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일-마이오렌지 찐쩐, 하자센터 효빛
몇 년간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내가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을까?' 혹은
'우리 조직이 다른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 한 번씩 해보셨을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토크 콘서트는 조금 먼저 유연하게 일하는 환경을 경험해 본 청년들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슬로워크에서 최근에 분사한 '마이 오렌지'와 청소년을 위한 기관 '하자센터'.
'두 조직이 어떤 연관이 있어서 함께 이야기 나눌까?' 궁금한 분들도 계실텐데요.
조직에서 닉네임을 쓰고, 일에 주도성을 갖는다는 것 외에도 두 조직, 두 연사님은 비슷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유연함이라는 단어 속에서 각자의 일 방식을 만들어가는 금진(찐쩐), 효연(효빛)님은 어떤 이야기를 공유해 주셨을까요?
아래는, 현장에서 나눴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효진Q.
요즘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 좀 궁금합니다. 금진님 먼저 이야기를 나누자면, 원래 다니던 조직이 '슬로워크'였는데 분사가 되면서 '마이 오렌지'로 옮기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마이 오렌지'가 기부 관리 플랫폼이잖아요. '마이 오렌지' 역시 '슬로워크'처럼 소셜 섹터 분야의 회사라고 이해를 하면 될까요?
금진(찐쩐).
우선 '슬로워크'를 먼저 설명해 드리자면 소셜 임팩트 조직에 기술이나 디자인과 같은 솔루션을 제공을 하는 에이전시와 가까운 회사였어요. 거기에서 저희는 지난 6월에 분사를 했구요. 두 가지 물음표를 해결해 보고 싶어서 나오게 됐어요. 하나는 개인 기부자가 기부를 하면서 느끼는 불편함, 어려움을 해결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기부를 할 수 있게 도울까였구요. 다른 하나는 모금을 유치하는 단체 입장에서, 특히 중소규모 단체에서 어떻게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후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울까였어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을 해보고 싶어서 '마이 오렌지'를 만들었고, 관련 플랫폼을 만드는 중입니다.
효진Q.
마이 오렌지에서 어떻게 근무하고 계시는지, 기본적인 근무환경이나 방식이 궁금하더라구요.
금진(찐쩐).
근무 환경은 일단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필요한 경우 리모트 워크를 하는 '하이브리드 워크' 형식을 가지고 있어요. 비대면으로 화상회의를 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다 보니 사무실에 모여 바로 논의를 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모두의 동의하에 사무실 출근하고 있어요. 개인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구요. 현재 구성원이 8명인데 5명이 슬로워크 출신이거든요. 슬로워크에서 리모트 워크를 했다 보니 떨어져 있어도 각자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합의가 되어 있어 자유롭게 일하고 있습니다.
효진Q.
재택이 가능한 '일 수'나 '조건' 등으로 제약이 있는 건 아니군요?
금진(찐쩐).
강하게 제약을 두고 있지 않고 개인이 일을 할 때 본인이 어떤 컨디션, 어떤 상황에 최적화해서 일 할 수 있는지 알고 그 구성원의 선택에 따르고 있어요.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어디에서든 훌륭히 업무로 수행을 해 준 거라는 것을 기본 전제로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효진Q.
말씀하신 걸 듣고 있으니까 유연한 근무 방식 그리고 환경을 만드는 것의 전제는 서로 간의 신뢰인 것 같아요.
금진(찐쩐).
맞아요. 리모트 워크를 하고자 하면 방법은 정말 많이 있잖아요. 코로나19로 원래 리모트 워크를 하지 않았던 조직에서도 많이 시도를 하셨구요.
제가 여러 조직에서 리모트 워크로 일을 경험해 보니
가장 첫 번째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에요.
효진Q.
효연님한테도 질문드릴게요. 효연님 지금 하자 센터에서 일하고 계신데 이 센터의 정확한 명칭이 '서울시 청소년 미래 진로센터'입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효연(효빛).
