것들이 지금은 어색하지 않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조직에 OKR을 도입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두 달마다 목표를 정해놓고, 스스로 자기 진단도 해보고요. 자율적으로 일하되, 공통의 목표와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두 달마다 '이번 OKR 기간에는 이렇게 해보자' 라는 이야기를 조직 내에서 계속해볼 수 있는 거죠.


OKR이란 objective(목표) + key result(핵심 결과) 줄임말로,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같이 설정하고 어떻게 해낼지에 대한 내용을 핵심 결과로 도출해내는 성과 관리 기법을 의미합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성장 비법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기업 디플리, 이제 4년 차인데 가장 큰 도전과제는 어떤 것인가요?


올해는 특히 변동성이 높은 한 해였어요.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또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들도 내야하고요. 변화에 맞서는 해였죠. 여러 가지 서비스도 테스트해 보고 있어요.

'바뱌'라는 서비스를 올해 출시했습니다. 아기들을 처음 키우게 된 초보 양육자들이 주 사용층이고, 아기의 언어를 분석하는 것 이외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사용자들을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죠.

이미 출시된 아기 울음 분석 서비스 말고도 사람들이 화를 내는 소리나 감정을 분류하는 등, 다양한 소리를 분석하고 응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AI 기술,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가지는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디플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앱을 만들고,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일이 있어요. 바로 인공지능 엔진을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직접 모아야 하고, 전처리 과정 (preprocessing)을 거쳐 데이터를 정제해야 해요. 그리고 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야 하죠. 그러다 보니 매우 많은 수고와 시간이 들어요. 여러 사람이 협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이 제일 어렵죠.

이런 모델들이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얼리 어댑터와 같은 사용자들이 꾸준히 사용하여 피드백을 받는 부분도 중요해요.



디플리, 기업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발전하여 상용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중에서도 사운드 분야는 더 늦은 단계이고요. 그래서 디플리가 데이터를 더 먼저 모으고, 모델을 만들어서 다른 기업들보다 앞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러다보면 결국엔 이 기술로 많은 사람의 삶을 편안하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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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제 사람 이수지로 돌아와서 이야기해볼게요. 이수지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일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섞인 삶, 저에겐 잘 맞아요


저에겐 일이 생활이에요.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비슷하겠지만요, 아무래도 직장에 다닐 때보다 일과 생활이 항상 같이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굳이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일과 생활이 섞이는 직종은 다양한 것 같아요. 제가 경험했던 연구 직종도 마찬가지이고요. 전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야 내가 원하는 행복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한다는 것 자체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삶에서 중요합니다.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 '왜 하는지 모르고 하는 일'이에요.


부족한 '내'가 모여 더 멋진 결과를


팀으로 일하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요소입니다. 혼자서 무언가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 나 혼자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여러 사람의 장점을 융화 시켜 같이 일할 때 훨씬 더 멋진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팀과 같이 일하는 것. 이것이 저의 일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스페이스 살림,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요?


배려가 있는 공간


예전에 공용 오피스에 있었어요. 디플리 구성원 한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출근했어요. 그런데 아이와 같이 출근했다가, 공용 오피스를 사용하는 다른 이용자의 항의 때문에 일을 못 하게 된 경우가 있었어요. 아이가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었지만, 일하는 공간에는 아이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페이스 살림에선 그런 부분들이 더 좋아질 거란 기대가 있어요.

스페이스 살림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다른 사람이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공간이면 좋지 않을까 하고 바라고 있어요.


관계를 살리는 공간


여러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공간이잖아요.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곳이 '관계'를 살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디플리에는 10여 명에 가까운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추세로 멤버 완전체(!)를 보기 어렵지만, 스페이스 살림 입주 초기에는 여러 번 오가는 길에 마주쳤었어요. 그때마다 '팀'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던 이수지 대표의 말이 늘 떠올랐습니다. 이수지 대표가 말했던 좋아하는 팀이 바로 저 사람들이구나.

좋은 팀의 좋은 분위기,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는 어느 좋은 봄날 즈음에는 스페이스 살림에서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디플리,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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