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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콘서트「오늘의 일」- 10월, 김경미 / 백아름

지역과 상생하는 일-시골언니프로젝트 김경미,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백아름

by SpaceSallim



변화된 일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일, 커리어 탐색 토크 콘서트
「오늘의 일」이 매달 운영됩니다.


너무 많이 앞서가지 않았지만,
용기 내어 먼저 '일'의 고민을 시작한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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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 중 45.8%가 30대 이하였고 이 기록은 역대 최대라고 합니다.

그만큼 청년들이 많은 이유로 도시 밖에서 대안적인 삶과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지점에서 10월 오늘의 일은 '지역과 상생하는 일'을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역으로 가기 전 어떤 고민들을 해야 할지, 지역에 가서는 어떤 일들을 마주하게 될지

생강님, 아름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상상을 구체화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아래는, 현장에서 나눴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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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먼저 생강(김경미)님께 질문드릴게요. '시골 언니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생강.

시골 언니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 여성 농업농촌 탐색 교육 사업'이 실제 사업명이에요. 저희가 총괄 운영 기관으로 선정되며 '시골언니 프로젝트'로 네이밍 했고요. '청년 여성들이 시골을 갈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했었을 때 누구를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지역 이주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겠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시골언니 프로젝트'였어요. 저는 해왔던 일들에 맥락이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멋진 언니들이 시골에 있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언니들 8명만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50명의 언니들이 현장 운영 기관으로 신청해 주신 거예요. 그중에 8개 지역의 언니를 선정했고, 현재까지 200명 정도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셨어요.



고운Q.
매력 있는 언니들은 차차 소개를 해 주실 텐데요. 농촌 정착에 관심 있는 여성 청년들을 위한 탐색 프로그램이잖아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시게 된 생강님의 일 서사가 궁금해요.


생강.

20대쯤에는 언론사에 입사하고 싶어서 언론 고시를 준비했었어요. 그러다 다큐멘터리 회사와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을 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 제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해결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기획'을 포지셔닝으로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협동조합과 로컬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소개하는 '공존공생'이라는 팟캐스트를 만들기도 했고, 동네 친구들과 '은평 동네 책장'이라는 책 모임도 만들기도 했었어요. 이런 활동이 저에게는 계속 로컬의 삶을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하는 자극제였던 것 같아요. 그런 지식과 네트워크들을 망라한 결과가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싶고요.


고운Q.
소소한 재미와 실험들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강님이 생각하셨을 때 은평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했던 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생강.

그때의 제 상황이 중요한데요. 다큐멘터리 회사를 다녔을 때인데 많이 아팠어요. 회사를 다니면 아프잖아요. 그때 '내가 아프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죠. 더 어렸을 때는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을 타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거든요. '나는 출근길에 이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다'라는 이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찾아볼 때였어요. 그런데 동네에 프리랜서로 책 기획 일을 하는 언니도 있었고, 또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보니 자전거 타고 다니며 만날 수 있는 거리에 관계망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 친구들과 어떻게 더 잘 놀 수 있을까? 더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관심을 동네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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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제가 왜 은평구를 콕 집어서 여쭤봤냐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로컬의 개념이 생강님께는 은평구였다는 생각이 들며 로컬에 대한 생각이 좀 깨졌거든요. 그렇다면 '시골언니 프로젝트' 외에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생강.

사실 지금 제 삶의 중심은 '시골언니 프로젝트'에요. 이 전에는 '안녕 시골'이라는 뉴스레터를 발행을 했었어요. 그건 회사에서 진행을 했던 프로젝트인데 회사에 다니며 제안서를 많이 썼거든요. 제안서를 쓰면 스터디를 해야 했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됐거든요. 그런데 저희끼리만 알고 끝나는 게 아쉽더라고요. 재밌고 좋은 시골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뉴스레터를 기획했어요. 이후에는 클럽하우스라는 툴이 생기며 예전 팟캐스트 제작 때와는 다르게 스튜디오 없이 휴대폰과 목소리만 있으면 콘텐츠가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지역에 있는 친구들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했고, 또 팟캐스트를 운영하기도 했죠


고운Q.
그렇게 '시골언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나게 된 아름님이 오늘 함께 계신데요.
아름님은 2017년에 상주로 가셨다고 들었어요.