미리 질문지를 받고 하자센터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어요. 하자센터는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또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경우에는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현재는 세 파트에 집중 해서 운영을 하고 있어요. 대안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파트, 음악이나 영상 디자인 같은 매체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긴 호흡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장 파트, 일반 학교·공교육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는 파트. 세 가지를 중심으로 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워크숍이나 프로그램 외에도 새로운 경험·경로를 제시해 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초중고 졸업, 입시 및 대학 진학, 스펙을 쌓아 취업. 사회적으로 정답이라고 말해 주는 방법 외에도 다양한 경로가 있다는 것 그래서 좀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있어요.
효진Q.
일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연령대가 청소년일 것 같은데요. 청소년은 세대가 굉장히 다르잖아요. 그들과 같이 일을 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 때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세대가 다른 분들이다 보니 콘텐츠가 달라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효연(효빛).
그런 부담감은 확실히 있어요. 저희는 직원들을 '판돌'이라고 부르는데 저희 판돌들 모두 가지는 고민일거라 생각해요. 그런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평소에 청소년과 관련된 이슈라면 뭐든지 촉각을 곤두세우려고 노력해요. 청소년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오면 내용 상관없이 접하구요. 한때 캐릿에서 발행했던 트렌드 능력고사를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그 뉴스레터가 발행되면 저희 하자센터 내부 채널에 꼭 공유돼서 서로 몇 점인지 이야기 나누고 그랬거든요. 그런 식의 기본적인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 '판돌' 중 한 분이 했던 말이 있는데 그분은 저희가 '청소년과 친구처럼 지낼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정말 공감했거든요. 그래서 노력은 하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청년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효진Q.
아까 기획자분들 판돌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런 명칭도 그렇고 조금 이제 직급도 따로 없다거나 이런 것이 하자센터가 공공기관이면서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 근무 형태와 환경 안에서도 일을 하고 계세요?
효연(효빛).
하자센터가 자유롭다거나 약간 유연한 조직이라는 말은 저는 반은 맞고, 반은 애매하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조직 문화 측면에서 판돌이라고 부르고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에서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면이 있지만 근무 형태나 환경은 오히려 경직되어 있는 면이 있어요. 아무래도 공공기관이다 보니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기관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투명해야 하고, 모든 게 기록이 되어야 하는 등 일부 경직되어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직원을 판돌이라고 부르고, 한사람 한 사람이 모두 PM으로 본인의 사업을 운영을 하고 있어요. 팀원이든 팀장이든 상관없이 다 자기 사업이 하나씩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닉네임을 부르는 문화도 요즘에는 특별한 문화가 아니잖아요. 하자센터가 1999년도에 설립이 됐어요. 그때 당시에는 조금 특별한 문화였을 텐데 지금은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계시죠. 하지만 하자센터에서의 닉네임이 조금 다른 점은 있어요. 하자센터라는 공간에서만큼은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이 나한테 준 이름 말고 내가 지은 이름으로 한번 살아보자는 의미가 있거든요. 그래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 외의 다른 문화를 가진 것 같아요. 직원들 말고 청소년들은 '죽돌'이라고 부르는데요. 죽돌들도 하자센터에 오면 각자의 이름을 짓게 되어있어요.
효진Q.
금진님은 마이 오렌지에서 일을 하시고, 효연님은 청소년 대상의 공공기관인 하자센터에서 일하고 계신데 말씀 주셨듯이 조직문화나 근무환경 측면에서 아주 보편적인 환경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두 분은 어떤 커리어 패스를 거쳐 오셨을까 궁금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금진(찐쩐).
누군가 성차별을 한다, 소수자로 혐오를 한다, 아니면 나도 쓰지 않는 건데 이익을 내기 위해서 대량 생산을 하고 팔고. 이런 식의 것이 제 인생이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다는 것을 첫 회사를 퇴사하며 알게 됐어요. 퇴사 후에 중국어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어떤 분께서 서울 청년허브의 청년학교 활동해 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을 해주시며 이 분야에 첫 진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 했던 첫 활동이 청년학교의 학생이면서도 입학식을 기획하는 일이었는데 그때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디자인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소셜 섹터 분야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여러 조직을 거쳐 지금의 마이 오렌지로 흘러왔어요.
