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살림이 지난 2020 인터뷰 프로젝트에 이어
인터뷰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스페이스 살림의 입주기업들을 만나고
이를 통해 스페이스 살림이 주는 공간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자 합니다.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받는 분야 중 하나는 디자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스페이스 살림의 디자인 분야 입주기업,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의 운영진 '이응셋(이예연)' 디자이너와 함께합니다.
FDSC는 그래픽 디자인 업계에서 여성 디자이너들이 서로 격려하고 정보를 나누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의 여성 디자이너들을 발굴하여 무대로 세우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산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연대하고
정보를 교류하여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함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응셋, 그녀의 반짝이는 일과 삶
나아가 FDSC를 이루고 있는 운영진으로서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의 운영진이자
스페이스살림 공간 담당자 이예연 이라고 합니다.
FDSC는 그래픽 디자인계의 성차별적 관행에 맞서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모임으로, 여성 디자이너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 등을 나누며 연대하는 커뮤니티인데요. 초기 신인아, 김소미, 양민영, 우유니 4명의 디자이너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고,
2018년 7월 오픈데이를 시작으로 회원을 모집해 현재 15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Editor's comment
FDSC의 활동과 FDSC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FDSC 홈페이지를 활용해주세요!
그래픽 디자인계는 여성의 성비가 높은 업계 중 하나 입니다. 대학교의 시각 디자인과 성비를 보면 남:여=3:7 정도의 비율로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이죠. 반면 그래픽 디자인 업계에서 유명하게 회자되는 질문이 있는데 바로 ‘그 많던 여성 디자이너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질문이에요. (여성신문 2017.04.04 '그 많던 디자인과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기사 참고) 기울어진 운동장인 거죠. 여자가 훨씬 더 많은 성비로 디자인 학과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35세를 전후해서는 남녀의 성비가 급격히 바뀌게 됩니다.
2016년을 전후로 그래픽 디자인계에서도 '#문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고 업계 안에서 여성주의 운동과 기존의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의식만 오고 가고 현장에서 크게 바뀌거나 느껴지는 것이 없었거든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안에서 FDSC가 생겨났어요. FDSC는 여성주의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현업에서 우리가 더 잘 일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실천, 공부, 활동을 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을 드러내고 발굴하거나 여성 디자이너들이 실질적으로 현업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기도 해요.
우리의 활동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 잡힐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Editor's comment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에서 진행한 '2019 그래픽 디자인계 임원 성비 설문 조사'에 따르면 114개 회사 중 여성이 대표로 있는 회사는 14곳인데 반해 남성이 대표인 곳은 97곳에 달했다고 합니다. 비정규직 및 인턴의 비율은 여자가 90%에 육박했지만, 임원급 디자이너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남성 74%, 여성 26%로 나타났으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줄어들었습니다.
자료 출처 : FDSC
https://twitter.com/sceneryoftoday/status/1123102615108182018
<추가 참고 자료>
여성 작업자로서 꾸준히 일할 수 있을까?
나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어 지원했어요.
FDSC의 창립 당시 저는 1인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한 지 2년여 정도 지났을 때였어요. 혼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점점 고민이 늘어났죠, ‘이렇게 고립되는 것 아닐까? 나는 여성 작업자로서 꾸준히 일할 수 있을까? 라는 복잡한 생각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FDSC라는 여성 디자이너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너무 반갑고 감사했어요. 바로 FDSC 가입을 결심했죠. FDSC는 회원을 모집하는 오픈데이 때 사전에 제출한 신청서를 바탕으로 제한된 인원으로만 오프라인으로 참석하여 회원가입을 하는 절차가 있었는데요, 오픈데이에 꼭 가기 위해 신청서를 많이 고민하고 정성 들여 썼던 기억이 나요.
FDSC 오픈데이에 운영진으로 참가하고 있는 예연님 ⓒFDSC
FDSC 커뮤니티 내에서 관심 주제로 회원들이 모여 단발적으로 소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여성 전문인을 초청해 경험과 노하우를 듣고 배우는 강연형 소모임이 열리기도 해요. 여성 디자이너가 직접 쓴 글을 발행하는 ‘FDSC.txt’,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팟캐스트 ‘디자인 FM’, 여성 디자이너들을 무대에 세우는 콘퍼런스인 'FDSC STAGE' 같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장기적인 ‘빅활동(프로젝트)'도 있어요.
또 FDSC의 SNS 채널을 활용한 '#페디소(페미니스트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 해시태그 시리즈, FDSC 회원과 학생을 연결하여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포트폴리오 리뷰'와 'fflaghigh' 워크숍도 꾸준한 활동 중 하나에요.
FDSC 초창기에 제가 맡았던 활동으로는, 운동 소모임이 있는데요. 디자이너들이 대부분 장시간 앉아서 일하다 보니 건강을 다지자는 마음을 담아 생겨났던 모임이었어요. 이 모임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장수 소모임 중 하나가 돼서 뿌듯합니다. (웃음)
어떻게 보면 이때의 경험이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FDSC의 운영진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이후 운영진 활동에도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1년에 2번 열리는 오픈데이 준비팀으로 활동하며 행사를 열기도 했고요. 현재는 김나영, 김현중, 노윤재 디자이너와 함께 여성 디자이너의 글을 발행하는 FDSC.txt 편집국 활동을 하고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p/BwrexRWHLJE/?utm_source=ig_web_copy_link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제가 FDSC에 가입하게 된 계기도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현업의 고민을 나누며 활동할 수 있다는 것과 연대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향후 1인 디자이너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에게 미리 출발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드린다면 디자인 작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망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자리나 기회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 FDSC 커뮤니티 활동이 될 수도 있고 또는 다른 모임이 될 수도 있겠죠.