아름.

저는 고향이 부산이에요.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준비를 위해 2년 정도 노량진에 있었는데 공부는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다시 부산에 내려가서 '난 뭘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저는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더라고요. 그래서 옷과 주얼리 만드는 것을 배우고 1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저 역시 일을 하니까 아프더라고요.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왜 아플까?',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때쯤 친구가 시골에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설명회를 함께 가게 됐는데 그때 지금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장동범 선생님을 만났어요. 사부님은 상주에서 마을 어린이들과 공부방을 하실 때였어요. 지역 사정을 이야기해 주시며 청년들이 상주에서 도시와 다른 삶을 살아보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상주를 한번 내려가봤어요. 내려가서 사부님이 사전에 말씀해 주셨던 폐교를 둘러보는데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꿈의 공간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상주에 내려가게 됐어요. 저도 5년 넘게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진 않았어요. 그런데 협동조합도 만들며 지금까지 일을 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 달두개학교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moon_school


고운Q.
그 협동조합인 청년이그린협동조합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름.

초창기 멤버는 청년 3명이었어요. 사부님은 옆에서 지긋이 바라봐 주시는 존재였고요. 각자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자고 했었는데 6개월 정도 지났을까요? 망할 것 같더라고요. 바라만 보시던 사부님께서도 안될 것 같아 보이셨는지 도시에서 일하듯이 각자 도생하지 말고 시골답게 일해보라며 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해 주셨어요. 2017년 7월에 상주로 갔고, 12월에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요. 모였으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일단 눈앞에 보이는게 농산물 판매 일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하지 말고 우리만의 가치를 담아서 판매해 보자고 했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는 저희의 가치는 '지속 가능'에 대한 부분이에요. 관계, 생태, 환경, 시골, 농촌, 공동체. 이 모든 것들이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면 도시의 사람도 건강하고, '내가 시골에 아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은 농산물을 먹네!'라는 기분을 심어주고 싶기도 했어요. 또 지역의 상황을 보니 소농가, 여성 농가들은 판로가 마땅치 않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런 분들의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판매해 보자고 해서 판매일을 하며 협동조합이 굴러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농촌에 있기도 하고 농산물을 판매하는 사람이니 농사를 전혀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공유 농장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폐교라는 공간이 있으니 그 공간에 우리뿐만 아니라 더 많은 청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공간을 꾸미고 다야한 것들을 운영하고 있고요. 지금은 나아가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사부님과 마을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시골에 관심 있는 청년들도 우리처럼 잘 정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청년들에게 상주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기웃거려 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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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저희가 이번 주제를 기획하고 연사님들을 섭외할 때 처음 생강님께 연락을 드렸고, 생강님이 아름님을 추천해 주셨어요. 아름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지만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생강.


아름님은 '시골언니 프로젝트'로 저를 처음 만나셨겠지만 저는 작년부터 알고 있었어요. 아름님이 소셜미디어에서 상주에 한번 와보라고 올린 글을 봤었거든요. 그 글이 너무 발랄하고 재치 있어 보였어요. 지금도 이야기하시는 걸 들어보면 쓸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잖아요. 지역에 가서도 그런 꿈이 있을 거예요. 그런 점들을 생각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앞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일까지 기꺼이 하고 계시다는 점이에요. 그런 것들이 지역과 계속 시너지를 내고 있는 모델이라 '지역과 상생하는 일'이라는 역할에 거침없이 아름님이 떠오르더라고요.





고운Q.
오늘 오신 분들 중에 '본격적인 시골 살이는 어떤 걸까?'라는 것이 궁금한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계신 생강님과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청년 여성 농업 농촌 탐색 교육 사업'이에요. 지역으로 내려가서 겪는 실수를 줄이고, 구체적인 일과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것들을 꿈꾸고 지역에 내려가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런 분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생강.

