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콘서트「오늘의 일」- 9월, 박소예 / 신두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만드는 일-관객의 취향 박소예, 고마워서그래 신두란

by SpaceSallim



변화된 일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일, 커리어 탐색 토크 콘서트
「오늘의 일」이 매달 운영됩니다.


너무 많이 앞서가지 않았지만,
용기 내어 먼저 '일'의 고민을 시작한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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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나의 일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 한번 안 해보신 분들 없으실 거예요.


현실 앞에서 결정한 선택에서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부러웠던 순간도 있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덕업일치'를 실현하고 계신 분들은

도대체 어떤 선택과, 과정들로 일을 만들고 있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조금 특별하게도 일의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서 많이 현장을 찾아주셔서

이야기도 꼼꼼하게 들어주시고 다양한 질문도 주셨는데요.


아래는, 현장에서 나눴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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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일을 주제로 하는 자리인 만큼 우선 두 분의 일 서사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어요. 관악구에서 '관객의 취향'이라는 책방을 운영하고 계시는 소예님은 사실 N잡러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세요?


소예.

소득이 발생하는 것을 기준으로 말씀드린다면 우선 '관객의 취향'이라는 책방을 운영하는 대표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회사의 경영기획실에 실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고, 가끔 외부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글을 쓰고 또 책도 쓰는 작가로도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원래 영화를 찍던 사람이에요. 영상 장비를 다룰 줄 알아서 영상 촬영이나 편집 같은 일들을 가끔씩 하며 N잡을 하고 있습니다.


* 관객의 취향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ur_taste_film/


고운Q.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살고 계신지 브이로그가 궁금한데요. 말씀해 주시는 전제가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잖아요. '관객의 취향'이라는 책방은 다양한 사람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라고 알고 있어요. 마치 커뮤니티 체제로 운영되는 곳 같기도 한데요. 소예님인 관취 1호부터 8호까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공간일까요?


소예.

관객의 취향은 1호부터 8호까지 있는데 8명이 다 근무를 하는 건 아니에요. 저희 책방을 거쳐갔던 분들을 영구 결번으로 두었거든요. 그래서 1호인 저와 초반에는 많이 도와줬지만 지금은 아닌 남편이 2호, 제가 첫 번째로 고용했던 저희 직원이 3호에요. 그리고 7, 8호분들이 함께해 주고 계셔서 현재 총 4명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9시까지 운영을 해야 하는데 제가 N잡러다보니까 오늘처럼 책방을 비워야 하는 날들이 있어요. 그러면 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일들로 손님을 잃는 경우가 계속 생기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막고 싶고, 손님들은 손님들대로 편하게 방문하셨으면 싶고, 또 저는 저대로 다른 일들을 하며 관객의 취향에 확장성을 두고 싶어서 한 분 한 분 함께 하다 보니 지금 4명이 됐어요. 모두 하루 혹은 이틀씩 근무를 하고 있고 다들 손님으로 시작하셨어요. 완벽한 채용의 체계를 둔 게 아니라 단골손님들께서 '저 토요일에 노는데 일 시켜주세요.'하셔서 채용이 되거나 저희 책방에서 책을 자주 구매했던 회사 직원분도 하루를 맡아주고 계신 경우가 있어요. 고용으로 엮인 상태지만 제가 그분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서 주도적으로 관객의 취향을 운영할 수 있게 맡기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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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관객의 취향'이 동네 책방이지만 그걸 매개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천안에서 '고마워서 그래'라는 예쁜 이름의 수제 그래놀라와 비건 디저트 샵을 운영하는 두란님은 모든 과정을 혼자 하고 계시는데요. 그럼에도 창업을 결심하셨을 때는 커뮤니티에 도움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두란.

저는 '고마워서 그래'를 혼자 운영하고 있고요. 식품의 경우 무조건 매장이 있어야 된다고 해서 매장을 만든 거고 인터넷으로만 판매하고 있어요. 미리 선 주문을 받고 제작을 하기 때문에 당일에 가능한 물량을 만들어서 바로 택배 배송하는 시스템이라 혼자 운영을 했고, 지금은 그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단계에 올라선 것 같아요. 커뮤니티를 말씀 주셨는데 사실은 창업을 할 때 도움을 받았던 것은 아니고요. 그 이후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매장의 부동산 임대 계약서를 작성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어요.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놓고 일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학교와 유치원에 가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을 접을까 고민했었어요. 도저히 이것을 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을 했을 때 제가 활동했던 '언니 공동체'라는 커뮤니티의 행사에 참여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 고마워서 그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ank.you_2020


고운Q.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일을 할 때 '좋아하는 일'과 어떻게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두 분도 비슷한 고민 많이 하신 것 같은데요. 두 분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보니 공통점이 있으시더라고요. 소예님은 상업 영화 스태프로 8년 정도 일을 하셨었고, 두란님은 지역에 있는 미디어 센터에서 미디어 교육 담당자로 일을 하셨었어요. 소예님은 어떻게 보면 하셨던 일과 비슷한 테마로 책방을 운영을 하고 계셔서 '덕업일치'를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소예.

