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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B Nov 17. 2019

부부, 연인보다 인연!

[부부단상] 부부라는 인연을 생각하다

남편에게 내가 쓴 글을 보내주고 답장을 받았다. 카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결혼하고 나서 카톡으로 나눈 대화중 집안일이나 아이들일이 아닌,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응답하는 시간이 실로 너무 오래전 느낌이라 참 신선했다.


연애 시절 서로 전화가 끊기 힘들어서, ‘잘 자’, ‘잘 자’하면서 목소리 한 번이라도 더 들으려고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헤어지기 힘들어서 집 앞에서 늘 그 뒷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머뭇거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었다.


나는 왜 지나간 그 시절을 이렇게도 그리워하고 있을까? 왜 ‘부부’를 소재로 이야기를 쓴다면서 사랑이 시작되었던 그 시절 그 과거로 자꾸 회귀하고 싶어 할까?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남편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지금의 남편에게서 그 시절 그 떨리는 느낌, 그 애타는 느낌을 찾으려 하는 걸까?


아무도 ‘부부’를 ‘연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의 시작, 연애에 대한 찬사는 많고 많지만,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그 사랑을 유지, 보수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부부’라는 말에는 ‘형제’, ‘자매’, ‘가족’이 더 어울린다. 그 길고 기나긴 시간을 견디고 보듬고 가야 하는 관계, 그래서 ‘부부’라는 단어는 ‘연인’보다는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인연(因緣)

1.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분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

2.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을 아울러 이르는 말


나는 남편과 그 길고 긴 ‘부부’라는 인연의 끈으로 살고 있다. 세상 아무것도 아닌 관계였다가 이렇게나 중요한 관계로 맺어져 있다. 실로 참 묘하다. 남과 남이 만나 한 몸이 되고 자식들이 생겨나고 또 이렇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갖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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