도시는 약간의 익명성과 선을 넘지 않는 문화가 있잖아요. 하지만 농촌은 청년 여성이 오면 관심이 지대해요. 결혼은 언제 하며, 왜 안 하는지에 대한 사적 이슈부터 밥은 어떻게 먹는지 이런 과도한 관심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역에는 이미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 계신 여성분들이 계세요. 언니들이 어떻게 그 난관을 이겨냈고 싸움과 타협의 과정에서 지역도 얼마나 변화했는지. 그런 부분을 전해 듣는 것보다 직접 가서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려가게 되면 부딪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거기에 힘을 더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이 프로젝트가 나아가는 큰 힘일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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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네트워킹하다 보면 그런 어려움을 같이 공유하고 또 공감하고 하는 에너지가 있어 이 프로젝트가 해결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지금 8개 지역의 언니들과 함께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덕분에 참여자가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며 어떤 지역이 나와 합이 맞을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함께하는 지역 혹은 언니들을 선정할 때 청년들에게 어떤 부분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셨을까요?


생강.

현장 운영 기관(언니, 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기준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시골 언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어떤 이유에서 이주를 했고, 어떻게 정착해서 살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과 관계망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들을 주요하게 봤고요.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였어요. 지역에 내려가면 언니들도 있지만 아름님의 사부님처럼 믿음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토대들도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얼마나 탄탄한가도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쟁이 있다 보니 특별한 컨셉이나 테마가 있는가도 고려됐습니다. 시골이지만 농업이 아니어도 다른 일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들을 보고자 했어요. 충청북도 옥천 같은 경우는 '미디어' 활동에 포커싱을 해서 지역과 관계 맺고 있는 부분이 있고요. 충청남도 서천 같은 경우는 8명의 언니가 참여하고 있는데요. 보통은 현장의 언니들이 한두 명이거든요. 서천은 8명의 언니들이 있고 모두 다양해요. 서천에 있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언니도 있고, 농사를 짓는 언니도 있어요. 참여한 청년 여성들에게 다양한 모델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죠. 강원도 강릉 같은 경우에도 퍼머컬처(Permaculture)를 테마로 삼아 농업을 하고 있다는게 특별했고요.



고운Q.
이번엔 아름님께 여쭤보고 싶어요. 지역 이주를 고민할 때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낯선 곳에 살아야 하니까 주거와 같은 안전, 생존 문제 그리고 당장의 주머니 사정. 금전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주를 생각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을 고려하셨나요?




아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많은 걸 고려하지 않았어요.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내려갔어요. 지금 와서 보면 이런 걸 생각했어야 했구나 하는 것들이 있기는 해요.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저는 첫 번째가 '주거', 두 번째가 '관계'라고 생각해요. 살아야 하니까 당연히 주거가 중요하잖아요. 청년을 포함한 외지인들이 농촌에 내려갔을 때 주거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서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관계라고 생각해요. 요즘 토론회 같은 자리에 많이 나가기도 하고 다른 지역의 청년들과 이야기하면 많은 문제들이 나와요.



그런데 해결점은 같은 거예요. 바로 관계에 대한 부분이에요.


남성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성분들도 마음 놓고 이주를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 텐데요. 믿을 수 있거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나와 생각과 가치가 맞는 사람 또는 그런 공동체가 있는 곳에 가는 것이 가장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농촌에서도 돈벌이는 찾으면 찾을 수 있어요. 그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말씀드린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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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고 해주셨고 그것들이 나에게 일어난 어떤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해주셨는데요. 사실 많은 분들이 두려워하는 지점도 그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중에서 지역에 원래 살고 계시던 원주민분들과의 소통, 소위 말하는 텃세 같은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아름님은 오늘 계속해서 이렇게 언급되고 있는 사부님이 계신데요. (오늘 상주에서부터 직접 운전해서 같이 와주시기까지한 사부님이요.) 이렇게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는 어른이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텃세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거나, 극복했던 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름.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도 그런 부분일 것 같은데요. 일단 사부님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요. 멘토, 선생님, 이장님. 이렇게 부를 수 있는데 사부님이라고 불러드린 이유는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영화에서도 사부님은 믿고 따를 수 있고, 진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사부에게 제자는 받는 것 없이 기꺼이 돕고 가르쳐주는 존재고요. 그래서 사부님이라고 불러드리게 됐어요. 처음 청년들을 불러 모은 것도, 협동조합을 제안해 주신 것도 사부님이세요. 거기서 끝이 아니라 청년들이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게 많이 신경 써주시고 계시거든요. 제가 처음 상주에 갔을 때 큰 어려움을 못 느꼈던 것도 사부님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폐교를 처음 봤을 때 좋아만 했지 임대료를 내야 하는 현실적인 것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그런 부분들을 초기에 사부님께서 많이 감당을 해 주셨어요.