저는 이 질문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느꼈어요. 왜냐면 저는 제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거든요. 싫어하는 것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학교 다닐 때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 100점 맞는데 싫어하는 과목 0점 맞는 사람이 바로 저였거든요. 그래서 성적도 항상 중간이었어요. 저의 선택은 항상 제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있어서 어떤 계기로 괴롭다거나,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야!' 하고 돌아선 적이 없어요. 그냥 삶 자체가 덕업일치가 아닐까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너 뭐 하는 애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럴 때 저는 항상 '덕후'라고 이야기해요. 저는 많은 것을 사랑하고 그 에너지로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특별한 계기를 뽑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제가 어떤 걸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생겨서 작은 선택들이 지금의 업으로 저를 끌어오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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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빅이슈 인터뷰를 봤어요. 소예님을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좋아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더라고요. 저는 그런 표현을 처음 들어봐서 소예님이 '영화'라는 테마를 오랫동안 좋아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하거든요.


소예.

지금 세대에 영상물이 더 익숙하겠지만 저도 그중 하나인 비디오 세대이긴 하거든요. 비디오 같은 영상물을 엄청 좋아했고 그게 제 학창 시절의 모든 삶이었어요. 중학교 때는 거의 만화방에 살았고 그때 제 장래희망이 만화방 사장님이었어요. 사장님은 맨날 최신 영화, 외국 영화를 많이 보고 계시길래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흐름이 계속 이어져 왔어요. 사실 그것 말고도 밴드나 힙합 같은 음악도 엄청 좋아하고, 책도 엄청 좋아해요. 요리도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게 그냥 '나 이거 좋아!'가 아니고 저만의 방식으로 아주 오랫동안 지속하며 좋아해요. 그래서 '나는 왜 이렇게 좋아하는 게 많지?'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그것들의 공통점을 찾았어요. 저는 어떤 세계를 '창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리도 그냥 원재료가 요리로 창조되는 과정이 즐거워서 좋아하는 것 같고, 소설도 작가가 만든 허구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게 재밌고, 에세이는 인간의 세계를 깊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음식점을 차릴 수도 있어요. 거기에 누군가는 영화 좋아하다 왜 음식점을 차리냐고 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 모든 것이 같은 맥락이기 때문에 변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고운Q.'덕후'기질로 좋아하는 것이 다양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 설명되는 게 인상적이에요. 그렇다면 두란님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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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소예님과 제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좋아하는 것이 많거든요. 저는 좋아하는 것이 많고, 넓고, 얕은 것 같아요. 저는 미디어 센터에서 일을 했던 결혼 이주 여성이에요. 전주에서 살다가 결혼 후 천안으로 왔고, 그 이후에 아이를 낳는 일련의 출산과 육아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고요. 그래놀라와 비건 디저트가 좋아하던 일은 아니었어요. 첫째 아이가 음식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찾아다녔고, 비건 음식을 서울의 이태원과 홍대, 합정 외에는 찾기 힘든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아이 유모차를 끌고 빵 사러 왔었어요. 그러다가 택배가 되기도 했는데 홀케이크만 택배가 안되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유치원 생일파티 등 꼭 필요할 때가 있었기 때문에 클래스를 통해 케이크 만드는 것을 배웠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재밌고 저에게 힐링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저도 뭔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그래놀라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고마워서 그래'라는 이름처럼 저는 아이의 음식 알레르기가 불편해고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저에게 주는 의미가 크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그 이름을 가지고 해볼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예요. 수익이 나야 하니까 그래놀라를 파는 것이고 제가 가진 공간 안에서 다른 분과 연계해서 전시를 하기도 하고, 편지를 쓰는 활동을 하는 식으로 고마워서 그래를 하고 있어요.


고운Q. 저는 '고마워서 그래'라는 이름에 꽂혔거든요. 이 아이디어가 두란님에게서 나왔다고 들었어요. 사실 관객의 취향도 그렇고 두 분이 각각 브랜딩을 선정하실 때의 서사도 너무 궁금하거든요.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과 공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으셔서 브랜딩으로 선택을 하시게 되셨는지, 이름을 짓게 되신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두란.