효연(효빛).
저는 하자센터에 전에 제리백이라는 소셜 벤처에서 근무를 했어요. 스타트업인 작은 기업이었고,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그 당시 5인 미만의 작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디자인, CS, 배송, 거래처 소통, 납품,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 모든 직무를 경험했던 것 같아요. 그때 발견한 게 있다면 마케팅이나 홍보 분야는 전혀 제 커리어로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경험을 해보니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연결하는 일들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홍보 업무도 계속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하자센터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효진Q.
전에 일하셨던 제리백이 스타트업이었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스타트업업과 공공기관이잖아요. 둘 사이에 근무 환경이나 일하는 방식이 차이가 컸을 것 같아요. 실제로 컸는지, 컸다면 적응하기 어렵지 않으셨는지 궁금했어요.
효연(효빛).
차이가 확실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하자센터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해진 룰이 있지만, 재리백의 경우에는 유연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제가 하자 센터에 와서 느꼈던 점은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절차에 대해서 먼저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물건을 사는 일도 정해진 단계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항상 미리 생각하고 절차에 따라요.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공공성을 우선하다 보니 사람들을 자극하는 마케팅 같은 것들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런 것들이 시간 대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지양하고, 오히려 청소년의 목소리리, 청소년들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점들이 있어요.
효진Q.
금진님은 현재 조직에서 전면 재택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 전에 몸담아 오셨던 조직에서는 상당히 유연한 방식으로 업무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에 계셨을 때는 리모트 워크 가이드를 만들어서, 코로나19 초기에 많은 기업이 도움을 받았었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들을 경험해 보셨을까요?
금진(찐쩐).
빠띠는 세상을 더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협동조합이에요. 그래서 원활한 회의를 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공론장에서 대립각에 있는 사람들이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팅을 하고,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조직하는 곳이에요. 그러다 보니 개발자가 많았고, 그분들은 워낙 리모트 워크에 익숙해 있어서 조직이 태어날 때부터 리모트 워크가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또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도 협업, 소통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극강의 리모트 워크를 했을 때는 조직의 구성원이 영국, 미국, 한국에 떨어져 있었을 때예요. 이때 모두가 동시간대에 일하는 것이 아닌 비동기로 일을 한다는 합의가 되어있었는데요. 그렇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기록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적어도 하루에 2~30분이라도 소통. 즉, 스탠드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아도 되지만 조직이 변화와 계획을 세우면 그것을 완벽하게 따르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며 개선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일했기 때문에 가졌어요.
효진Q.
재택근무가 멈춘 조직도, 계속되는 조직도 있어요. 그런대 재택근무가 너무 내 삶의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보니 효과적으로 일하는데 고민이 많으시더라구요. 코로나19 이전부터 쭉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입장에서 일할 때 지키는 원칙 같은 게 있으실까요?
금진(찐쩐).
리모트 워크를 하게 되면서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했던 점이 놀랍게도 일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이었어요. 출퇴근 시간이 세이브되면서 그만큼 더 일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모닝 루틴을 만들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반려견 산책을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오후가 되면 잠깐 파워냅 시간을 갖는 것이요.
그렇게 본인이 리프래시가 필요한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적극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효진Q.
분절되는 시간을 만드는 것. 그러한 리추얼이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이 오렌지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유연한 근무 환경을 가지고 있고, 하자센터는 환경보다는 조직 문화 측면에서 유연한 것 같은데요. 사실 유연한 게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방식이 각자가 일하는 방식과 맞는지 궁금해요.
효연(효빛).
저는 하자센터에서 일할 때 초반에 좌충우돌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직 문화면도 있지만 심지어 신입도 PM으로 일을 하다 보니 입사 4개월차에 센터 전체의 홍보 담당자가 됐거든요. '내가 맡아도 되는 건가?' 이런 걱정도 많이 하고, 부딪히며 일을 했었던 것 같아요. 맞고/아니고를 일하며 알아갔고, 1년이 흐르고서 감이 잡히더라구요. 그래서 틀이 있으면 신입 판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자센터에서의 5년을 돌이켜보면 좌충우돌했던 1~2년 차가 제일 재밌었어요. 그래서 어려웠던 점이 있지만 틀 없는 유연한 방식이 나에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효진Q.