원주민과 어울리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사부님이 없었으면 그런 과정들이 있었을 거예요. 당시 사부님이 마을 이장님이기도 하셨어서 마을 분들께 저희를 엄청 소개해 주셨어요. 마을에 무슨 행사가 있던 항상 저희를 불러주셨고요. 처음 마을 분들께서는 농활 하는 청년 정도쯤으로 생각을 하셨었는데 그렇게 얼굴 자주 비추다 보니 점차 같은 주민으로 생각해 주시더라고요. 사부님이 중간에서 도와주셔서 그런 관계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사실 텃세가 없지는 않아요. 저희를 안 좋게 보는 분들은 안 좋게 보시기도 해요. 그럴 때 해결 방법이 크게 있는 건 아니에요. 친분이 있는 분들께는 최대한 잘 해 드리고요. 저를 안 좋게 보시는 분들과는 최대한 부딪힐 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일을 같이 하는 등 만나야 되는 지점을 만들지 않으면 부딪힐 일이 크게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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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생강님은 지역 이주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많이 만나보는 입장이시기도 하고 또 아름님은 지역을 이주한 선배로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공통의 질문을 드리자면 어떤 준비를 해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주를 고민한다면 반드시 이 부분을 좀 생각해 보고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게 있을까요?



생강.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탐색이 된 다음에 지역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계를 맺을 때 내가 받는 부분도 있고 양보를 해야 하는 부분도 많이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어떻게 맺고 끊을 것인지에 대한 자기 기준이 없으면 휘둘리다가 상처만 받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자기 기준이 명확한 상태에서 내려가야지 덜 실패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름님 역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를 하셨었고 또 사회적 기업을 도모하려고 했던 그런 고민 과정에서 계속되었던 경험들이 시골에서 빛을 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적지 않은 시골 언니들이 사실은 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지역에서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막막한 상태에서 시골을 만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옵션으로 시골을 가지고 있는 게 조금 더 자기 삶을 설계하는 데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의 기준이 있는 것도 되게 필요한 것 같고요. 시골도 도시도 다 사람 사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다 비슷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있는데요. 시골에 로망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그렇고 각자의 다양한 로망을 가지고 오셔서 현실을 보고는 '이게 아니었네'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농촌이나 시골 이주를 생각하신다면 무작정 '여기서 살아야지'가 아니라 일주일, 한 달 이런 식으로 경험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행복한 점이나 좋은 점이 많아요. 도시처럼 기계의 부품 같지 않고 내가 주도적으로 또 주체적으로 어떠한 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저는 도시에서 내가 주인이 돼서 살아본 경험이 많이 없었거든요. 도시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스펙들이 이곳에서는 쓸모가 없어요. 내가 재능이 없어도 와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고, 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재능이 시골에서는 빛을 발할 수도 있거든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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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름님께서 아까 경제활동은 크게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고, 농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얼핏 생각했을 때에는 도시보다 경제활동이 좀 더 어렵지 않을까라고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사례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름.

물론 그런 건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도시나 시골이나 쉽지 않아요. 제가 시골에서 경제적인 일을 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던 건, 시골은 청년이 부족한 곳이기 때문에 일하고자 하면 받아주는 곳이 많이 있어요. 사무직도 그렇고 농사도 그렇고요.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를 예로 들자면 그 친구는 일러스트나 포토샵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 협동조합에 와서 디자인 일을 조금씩 하게 됐어요. 본인이 재능도 있고, 공부도 하다 보니 실력이 늘더라고요. 그런데 시골에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이 스티커, 브로슈어 작업들을 부탁하시더라고요. 또 농산물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것도 잘 못하셔서 도와드리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도시와 교류하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몸을 잘 쓴다면 봄부터 겨울까지 다양한 농사일도 할 수 있어요. 정착해서 어떠한 나의 본캐가 있더라도 부캐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되게 많아요. 도시는 나의 본캐가 있고 부캐가 잘 없잖아요. 어떤 취미를 만들거나 뭘 하지 않는 이상 부캐가 없는데 시골에는 다 있어요. 내가 농사를 일을 한다고 해도 농사만 하지 않고 다른 일도 해요.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떤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농촌의 장점이에요.