저는 아이 음식 알레르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어요. 그전에는 정말 몰랐거든요. 그것도 고맙고 차별받는 순간도 많았지만 배려 받는 순간들도 많았어요.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고마워서 그래놀라, 그래놀라, 그래놀라, 그래, 그래' 하다가 이제 지어지게 된 거고요. 이름은 생각보다 쉽게 지었던 것 같아요. 사실 스타벅스 하면 떠올려지는 커피 맛이 있는데, 저는 신생 브랜드다 보니까 맛을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맛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고요. 동네 반찬가게에 가면 '이거 덜 맵게 해주실 수 있으세요?'하면 그렇게 해주시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게 나름의 목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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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

네이밍은 사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제목으로 짓고 싶었는데 그건 저만의 취향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취향'에 대한 고민을 했고, 거기에 영화적 요소인 관객을 합쳐 '관객의 취향'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됐어요. 사실 책방을 창업하겠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로 오래 일을 했으니 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해서 작업실을 얻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월세가 비싸서 사람들을 오게 하는 공간을 만들어 월세에 보태자는 생각을 하며 상업적인 요소가 하나씩 추가가 됐어요. 제가 대충을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커피 머신도 들여놓고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니 판이 커져버린 거예요.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관객의 취향에 도입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처음에는 작업실, 그 다음 장사, 그 다음 경영, 그리고 지금은 브랜딩을 고민하는 순서로 변화해온 것 같아요. 뭔가 큰 파이프라인을 가진 게 아니라 하나씩 붙어서 지금의 형태가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가 중점을 두었던 것은 사람들이 와서 취향을 담은 책과 음료, 그리고 영화를 만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관객'이라는 타이틀에도, '취향'이라는 타이틀에도 주목할 수 있어서 두 가지 길을 기준으로 삼고 변화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여기에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실제로도 영화와 책을 좋아하고 저희가 판매하는 핸드드립 커피의 맛을 아는 분들이 와주세요. 빨리 내려지는 아메리카노와 무엇이 다른지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오시는 곳이라 계속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운Q.
두 분은 처음 목표가 창업이 아니었을지라도 창업을 하시게 됐어요.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는 현실적인 부분에 직면하셨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것을 가져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이 흔들리는 순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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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

저는 첫 번째로 고민했던 게 현실적인 부분이에요. 부동산이라고는 집 구하는 것 말고는 전혀 알지 못했고 상가가 돌아가는 시스템, 동네마다의 편차를 몰랐어요. 부동산에 가서 보니 생각보다 비싼 곳도 있고, 할만하다고 생각한 곳도 있더라고요. 사실 영화를 할 때 예산 짜는 일을 했었어요. 시나리오에 자동차 2대가 부딪힌다고 하면, 각 차들이 어떤 차인지 파악하고 예산을 정리하던 사람이라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돈부터 생각하는 게 익숙해져 있어요. 그래서 책방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예산을 정리해 보니 필요한 돈이 너무 크더라고요. 그래서 '그 돈을 날릴 가치가 있나?' 고민을 했는데 마침 그때가 연말정산 기간이었어요. 1년간 쓴 돈이 책방을 창업하는데 드는 돈과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1년만 날리면 된다고 계산해버렸어요. 1년간 돈을 막 쓰고 다닌 값과 창업을 해서 날리는 돈이 같다는 아주 단순한 계산을 한 거예요, 나 편한 대로. 1년만 하고 망해도 저는 어차피 돌아갈 곳이 있고, 제가 해왔던 커리어가 있으니까. 제가 1년 쉰다고 제 커리어의 세계가 엄청나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1년만 해봐야겠다. 대신 죽어라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경제적인 부분은 분명하게 고려했고 대신 단순하게 결정했기 때문에 수많은 위기에 봉착했었죠.


두란.

저도 영상을 하던 사람이라 아이들과 영상 관련된 공부방도 하고 싶고 비건 베이킹 공방도 하고 싶었어요. 공부를 하며 차분하게 준비하고 2년 후에 뭔가 해야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개인적인 이유로 용기가 필요한 시기가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 유치원 가는 길에 한 공간을 보고 저기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연락을 드렸고 건물주분께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6개월 무상임대 조건을 주셨어요. 그래서 6개월간 해보고 안되면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서울의 임대료 시세를 잘 모르지만 제가 운영하는 곳은 천안에서도 외곽에 있어서 조금만 돈을 아끼면 가능했거든요. 저는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손님을 받는 공간으로 운영할 수 없어요. 주문받은 만큼,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지 사실 엄청난 꿈과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작고 소박하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고운Q.
좋아하는 일로 수익이 처음 났던 순간이 궁금하기도 해요. 그리고 소예님은 5년을 버텨온 힘을 가지신 것 같은데 현실적인 부분과 좋아하는 것을 유지하기 위한 삶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소예.