신입부터 PM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책임진다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저는 그게 이 분위기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이 조직은 경력이 짧은 사람이 어떤 의견을 개진했을 때 그것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등이 중요할 것 같아요. 조직이 그런 분위기가 잘 형성이 되어있는 걸까요?
효연(효빛).
하자센터는 나이가 어릴수록, 청소년과 더 가까울수록 발언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입 판돌이나 20대 판돌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의견 청취를 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문화는 확실히 있어요. 그리고 직위를 부르진 않지만 팀장님은 계시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피드백이나 조언이 필요한 순간에 팀장님께서 그런 것들을 정말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순간에도 새로운 제안을 해주시는 등 많은 도움이 됐어요.
효진Q.
금진 님은 어떠세요? 그리고 유연한 환경에서 일을 하며 잘 맞았거나, 맞지 않았던 것들이 있을까요?
금진(찐쩐).
MBTI를 맹신하면 안 되지만 저는 ENFP거든요. 유연함을 가지고 일하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유연한 조직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실패할 수 있다. 그래도 부딪혀가며 배운다.'. 페이퍼 작업 같은 것들은 구성원 간 합의를 이루는 정도만 하고 부딪혀가며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이 오렌지는 '예의 있는 반말'이라고 해서 '평어'를 쓰고 있어요. 평어를 쓰다 보니 필요 없는 말이 줄고 다이렉트로 분명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됐어요. 조직에 오래 있던 사람의 말이나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의 말이 동등하게 수렴되는 것 같구요.
효진Q.
두 분이 지금 계시는 조직 그리고 하시는 일이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요. 처음에 효연님이 '하자센터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에 대한 설명이 제일 어렵다고 말씀해 주셨고, 금진님도 조직을 설명할 때 길게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각자 현재의 조직을 선택해서 일을 하는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일을 선택하시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뭘까요?
효연(효빛).
대단한 기준을 세워본 적은 없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 커리어를 시작할 때 갖고 있었던 생각이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디자이너를 커리어로 생각을 했구요. 그때 저는 세상에 너무 물건이 많고 내가 여기에 뭔가를 더 보태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더 이상 새로운 걸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가 했을 때 세상을 미약하게나마 괜찮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소셜벤처(제리백)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하자센터도 재밌는 일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아주 잠깐 또는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일을 한다는 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자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금진(찐쩐).
사회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재미'를 느끼고 '몰입을 할 수 있는가'와 '누구랑 같이 일을 하는가', 또 그렇게 일을 할 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척도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급여와 보상 체계가 만족할 수준인가 보는 것도 있구요. 확실히 저는 같이 일 하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잠자는 시간 빼고 매일 봐야 하는 사람들과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힘을 쏟는 방식으로 일할 때가 재밌구요.
효진Q.
그러네요. 동료들도 너무 중요하죠. 두 분은 지금 하고 계신 일에서 이루고싶은 목표 같은 게 있으실까요? 목표라는 말이 조금 어렵다면 일 하면서 '이러한 순간은 꼭 보고 싶다.', '이러한 장면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있으실까요?
효연(효빛).
하자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이런 공간이 있는 것을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겠다.' 였어요. 청소년, 비청소년 모두에게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께 닿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목표가 있다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하자센터가 인지되는 것 이구요. 개인적으로는 30대가 되니 주니어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시니어도 아니지만 언젠가 리더 역할을 할 때가 꼭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때가 되면 일하며 만났던 좋은 선배들처럼 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목표보다는 희망인 것 같지만...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금진(찐쩐).
특별하게 인생의 목표를 두지 않아서 대답하기 어렵지만 '이왕이면은'이라는 마음으로 사는 것 같아요. 되고, 안되고를 따지지 않고 나와 내 주변이 편하거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위해 계속 일을 할 것 같아요. 소셜 섹터나 이런 쪽에서 일하다 보면 열심히 했는데 법도 안만들어지고... 그런 모습을 보며 무력화되기 쉬운데요. 그럼에도 뒤를 돌아보면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 할거구요. 노동자의 목표로는 80%의 퀄리티로 꾸준히 일을 하는 것이에요.