생강.

시골 언니들이 엔잡러라는 얘기 많이 하더라고요. 시골에서 필요한 일들을 계속 수행하다 보니 직업이 되게 많아졌는데 딱 특정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오늘 제가 하고 온 이 브로치는 시골 언니 중 한 분이 선물로 주신 거예요. 이분은 농사를 지으려고 몇 년 전에 내려갔어요. 가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와중에 공예를 배우기 시작해서 행사도 나가고, 원데이 클래스도 열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느리지만 천천히 만들어 나가는 사례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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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 온 지 1년밖에 안됐어요. 제 토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우선은 멋진 언니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시골에서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시골에 생각보다 청년이 없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각자의 고립감이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많이 떠나기도 하고,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와도 또 떠날 거라는 생각에 쉽게 곁은 주지 않고요. 이미 살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상생하기 위한 고민들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름.

지역민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들이 종종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은 제가 그런 데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지 거기에 대해서 제가 잘 모르기는 해요. 외로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원주민들과 잘 어울리면 조금 덜 외로울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약간 청년들끼리 모여서 뭔가를 하게 되면 원주민들도 안 좋게 보게 되고 또 본인들끼리 어울리니까 누군가 떠나면 허탈함이랑 뭔가 공허함을 되게 많이 느낀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원주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잖아요. 그래서 원주민들이랑도 잘 어울리는 게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원주민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정착해서 살고 있는 청년들이 주변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교류를 하다 보면은 그 외로움이 좀 덜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새로운 관계도 생기고 다양한 활동들이 좀 더 넓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생강.

최근에 순창 언니를 최근에 만나가지고 이야기 나눴는데 각자 재능을 가지고 가죽 공예도 하고 요리 워크숍도 하고 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 대상으로 운영했었대요. 현수막 걸고 여기저기 홍보를 했는데 정말 많은 청년들이 모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청년들을 위한 자리가 있어 청년들 한번 만나보자는 거를 제안하는 사람이 현장에 있어야지 이게 조금 네트워크로 열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고운.

말씀해 주신 것처럼 그런 플랫폼 장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겠고 또 그런 장을 여는 사람이 분명히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더불어 그 장이 열리는 걸 알아보는 노력도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장을 어쩌면 한번 우리가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뒤에서 오늘 지긋이 지켜봐 주신 사부님의 얘기를 안 들어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지역에 가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는데 이분들께 용기가 되어주는 한마디를 전해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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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로서 요즘 청년들의 환경이 되게 안타깝다는 생각을 사실 갖고 있습니다.

자식 중 한 명이 2년간 시험 준비를 하다 지금은 집에 내려와 있어요.

그러니까 그 아픈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도 귀촌해서 살며 농촌에 대해서 잘은 알지 못하지만

이 시대의 청년들이 농촌에서 살아가는 것, 장기적으로 볼 때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고민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 그냥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하게 경험을 해보세요.

만약 직장을 다니느라 경험을 다양하게 해볼 수가 없잖아요?

청년 단체가 있는 곳이 있어요. 전국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리 연락을 해서 금요일 저녁, 아니면 토요일 아침 일찍 가고 싶은데

일박 이일 이박 삼일 정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냐고 물어보면 거절 안 할 겁니다.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한 달, 6개월 이렇게 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것저것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해보시는 게 가장 빨리 체득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늦은 시간 여기 모여서 이야기를 듣는 뒷모습 보니까 흐뭇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픈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상주에서 직접 운전해서 아름님과 함께 현장을 찾아주신 장동범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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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살림 마중물 사업으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언니네텃밭이 함께 만든 워크시트입니다.


지역 이주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해보고 싶은 분들은

한번 살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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