좋아하는 일을 유지하고 코로나 속에서 관객의 취향을 지키기 위해 N잡러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원래는 파트 타임으로 일하던 회사도 그만두려고 했었는데요. 대표님께서 걱정을 하시며 우선은 병행해 보라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같이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고 책방을 시작한 지 10개월쯤에 회사에서 일하는 수익을 넘어서는 순간이 왔어요. 그렇게 몇 개월을 잘 유지하다가 코로나19가 온 거예요. 저희가 책방이기도 하지만 카페기도 하거든요. 코로나19 2단계일 때 카페는 취식이 금지였어요. 저희는 커피를 시키고 책을 사서 읽고 가는 공간이에요. 그리고 일주일 내내 운영되는 영화, 독서 등 다양한 커뮤니티 모임이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매출이 6분의 1로 줄었어요. 1년간 번 돈을 코로나19 2년 동안 다 까먹고 원점이 되어 지금도 회복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요. 점점 회복하고 있는 단계기는 해요.


사실은 시작한 지 10개월째의 느꼈던 짜릿함이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렇게 어려웠지만 저는 이 공간을 포기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공간이 됐고 어떤 지점을 넘어서서는 제 공간이 아니라 손님의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거든요. 어떤 분은 임신하고 처음 오셨는데 나중에 아이 손을 잡고 오시고, 또 어떤 분은 저희 공간에서 소개팅하는 것을 봤는데 나중에 청첩장을 주시더라고요. 그런 사연들을 알고 느낄수록 내가 생활비 조금 못 번다고 접을 공간이 아니게 돼버린 거예요. 제가 일을 계속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책임감이거든요. K-장녀라 모든 걸 쉽게 포기 못해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의 수입을 끊기게 할 수 없고, 함께 사는 반려견의 간식도 하나 더 사주고 싶고... 이런 게 늘어날수록 쉽게 포기를 못해서 제가 좋아하는 관객의 취향을 지키기 위해 베이킹도 해보고 배달도 해봤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싫어하는 것들을 해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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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Q.
두 분 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신 분들에게 혹시 놓치지 말고 고민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으실까요?


소예.

처음부터 창업을 하겠다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마음에 무언가가 붙고, 붙고, 붙어서 지금의 형태가 된 건데 그래도 꾸준히 해왔던 것은 '공부'였던 것 같아요.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하기보다는 주변에 다른 책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찾아보고, 만나서 들어봤어요. 그리고 온라인 클래스도 많이 이용했어요. 초반에는 혼자 책방을 운영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는데 운이 좋게 온라인 클래스가 활발히 운영됐을 때라 온갖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어요. 그런 플랫폼을 활용해서 좋았던 점은 바로 적용해 볼 수 있고, 해왔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SNS 활성화 수업에서 가르쳐주는 것이 그동안 제가 해왔던 것과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오히려 확신을 가졌어요. 제가 모르고 했던 행동들이지만 효과가 있어서 사람들이 계속 유입이 됐구나 이런 확신이요. 그리고 놓친 부분은 바로 적용해 보기도 했어요. 캐릭터를 만들어보라는 내용에 SNS에 바로 캐릭터를 올려보고, 사람들 반응을 살피고, 아닌 건 아니구나 하고 버리는 유연함.



'유연함'이 창업 그리고 일하는 것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를 배워서 죽을 때까지 써먹는 것이 아니고 순간마다 계속 배우고 변화하는 타이밍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을 못하는 분들이 항상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는 시작을 너무 쉽게 하는 아주 나쁜 습성이 있지만, 고치면서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편이기도 하거든요. 누군가 아니라고 하면 '몰라서 그랬지!'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계획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내 업계든 아니면 다른 업계든 다 나에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모든 것에 눈과 귀를 열어 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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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오늘 이 자리 제안받고 나서 사실 제가 여기를 와도 되나 고민을 좀 했었어요. 한편으로는 여기 오신 분들 중에 제 이야기를 듣고 '별거 아니네', '별로였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런 생각을 하셨다면 오히려 저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하시면 돼요. 저런 사람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3년 차를 향해서 가고 있는 '초보'이고, 아직 좋아하는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 '왕초보'라고 본다면 저는 초보가 왕초보에게 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평일 저녁 퇴근하고 여기 와계신다는 건 다 정답을 가지고 계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왔어요. 그냥 단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 오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용기를 내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고요. 완벽하게 준비를 할 수도 없고 완벽하게 준비를 했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변수는 엄청 많아요. 저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사실 엄청 컸어요. 한번 해보시고 아니다 싶으시면 아까 소예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닌가 보다 하면 되는 것 같기는 해요. 저도 좌충우돌 속에 있지만 용기라는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질의응답



