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랜만에 교회 예배 대표기도 순서를 맡은 나는 고심 고심하던 기도문을 예배 진행자에게 문자로 보내고서 집안 사고를 수습하는데 시간을 썼다. 일요일 새벽녘부터 안방 벽 사이로 물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잠을 깼는데, 옥탑에 있는 수도가 터져서 옥탑 창고에 차 있던 물을 쓰레받기로 퍼냈다. 남편은 아침에 서둘러 수도 연결 부품 구해다가 다시 연결을 해서, 주말 물 대란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옥상에서 내려오는 철제 계단에서 미끄러져 허리와 손바닥에 부상을 입었다. 오래된 주택은 부품들도 낡아서 여기저기 고치고 단속하면서 살아야 한다. 물 대란을 막는 데 집중을 했더니, 다 해결되고 나서야 내 몸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파스를 사다 붙이고 연고를 바르고 허리 통증을 위한 스트레칭도 했다. 겨우겨우 몸을 추슬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손바닥이 얼얼했다. 나이 들어 몸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절감했던 하루였다.
내 몸도 소중한데, 내 몸을 바쁜 마음 때문에 너무 막 굴렸다. 이제 몸이 내는 소리를 듣고 다시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내 몸은 항상 바쁜 내 마음 때문에 뒤늦게 증상이 나타난다. 오른쪽 허리를 삐끗하면서 허리 아래 부분과 엉치뼈 부근이 욱신거린다. 왼쪽 팔꿈치와 오른쪽 허리 부분에 스크래치가 났다. 왼쪽 손바닥도 욱신거린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아프지 않을 때는 쭉쭉 잘 늘어나던 허리 근육이 뭉쳐서 잘 되지는 않지만, 살살 허리 통증 있는 사람들도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 그래도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남편과 같이 동네 마카롱 가게에 갔다가 간식거리도 사고 은행과 약국을 들러서 일도 보고 왔다. 남편이 미리미리 조심하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막상 내 몸 다치고 나서야 미리 조심할 걸 후회를 했다. 아이들에게도 비가 오고 눈이 올 때 신발 미끄러지니까 항상 바닥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뒀다.
오래간만에 남편과 우리 집 비상 상황을 대처하고 영광의 상처까지 얻고 나니, 새삼 내 몸 쉴 공간 하나 갖는다는 게 힘이 들면서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집과 자기 몸은 스스로 알아서 대처를 해야 하는 게 제일 속편하다. 주말 내내 책 보며 뒹굴거리고 싶었는데, 그 마음은 다시 내 안에 또 고이 품어 안고 새로운 하루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