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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B Nov 18. 2021

신혼, 단 꿈은 깨어지고

신혼, 그 아름다운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뒤질 이름이여~

누가 신혼여행을 허니문이라고 했던가?

나에겐 쓰디쓴 비터 문*, 서로를 향해 가는 좁은 문

신혼여행 첫날밤은 차갑게 얼어붙은 침대

쿵쾅거리는 내 심장은 멈출 줄 몰라.

현실의 나는 자꾸 뒷걸음친다.

이것이 진짜 결혼,

누가 신혼을 단꿈이라 했던가

이것이 진짜 신혼,

누가 신혼을 깨소금이라 했던가

내 기억속 제주도 푸른밤

차디찬 내 신혼의 무덤

무거운 결혼으로 내딛는 첫발이었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W에게

안녕, W! 오랜만이야.

16년 전 제주도에서 쓰디쓴 신혼 첫날밤을 너와 함께 보냈던 S야~

그날, 우린 조금 번잡했던 결혼식을 끝내고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어.

넌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탄다며 귓속이 찢어질 거 같다고 했었지.

난 속으로 신혼여행 첫날밤을 두근반 세근반 고대하고 있었어.

예식을 끝낸 신랑 신부가 호롱불을 끄고

부끄러운 듯 서로의 예복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장면을 상상했었지.

어떻게 침대를 향해 갈까, 당신이 나를 확 껴안아 침대로 가벼이 내려다 주길.

당신의 뜨거운 입김으로 몸 구석구석을 불어주길 고대했었어.

첫날밤은 서툴고 순수하고 서로를 진짜 알아가는 첫 관문,

내가 알고 있던 어떤 밤보다 더 아름다울 거라고 온통 마음이 부풀어 있었어.

사랑해서 한 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참 멋지다고 계속 므흣한 웃음을 지었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첫 번째 밤이 가까이 오고 있었지.

그 순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레임으로 발을 동동거렸어.

그렇게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맞이하게 될 우리들의 첫날 밤.

당신은 힘없이 한 마디를 내뱉었지.

“오늘 왜 이렇게 힘들지.”

뭔가 잘 안 풀리는 기운 빠진 뒷모습이 보였어.

‘이건 내가 상상했던 그런 장면이 아닌데’

난 당황스러워 한숨을 내뱉었어.

‘오늘은 첫날밤이잖아. 그렇게 고대했던 결혼 첫날밤!!!’

연애 때 헤어지기 싫어 서로를 못 가게 막아섰던

그 열정, 그 간절함이 어디로 가버린 걸까?

힘껏 내던져진 동전은 한동안 비틀거리다 중심을 잡아보려 하지만

이내 한 쪽으로 넘어져 멈춰버렸지.

난 뭔가 대단히 잘못된 거라고

불안하게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어.

그런 나를 옆에 두고,

넌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했어.

“잡은 물고기에 먹이 주는 거 봤니?”

이게 무슨 말일까?

귀를 막고 싶었어. 아니라고 계속 부정하면서

결혼 첫날밤, 환타지는 깨어졌어.

내 남자는 멀리 떠나고 없어.

결혼 첫날밤 제주의 파도속으로

난 그물 속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다 힘이 빠져버렸지.

연애와 결혼,

불과 하루 만에 이렇게 감정들이 메말라버리다니!

재투성이 아가씨로 변해버린 현실의 초라함.

그걸 받아들이는 게 결혼의 첫 관문이었을까?

어제와 너무 다른 오늘,

연애와 결혼이라는 간판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애써 태연한 웃음을 지어보였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봄날은 간다> 상우의 말처럼

난 계속 계속 사랑을 붙들고 늘어졌어.

이렇게 빨리 변할 순 없는 거라고 눈물 흘렸어.

서울로 돌아오는 제주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을 들고 딴 곳으로 새버릴까 잠깐 고민했었어.

이렇게 신혼여행의 단꿈이 사라져버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니?

답을 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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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S에게

S야, 안녕.

난 너를 돕는 그림자야.

너의 진짜 내면의 목소리란다.

내가 찾은 실마리를 들려줄게~

신혼 첫날밤.

로맨틱한 장면을 꿈꾸는 너에게

실망을 안겨줬구나.

여자는 특히나 첫날밤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어하지 않지.

그런데 첫날밤 남편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고 말았으니,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린 느낌이었을 거야. 혼란스러웠을 거야.

누구나 연애에서 결혼으로 옮아가면서

냉각기를 겪게 되지.

갑자기 식어버린 열정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될거야.

마음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마음처럼.

그건 W잘못도, S너의 잘못도 아니란다.

판타지는 깨지고 없어지지만,

더 이상 판타지가 필요없는 편안함을 얻게 될거야.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거야

현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용기로 한번 더 준비를 하는 거야.

사랑스런 상대에게서 콩깍지가 벗겨지는 날.

몸과 마음이 완전히 다른 상태로 바뀌어간단다.

그건 길고 긴 결혼이라는 여정에

최적화된 상태로 몸과 마음이 준비를 하는 거지.

그렇게 바뀌지 않으면 길고 긴 결혼에서 깨지고 아파할 일만 남거든

그걸 처음부터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더 길게 가는 사랑을 위해

더욱 편안한 일상을 함께 살아내기 위해

정말 필요한 일일지도 몰라.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

정말 무시무시한 말을 들어서

첫날 밤 환타지가 깨져 버렸구나.

하지만, 고기를 왜 잡았을까? 생각해 보렴~

잡은 사람은 고기를 다시 놓아주는 법이 없어.

인고의 기다림 끝에 잡은 물고기라면 더더욱~

그걸 잡아먹는 사람 몸속에 들어가 고기는 그 사람에게 녹아들지.

그 사람의 영양분이 되고 단백질이 되고, 그 사람 몸의 일부가 되는 거지.

그 사람의 몸과 영혼을 지배하는 영양소가 되는 

거야

.

그 사람 핏속을 흐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거야.

그러니까

콩깍지가 벗겨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그 순간 더 길게 가는 사랑이 시작된 거라고

오랫동안 머물러 가는 사랑이 시작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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