1인 디자이너 활동은 의뢰를 기반으로 일을 하다 보니, 지난날의 소중한 작은 인연들이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관계 맺는 데는 어려움도 따르지만,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서 자신을 드러내고 내보이는 것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이예연님 인스타그램(@threecircles.kr)
뭔가 예술가의 기발한 창작욕이 떠올라야 할 것 같은 질문이기도 한데요, 사실 제게 디자이너로서 ‘영감’을 주는 모토나 원천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에게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변의 동료나 선배 디자이너들의 행보가 자극이 되고 그때그때 저에게 닿는 자극이나 욕망이 작업을 더 의욕적으로 이어나가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질문을 들으며 만들어 본 모토로는 ‘나도 멋진 선배가 되는 그날까지’ 인 거 같아요.
여정을 함께 하는 일
어찌 보면 세상 만물의 일부는 ‘디자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과물이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에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건 무척 특별한 일인 것 같아요.
제가 배우고 터득한 전문성을 접목하고 투입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결과물을 더 쾌적하고 아름답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조율하며 추상적이었던 목표를 점점 가시화 시키고 문제해결의 답을 끈기있게 찾고자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이예연님 인스타그램(@threecircles.kr)
처음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긍정적’인 것 같아요. 저는 모양으로 치자면 둥글둥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대학교때부터 쓴 닉네임이 ‘이응셋’인데요, 제 이름 초성에 ‘ㅇ’ 이응이 3번 모두 들어가서 이응셋이라 붙이기도 했고, ‘동그라미 모양’, ‘이응’, ’긍정’을 상징하는 것도 좋아서 쭉 써왔어요. 지금은 제 사업체명이 되기도 하였죠. 힘든 일이 닥쳐도 긍정적인 성향 때문에 막막할 수도 있는 길을 그동안 데굴데굴 잘 굴러서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키기 힘들지만
꼭 신경쓰는 일, 나만의 루틴
우선은 요가인데요, 최근에 시작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주 3회는 꼭 하려고 하고 있어요. 1인 체제로 일을 하다보니, 일과 그 외의 삶을 조화롭게 하기가 쉽지않아서 더더욱 신경써서 지키려고 합니다.
저녁에는 좀 분주한 편이라 가급적 아침에 루틴을 챙기려 하는데요, 요가 외에는 일어나서 물과 커피, 그리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챙겨먹고 일기를 쓰며 오늘의 할 일을 점검하고 있어요.
요즘 SNS에 올라오는 짧은 시간의 영상이나 사진 컨텐츠들을 보다보니 긴 호흡의 글이나 콘텐츠를 읽어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출근 전 20분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요히 차분하게 글을 읽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고, 평소 외부 활동량이 적은 편이라 주말에는 산책하며 많이 걸으려고 합니다.
회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줄 수 있는 공간
FDSC의 회원들 각자의 활동분야 및 FDSC 커뮤니티 내 활동형태는 다양합니다. 그래서 스페이스 살림의 회의실이나 녹음실, 촬영실, 야외공간, 라운지,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이 공존하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회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 선택하게 되었어요. 회원들 중에 육아를 병행하는 분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 스페이스 살림에서의 영유아돌봄교실, 아동동반 공유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고 젠더관점에서 고려된 성중립화장실도 좋다고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어요.
FDSC 의 디자인 FM 활동 사진 ⓒFDSC
입주 후 잘 쓰고 있는 공간 중 하나는 바로 녹음실인데요, FDSC의 활동 중에 ‘디자인 FM’이라는 팟캐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이 있는데 여기 녹음실을 잘 쓰고 있어요. 오픈데이때는 스페이스 살림의 다목적홀을 이용할 계획이에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스페이스 살림 안에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Editor's comment
스페이스 살림에는 일과 돌봄의 균형을 만들어가는 변화실험을 하고자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양육자가 아동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이자,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아동동반공유사무실, 그리고 시간제 영유아 돌봄교실 등 다양한 돌봄 공간이 스페이스 살림 내에 존재합니다.
또한 스페이스 살림 2층에 모두의 성을 존중하는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이 있어요.
ⓒ스페이스 살림
요즘 날씨가 좋아서 3층 옥상정원에 가는걸 좋아해요. 옥상정원에서 점심 식사하고 간단히 커피 타임을 즐기는데요, 옥상텃밭의 채소들이 쑥쑥 자라는 걸 보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FDSC의 경우 사무실이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데, 스페이스 살림의 경우 선큰이 곳곳이 있어, 지하지만 지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일하다가 가끔 햇살을 받으면서 쉬고 싶을 때 선큰에 가기도 합니다.
지하 선큰 야경 ⓒ스페이스 살림
옥상정원 전경 ⓒ스페이스 살림
6월에 열렸던 스페이스 살림 플리마켓을 아쉽게도 개인일정으로 참가하지 못했어요, 앞으로 오프라인 행사나 네트워킹처럼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시면 열심히 참여할게요~! 입주사 분들을 대면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서로 주고 받을 것들이 기대돼요.
*본 인터뷰 프로젝트는 스페이스 살림 개관을 맞이하여 입주기업을 소개하고 스페이스 살림이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코로나 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인터뷰이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저작권은 해당 콘텐츠 제공자 또는 해당 콘텐츠 제공자와 스페이스 살림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콘텐츠의 편집 및 전송권은 스페이스 살림이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