Q. 8월에 퇴사하고 저만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과정에 있어서 발생할 문제들을 미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현재 두 분은 3년 차, 5년 차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1년 차 때 마주했던 문제점이나 어려웠던 점들이 궁금합니다.


소예.

1년 차 때 제일 많이 했던 실수는 일희일비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일이 아니고 매시간마다 웃고 울고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무언가를 고칠 수 있다면 사람과 돈에 대한 투자를 더 과감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때는 정말 일 생각에 미쳐있을 때거든요. 일에 빠져있고 당장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게 넘쳐흐르는 때라 그때 과감하게 '무언가 해볼 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지금에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1년만 하고 말거라는 생각에 과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두란.

저는 전에 했던 일과 달라서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조차도 몰라서 헤맸던 1년 차 때가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1년 차 때 기록을 잘 해놓을 걸 싶더라고요. 닥치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기 급급했거든요. 지금은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함께 일한다고 했을 때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넘겨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돌아간다면 기록을 잘 해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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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저만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것을 해보고 있어요. 소예님은 직장을 병행하셨고, 두란님은 육아를 병행을 하셨잖아요. 초반에 넘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일상과의 균형점을 어떻게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두란.

육아와 출산은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있어요. 애들을 봐야 하는 시간이 있기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우울했던 부부도 있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이들 덕분에 또 다른 것들에 균형이 맞았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할 수 없는 저를 인정하는 것. 내려놓아야 하는 부분은 내려놓는 것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물리적인 시간들에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들을 받아들이는 것들로 균형을 잡으려 했던 것 같아요.


소예.

최근에 균형을 찾은 것 같아요. 균형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으니까 오히려 균형이 맞춰졌다고 해야 되나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더 못 쉬는 것 같아요. 요즘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외형적인 욕구가 아니라 이 행동이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운동하는 것이 괴롭지 않아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시간엔 아무 생각 안 하고 온전히 몸에 집중을 히기 때문에 온전히 내가 자신에게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침에 한두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썼으니 나머지 시간은 일을 해도 억울하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오롯이 본인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의 구간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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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혼자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자꾸만 생각이 갇히고 안에서 돌기만 하고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을 좀 많이 만나야겠다. 아니면 사람에게서 아이디어나 응원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두 분은 시작하셨을 때 멘토나 도와주셨던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란.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가 엄청 잘 되어있어요. 저도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가 여러 개 있는데요. '창고살롱'이라고 있어요. 그 안에서 여러 여성들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교환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는 모임을 하거든요. 온라인으로 만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사실 저도 다른 직업,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드물거든요. 온라인으로 그런 게 가능할까는 생각을 했는데 1기로 참여해서 4기까지 하고 있어요. 그래서 꼭 일을 하려는 분야의 누군가를 만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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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책방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이 책방을 계속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창업하기 전에 좋아했던 독립 출판물 작가님들, 자주 갔던 동네 책방의 사장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바로 실현 가능한 실질적인 도움이라기보다는 그분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생각들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줘서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손님들도 많이 도움을 주신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모임을 열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런 것에 관심 있는 분들이 와주세요. 그리고 그분들이 지금은 저희 책방에서 각각의 모임을 운영하는 운영자분들이 되었어요. 그런 식으로 커뮤니티가 넓어지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관심 있는 자리에 계속 찾아가고, 그런 모임들에 가다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분들과 나누는 대화가 저에게 어떤 새로운 부분을 열어주는 계기가 항상 됐던 것 같아요.



저도 이런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었던 때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여기에 오신 분들의 마음을 너무 알아요.


모두가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반대하고 있을 거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그 작은 마음을 응원해 줄 사람을 찾아서 오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오늘 '응원하는 말만 많이 하고 와야지!'라고 생각을 하고 왔어요.

그 작은 마음들에 오늘 저희의 아주 작은 이야기들이 불씨를 지폈길 바라며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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