질의응답
Q. 두 분은 일하시면서 내가 이 조직에서 이 일을 하기를 정말 잘했다. 이런 순간에는 정말 재미있다고 느낄 때가 언제 있을까요?
금진(찐쩐).
여러 장면이 생각나는데 일단 몰입하는 게 재밌어요. 구성원들과 한 주제에 대해 각자의 관점을 이야기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짜릿해요. 개인의 역량으로는 못할 것 같은데 합을 이뤄서 해결되는 것들이 좋아요. 또 '오렌지 레터'를 발행을 하다 보면 가끔 어두웠고, 힘들었던 제 마음이 반출되기도 하는데요. 거기에 회신을 주는 분들이 계세요. 제 글을 읽고 힘을 내본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더 힘을 받는 것들. 그런 것들이 소중하고 재밌는 경험인 것 같아요.
효연(효빛).
두 가지 정도 생각이 나요. 프로그램이 종료 후 청소년들과 회고의 시간을 가져요. 이 활동이 각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이야기해주는데 보람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하자센터에는 '마을 의례'라는 행사가 있어요. 한 해 동안 청소년들이 농사를 짓고 마무리하는 긴 호흡 안에 작은 행사들이 열리는데요. 정말 힘든데, 아름다운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되요. 청소년들의 손으로 꽃이 피고, 마당에서 자유롭게 왈츠를 추고. 그런 장면들을 볼 때 제가 이것을 일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친구와 함께 회사를 다니다 보니 서로 말을 편하게 하다 보니까 감정이 상할 때가 있더라구요. 회사에서 평어체를 쓸 때 어려운 부분이 없는지 궁금해요.
금진(찐쩐).
저희 조직에는 친구가 입사한 경우가 없어서요. 평어를 쓰더라도 그게 예의 있는 반말이기 때문에 아직 충돌이나 갈등은 없었어요. 저희가 평어를 쓰며 좋았던 점이 하나의 노동자가 아닌 개인으로 보여서 자유와 해방감이 들고 더 신뢰와 연결감이 느껴지더라구요. 저희도 평어를 쓰기전 관련 세미나를 받고 어떻게 조직에 이 방법을 적용하면 좋을지 합의하는 시간을 가졌었어요.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Q. 효빛님은 사람과 대면하는 일을 하다 보니 감정을 소모하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회사 내에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지, 개인으로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 궁금합니다.
효연(효빛).
개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지만 연말에 하자센터 비전 회의를 할 때 관련된 전문가를 모시고 워크숍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1년에 한 번은 부족하긴 해서 내부적으로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동료들과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이런 일이 있었다.'가 아니라 서로 객관적으로 듣고, 말해주려 노력해요.
Q.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힘든 상황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금진(찐쩐).
우선은 '내가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지켜내야 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했는데 끝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다른 파도가 올 때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제가 워커홀릭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지치니까 주변에 쌀쌀맞게 대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퇴사를 했어요. '퇴사해야겠다!'가 아니라 조직 안에 고민을 털어놨고,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도 했었어요. 퇴사를 종용하는 건 아니지만 건강한 방식으로 엑싯(EXIT)하는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그 조직을 바꿀 에너지가 있다면 함께 바꿔나가는 것이고, 그럴 힘이 없다면 나를 지키기 위해 아디오스 하는 시기를 건강하게 찾아보면 어떨까 싶어요.
효연(효빛).
하자센터가 경직된 면도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입사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조금씩 지금의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얼마나 더 갈지 보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금진님 말씀처럼 자기만의 선, 기준을 정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그 변화를 우선 살펴봤거든요.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없다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요. 아직은 제 기준을 넘는 상황이 오지는 않았는데요. 평소에 그 기준을 생각해두고 있는 게 극복까진 아닐지라도 도움은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